失人失言 실인실언

▲ 윤용섭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
더불어 이야기할 만한데, 말을 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고, 더불어 이야기할 만하지 못한데, 말을 하면 말을 잃는다. 이에 공자는 "지혜로운 자는 사람을 잃지도 않고, 말을 잃지도 않는다!"라고 하였으니, 참으로 명언이 아닐 수 없다. 사람과 사람은 만나게 되어있고 만나면 대화를 한다. 그러나 생각이 있는 사람은 아무하고나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물론 사소한 이야기는 나눌 수 있는데, 여기서 대화라 하는 것은 상당히 깊이 있는 대화를 말한다. 예를 들면, 인생관이나 세계관, 예술이나 교육이나 시국 등에 관한 이야기다.

인생에서 뜻있고 재미있는 일은 좋은 사람과 만나는 것이요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일 게다. 그런데 이 즐거움을 향유하려면 사람을 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평소 좋은 사람을 얼마나 많이 만나는가? 좋은 사람, 지혜로운 사람을 만나고도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치지는 않는가? 어렵게 만나고도 함께 이야기 못 나누고 마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이것은 얻었던 사람을 도로 잃은 경우라 하겠다. 반대로 대화상대도 아니고 인생관에 차이가 많아 서로 감정만 해칠 우려가 큰 사람과 만나서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는가? 자신의 덕을 기르고 지혜를 높이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잡다한 지식이나 나누며 잡담하는 경우가 많다. 편견에 사로잡혀 남의 말은 도무지 들으려 하지 않는 사람과 장시간 소모적인 언쟁만 벌인 적은 없었던가? 이것은 말을 잃는 경우다. 지자(知者)는 사람을 잃지도 말을 잃지도 않는다는 말을 새겨 간직하여야겠다. <위령공편>



子曰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一. 가히 더불어 말할 만한데, 말을 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고

可與言而不與言 失人

가여언이불여언 실인



二. 가히 더불어 말할 만하지 못한데, 말을 하면 말을 잃는다.

不可與言而與之言 失言

불가여언이여지언 실언



三. 지혜로운 자는 사람을 잃지도 또한 말을 잃지도 않는다.

知者不失人 亦不失言

지자불실인 역불실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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