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용 대상 등 문제…위헌요소 담긴 채 시행 묵과 못해"

국회에서 지난 3일 통과된 김영란 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위헌 여부를 따지는 헌법소원이 처음 제기될 전망이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는 4일 성명을 내고 "법치주의를 실현해야 할 사명을 띤 법률가단체로서 이 법이 위헌 요소가 담긴 채 시행되는 것을 묵과할 수 없어 이른 시일 내에 헌법소원심판(위헌확인)을 청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변협은 "규율 대상을 자의적으로 선택해 '민간 언론'을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고, 부정청탁의 개념을 모호하게 설정해 검찰과 법원에 지나치게 넓은 판단권을 제공했다"며 "이는 평등의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변협이 특히 위헌성을 따지겠다는 부분은 법 적용 대상에 언론사 종사자가 포함된 점이다.

변협은 "민간영역인 언론사 종사자를 포함시킨 것은 과잉입법"이라며 "이대로 시행될 경우 민주주의의 근간인 언론의 자유가 크게 침해되고 수사권을 쥔 경찰이나 검찰이 언론 길들이기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헌법소원은 그 법으로 인해 기본권을 침해당한 당사자만이 청구할 수 있게 돼 있어 변협은 언론인들의 청구를 대리하는 방식으로 헌법소원을 진행할 계획이다.

변협 관계자는 "헌법소원 청구인으로 나서겠다는 언론인들이 이미 여러 명 있다"며 "청구인을 취합해서 청구서를 작성하고 마무리되는 대로 헌법재판소에 조속히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초 사립학교 교원도 청구인으로 포함시키는 안이 논의됐지만, 현행 사립학교법에 사립학교 교원은 국·공립학교의 교원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는 조항이 있는 등 공직자로 간주할 여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청구인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협은 김영란법의 위헌 요소를 지적하면서도 큰 틀에서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변협은 "김영란법은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병폐인 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투명한 공직사회를 이루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며 "다만, 일부 위헌 요소를 없애자는 취지로 헌법소원을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변협의 이번 헌법소원 청구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한 변호사는 "아직 법이 시행도 되기 전이어서 헌법소원을 낸다 해도 각하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헌재 관계자는 "헌법소원은 그 법이 자신의 기본권을 '현재' 침해하고 있는 경우에 청구할 수 있다는 '현재성 요건'이 원칙이지만, 장래에 확실히 기본권 침해가 예상되는 경우에는 위헌 심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예가 있다"며 "이 사안이 그런 사안에 해당하는지는 헌재가 판단해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김영란법은 법안이 공포된 날부터 1년6개월간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9월 시행될 예정이지만, 법 적용 대상과 형평성 문제 등으로 보완 입법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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