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장·음식점 손님없어…보건당국·지자체 협조하며 '메르스' 진정되기를 기다려

▲ 평상시 붐비던 기계시장이 기계고등학교 한 교사의 메르스 확진판정 이후 첫 일요일인 14일, 손님의 발길이 뚝 끊어져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종현기자 salut@kyongbuk.co.kr
경주 메르스 확진자가 포항기계고 교사로 확인되면서 해당 학교가 있는 기계면 일대에 인적을 찾기 힘들어 졌지만 주민들은 차분함을 잃지 않고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14일 오전 11시30분 메르스 확진자가 교사로 근무한 포항기계고 교문은 내·외부 사람들이 다닐 수 없도록 굳게 닫혀 평소 주말이면 아이들이 공을 차며 뛰놀던 활기찬 모습이 사라졌다.

또 학교 앞 도로인 왕복2차선 기계로 역시 지나가는 차량이 뜸한 가운데 시내버스 역시 기껏해야 1~2명의 승객을 태우거나 아예 빈 버스로 지나갔다.

이같은 썰렁한 모습은 기계면 내에도 마찬가지였다.

음식점 등 상가들은 모두 문을 닫은 채 영업을 했으며, 일부는 평소 일요일에 문을 열었으나 '오늘은 쉽니다'라는 문구를 붙여놨다.

한 주민은 "S식점은 13·14일 예약손님이 있었지만 예약이 취소되면서 아예 문을 닫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기계면 중심지 격인 서포항농협 앞 도로도 유모차를 끌고가는 할머니 1~2명만 눈에 보일뿐 사람들의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이 도로 곳곳에는 '메르스를 이길 수 있다'는 내용의 포항시 홍보전단이 붙어 있었지만 정작 보는사람이 없어 '왜 붙여놨을까'라는 생각마저 들게했다.

특히 기계면 버스 환승센터의 경우 평소 경주 안강 5일장으로 가려는 이용객들이 붐볐을텐데도 버스 승강장 대기소는 텅빈 채 마스크를 한 운전기사들만 손님이 오기를 기다렸다.

700번 버스기사는 "평소 안강장날이 열릴 때면 기북에서 오전 6시55분 출발하는 첫차부터 고추포대 등 짐보따리를 들고 타는 어르신들이 많았다"며 "그런데 지난 12일부터 버스이용객이 줄더니 어제와 오늘(14일)은 봇짐 든 어르신은 고사하고 손님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이 차는 환승센터에 잠시 정차하며 손님을 기다렸지만 단 한명의 손님도 태우지 못한 채 빈차로 빠져나갔다.

사람이 없기는 경로당도 마찬가지였다.

기계면 인구 5천480여명 가운데 60세 이상 노인이 1천900여명에 달해 경로당이 항상 만원이었지만 이날 현내1리부녀경로당 등의 정문은 쇠사슬이 감겨있었다.

노인들이 이처럼 집밖을 나서지 않는 것은 외지 자녀들이 부모에게 전화걸어 바깥출입을 자제하라고 신신당부했기 때문이라고 기계면보건지소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13일 오후 1시20분께부터 밤 10시까지 수백통의 전화가 쏟아졌는데 이 중 '부모가 포항에 사시는데 메르스 소식이 맞는거냐'라는 문의가 대다수였다"고 말했다.

종교시설도 주일예배에 참석할 교인들에게 메르스 증상이 있다면 집에서 예배를 드리라고 권고해 교회·성당 등 주차장은 빈 곳이 더 많았다.

이날 그나마 사람을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던 곳은 기계면사무소였다.

면사무소 앞 주차장은 전날부터 시작된 방역이 14일까지 이어지면서 방역에 투입된 공무원과 차량들이 먼지를 피우며 바삐 움직였다.

더욱이 14일은 새마을회 방역차량 13대 등 모두 27대의 방역차량이 방역에 나서면서 면사무소 주차장은 방역기기를 충전하고 다시 다중이용시설 등을 방역하기 위한 차량들로 분주했다.

이런 분위기 만을 보면 기계면에 '메르스 공포'가 자리잡고 있다고 여길 수 있지만 오히려 지역민들의 표정은 차분했다.

이와 함께 지역민들은 보건당국과 지자체가 마을방송을 통해 알리는 행동요령 등에 귀기울이며 하루빨리 메르스가 지역에서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다만 기계고 일부 학부모들은 "교사가 메르스를 학교로 옮겨와 이런 사단을 내고 있다"며 메르스 확진교사 A씨(59)에 대해 원망의 눈초리를 보냈다.

기계면민 최모씨(58)는 "기계면 내 고등학교 교사가 메르스로 확진돼 학생 감염 등 메르스 확산이 걱정은 되지만 보건당국과 지자체가 조치를 취하면서 지금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메르스가 더이상 확산이 되지 않기만을 바란다"고 심정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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