우리가 겪은 IMF사태는 진정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IMF사태는 뭐니뭐니해도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들어가지 못하고 그 문턱에서 미끄러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선진국 진입에 실패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우선 경제적인 요인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정치·사회·문화적인 요인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우리 국민들의 질서의식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실 대다수 선진국에서는 우리처럼 무질서한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모두가 줄을 서서 조용하게 기다리지, 무리하게 새치기를 하거나 조급하게 굴지 않는다.
이제 생활필수품이 된 자동차의 경우 그 운전매너는 더욱 그렇다.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난폭 운전, 신호위반 등 불법운전이 많다. 우리의 질서의식이 백년하청(百年河淸)이라 한다면 ‘선진국 되기는 글렀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답답한 심정이다.
또 우리 국민의 정직성에도 문제가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가지 정치적·사회적인 사건 등으로 인한 국회청문회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짜증스러워 했다.
많은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나와 대질신문을 벌이는 순간까지도 서로 다른 말을 늘어놓았다. 각자의 사회적 지위나 신분으로 보면 거짓말을 할 사람들이 아닌 것 같은 데도 말이다. 일반 국민들은 진실규명을 하지 못한 데도 짜증이 나지만 그들의 거짓말에 더 큰 분노를 느끼는 것 같다.
이렇게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과거 20~30년 전 대부분 경제적으로 궁핍할 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면 우리는 아직 선진국이 될 자격을 갖추지 못한 셈이다. 아마도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마지막으로 겪게 되는 장벽이 바로 국민들의 의식수준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가 진정 다른 나라 국민들이 인정해 줄 만한 선진국이 되려면 경제발전을 통해 소득수준을 높이는 일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의식수준을 높이는 일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민소득을 높이는 일이 오히려 더 쉬울지 모른다. 정부와 기업·국민이 모두 힘을 합쳐 열심히 경제활동을 해나간다면 생산과 수출이 늘고 국민소득도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의식수준을 높이는 일은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다. 오히려 말이 많을수록 일을 그르치게 될 지도 모른다. 또 서두른다고 조기에 끝낼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오랜 시간을 두고 꾸준히 해나가야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사회의 구석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여러 형태의 부조리를 찾아내 이들을 근원적으로 제거해 나가야 한다. 우리 사회의 운영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말보다 실천이다. 쉬운 것부터 하나하나 착실하게 실천에 옮기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렇게 나쁜 관행이나 의식들을 하나 둘 씩 고쳐나가다 보면 국민 각자의 의식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바뀌게 되고 선진화된 국민의식이 몸에 배이게 되는 것이다.
근본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을 하다보면 교육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개혁은 궁극적으로 사람이 하는 것이고 개혁의 주체인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는 일은 결국 교육이 맡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교육은 개혁의 시작이요, 끝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는 데에는 이의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학교 교육만 가지고 모든 것을 해결하기는 어렵다. 자녀교육에 무관심한 아버지나 자녀의 능력과 소질을 무시한 채 어릴 적부터 팔방미인이 되기를 원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란 아이에게 학교교육이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사회도 마찬가지다. 기성세대와 사회지도층의 갖가지 비리와 불법적 행동이 자주 매스컴을 통해 전달되는 상황에서 학교교육이 성과를 나타내기는 어렵다. 결국 학교교육이 제대로 되자면 올바른 가정교육과 사회교육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누가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들어 줄 것인가. 미국이나 일본, 중국국민이 아닌 바로 우리 자신들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열심히 일해 소득수준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진국민으로서 갖춰야 할 소양과 의식수준을 키워 나가지 않으면 안되겠다. 이런 것들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서는 선진국이 되는 길은 매우 먼 곳의 일일뿐이다.
박 치 욱
<포항직업전문학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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