退故進之 퇴고진지

▲ 윤용섭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
이 장은 매우 유명한 에피소드로 되어있으며 공자의 탁월한 교육법이 과시되는 장면이다. 자로가 "좋은 말을 들으면 바로 행해야 할까요?"하고 물었다. 공자는 부형이 계시니, 먼저 묻고 나서 행하라"라고 답하였다. 그다음 염유가 같은 말을 물으니 "곧바로 행하라!" 한 것이다. 곁에 있던 공서화가 하도 이상하여 "두 사람이 같은 질문을 하였는데 왜 선생님의 답은 다릅니까?" 하니, "자로는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려 하므로 뒤로 물러나게 하였고 염유는 늘 뒤로 물러나려 하므로 앞으로 밀어주었느니라"라 하였다.

그야말로 교육의 대상자의 눈높이에 맞추어 가르침을 내리는 맞춤형교수법이며 개별화수업의 전형이다. 인간의 심리에 통달한 성인이 아니고서는 어려운 지도법이라 하겠다. 사람의 마음에는 원래 하늘의 신묘한 이치가 갖추어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욕망과 잡념에 사로잡혀 깊이 간직하고 있는 자신의 보배를 꺼내 쓰지 못하는 것이다. 이 보배를 끄집어내면 누구라도 지인용을 갖춘 성현에 입문하게 된다. 유학에서는 이 보배를 명덕(明德)이라 한다. 그러므로 공부다 수양이다 학문이다 하는 것들이 사실은 자신의 보물창고를 찾아내어 온 세상을 비추는 보배구슬을 다시 내 것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 그 일은 사실 자기 자신의 일이다. 그러므로 공자 같은 진정한 스승은 무엇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상대의 지적 수준에 맞추어 밀고 당겨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선진편>



一. 자로가 여쭙기를, 옳은 일을 들으면 행해야 합니까?

子路問 聞斯行諸

자로문 문사행저



二.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부모형제가 살아있는데 어찌 듣는 대로 행하겠는가.

子曰 有父兄在 如之何其聞斯行之

자왈 유부형재 여지하기문사행지



三. 염유가 여쭙기를, 옳은 일을 들으면 행해야 합니까?

有有問 聞斯行諸

염유문 문사행저



四.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듣는 대로 행하라.

子曰 聞斯行之

자왈 문사행지



공서화가 말하길, 자로가 옳은 일을 들으면 행해야 하느냐고 여쭈었을 때는 부모와 형이 살아있다 하시고, 염유가 옳은 일을 들으면 행해야 하느냐고 여쭈었을 때는 듣는 대로 실천하라 하셨으니, 이해가 되지 않아 감히 그 까닭을 여쭙습니다.



五.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염유는 물러서는 성품이라 나아가도록 한 것이고

子曰 求也退故進之

자왈 구야퇴고진지



六. 자로는 나서기를 좋아하므로 물러나게 한 것이다.

由也兼人故退之

유야겸인고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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