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산강 방어선 붕괴위기 속 흥해읍 일대 폭격 단행…2010년 진실 규명 도음산산림문화수련장에 위령탑 건립공사 진행 중

▲ 7일 '한국전쟁 미군폭격사건 민간인 희생자 위령탑' 막바지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7일 오전 10시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학천리 산 32-1번지 도음산산림문화수련장 내 '한국전쟁 미군폭격사건 민간인 희생자 위령탑' 건립공사 현장.

이 곳에는 6·25 한국전쟁 당시 포항지역의 치열했던 전투로 억울하게 숨진 민간인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한 위령탑이 완공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사 인부 5명은 위령탑과 그 주변에 미리 잘라온 대리석을 끼워넣고 바닥을 평평하게 다지는 작업을 진행했으며, 그 모습이 조심스럽기 이를데 없었다.

5m 높이의 위령탑은 포탄이 땅에 떨어져 산산히 부서지기 직전의 모습을 형상화 한 것이다. 아직 가장 밑단을 채우기 위한 미군 함대·피난민 등 전쟁의 생생한 모습을 새긴 대리석은 도착하지 않아 제 모양은 다 갖추지는 못했지만 완공을 눈앞에 뒀다.

시공사인 한강건축미술연구소 측은 "지난 3월 19일부터 공사를 시작해 오는 10일 완공을 목표로 열심히 공사를 하고 있으며 95% 정도 공사가 끝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위령탑 뒷편에는 위패 봉안벽이 병풍처럼 둘러섰으며 미군 폭격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 135명의 이름과 실명이 불확실한 5명에 대한 내용이 돌에 새겨져 있었다.

여기에 적힌 이름은 안전행정부(현 행정자치부) 산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에 의해 규명된 미군 폭격 희생자들이다.

미군은 낙동강 방어전투가 한창이던 1950년 8, 9월 당시 포항까지 진격해온 북한군을 저지하기 위해 포항시 북구 흥해읍 북송·흥안·용한·칠포리, 북구 환호동 등지에 무차별 폭격과 포격을 퍼부었다.

진화위와 미군폭격사건 민간인희생자 포항유족회에 따르면 이 폭격으로 인해 일가족이 몰살당하는 등 민간인 피해자가 550여명에 달했지만 그동안 그 피해를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2010년 진화위의 하반기 조사보고서에서 이같은 사실이 일부 규명됐다.

이 보고서를 보면 1950년 8월 5일 북한군 5사단이 영덕을 시작으로 남진하기 시작해 불과 6일만인 같은 달 11일 흥해읍과 포항시내까지 일시 점령하면서 형산강 방어선이 붕괴될 위기로 내몰렸다.

수세에 몰린 미8군사령관 워커 중장은 해안선에 고립돼 있던 국군 3사단의 해상철수를 지원하고, 인민군의 기세를 꺾기 위해 흥해읍 흥안리와 북송리 일대에 대한 폭격을 단행했다.

이 지원 폭격으로 국군 3사단은 바다를 통해 구룡포로 철수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 지역에 살았던 민간인 수백명이 희생을 당하고 말았다.

특히 피난민들 사이에 인민군이 섞여 들어갈 수 있다고 우려됨에 따라 1950년 7월 25일 한·미 정부의 합의로 마련된 '민간인 이동통제 정책'으로 인해 미군의 폭격에도 불구하고 민간인들이 피난을 가지 못하면서 피해가 더욱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역사적 사실은 일부 돌에 새겨져 희생자 위패 봉안벽 옆 칸칸이 자리잡았으며, 이들이 어떻게 숨져갔는지 설명해 주고 있다. 위령탑 제막식은 다음달 11일 열릴 예정으로 포항유족회는 시에 희생자들을 위한 천도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유족회 허맹구 회장(65)은 "위령탑은 유족들이 65년간 피눈물을 흘려가며 이룬 성과"라며 "이제 고인들이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이곳이 처참한 전쟁의 역사를 보여주는 곳으로 활동돼 젊은이들에게 교훈을 장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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