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과거자료 분석·전망…국가차원 대비태세 갖춰야

▲ 최근 엘니뇨 감시구역의 해수면온도 편차 (5월 31일∼6월 6일).
▲ 열대 태평양 해저수온 편차 현황 (6월 5일∼9일).
엘니뇨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며 가뭄과 홍수 등 재난을 가져오고 있지만 우리나라 학계는 아직 국내에 엘니뇨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나 과거자료들을 분석해 볼 때 한반도에 큰 피해를 준 태풍의 경우 상당수가 엘니뇨가 발생한 시기에 나타났다.

기상청은 이 분석자료를 토대로 올 여름 슈퍼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여름철 강력한 태풍을 대비한 정부의 대책마련은 물론 국민들 역시 태풍피해를 줄이기 위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엘니뇨

엘니뇨는 감시구역(열대 태평양 Nino 3.4 지역: 5°S∼5°N, 170°W∼120°W)에서 5개월 이동평균한 해수면 온도 편차가 0.4℃ 이상 6개월 이상 지속될 때 그 첫 달을 엘니뇨의 시작으로 본다. 관련기사 19면

엘니뇨의 뜻은 스페인어로 소년과 아기 예수 등의 의미를 갖고 있다.

이름이 이처럼 지어진 것은 엘니뇨 현상이 일반적으로 12월 말께 시작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엘니뇨는 크게 동태평양(EP) 엘니뇨와 중앙태평양(CP) 엘니뇨 등 두 종류로 나뉜다.

종류를 나누는 기준은 엘니뇨의 영향으로 '동태평양이 따뜻해 지느냐, 중앙태평양이 따뜻해지느냐'이다.

이같은 엘니뇨는 지난 2월 세계 각 정부의 판단에 의해 그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공식선언됐으며, 현상이 시작된 때는 지난해 2014년 말로 기상청은 보고 있다.

올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엘니뇨는 EP 엘니뇨로, 이 엘니뇨가 발생한 시기에 우리나라에는 강력한 태풍이 상륙해왔다.

△EP엘니뇨 왜 강력한가

EP엘니뇨의 해에 일반적으로 6~8월 발생하는 태풍보다 강한 태풍으로 발달 할 수 밖에 없는 원인이 있다.

국가태풍센터는 이 원인에 대해 올해 유독 클 것으로 예상되는 누적에너지(ACE:Accumulated Cyclone Energy)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CE는 태풍의 지속시간·강도·발생 수에 의해 결정되며, 그 해 발생한 모든 태풍을 다 더한 에너지 값이라고 볼 수 있다. 즉 ACE가 크면 태풍 발생 빈도가 많아지고, 지속시간이 길어지며, 강도가 세진다.

태풍센터는 올해 EP엘니뇨 영향을 받아 태풍이 평년에 비해 더욱 남동쪽 아래에서 발생해 누적에너지 값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올 여름 강한 태풍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결론이 나온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이 발생하게 되면 천천히 올라오는 데다 따뜻한 해상에 오래 머무르게 돼 결과적으로 세력이 세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P엘니뇨 피해

EP엘니뇨는 1982년·1991년·1997년·2002년 발생했으며, 때로는 강력한 태풍을 만들어 수조원의 재산피해를 입혔다고 기상청은 밝혔다.

국가태풍센터와 포항시에 따르면 지난 2002년 15호 태풍 루사는 지난 8월 30일부터 9월 1일까지 전국을 강타해 5조1천479억원이라는 재산피해 기록을 남겼다. 당시 전국적으로 246명이 숨지거나 실종됐으며, 주택 46가구가 침수 등 피해로 사라졌다.

포항의 경우 이틀에 걸쳐 210㎜의 비가 내렸고, 죽장면은 시간당 33.5㎜의 폭우가 쏟아져 내렸다.

바람도 초속 14.6m의 강풍이 몰아치면서 몸을 제대로 가누기 힘들 정도였다.

이로 인해 100억원의 재산피해·사망실종자 3명이 발생했으며, 복구비용만 해도 151억원이 들어갔다.

1991년은 제12호 태풍 글래디스가 8월22일부터 8월 24일까지 이틀간 한반도에 상륙해 2천357억원의 재산피해와 사망실종자 103명이 발생했다.

1958년 22호 태풍 아이다는 국내에 영향을 미친 태풍을 순위로 매겼을 때 아직도 4위를 기록하고 있다.

태풍순위(강한 순) 100순위 안에 엘니뇨 때 발생한 태풍은 50개에 이른다.

△올해 태풍 현황

올해 엘니뇨 감시구역의 해수면온도는 평년보다 1.3℃ 높은 상태로, 중간 강도의 엘니뇨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기상청은 현재의 해수면온도 상태 및 세계 엘니뇨 예측모델 결과에 따라 엘니뇨 감시구역의 해수면온도가 현재보다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욱이 올 하반기에는 강한 강도의 엘니뇨로 발달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실제 올들어 일본 남쪽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은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평년 2.3개보다 3배 많은 7개가 발생했다.

이는 지난 1971년 이후 가장 많은 숫자이다. 1971년 1~5월 태풍발생 수는 9개로 1965년 7개, 1976년 6개 순서로 이어진다. 이들 태풍은 2002년 15호 태풍 루사와 비슷한 위치에서 발생했으며 경로도 매우 유사하다.

태풍의 발생이 많았다는 것은 그만큼 바다에 태풍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에너지가 많으며 대형 태풍이 언제든 생길 수 있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강력 태풍 이제부터 대비해야

강력한 태풍이 올해 한반도에 상륙할 것이라는 각종 전망이 잇따르면서 국가차원의 대비태세에 들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태풍이 발생한 뒤에야 대비책을 세워 재난에 대응하는 것이 아닌, 정말 피해를 막기 위한 노력이 지금부터 시작되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태풍특보에 따른 국민행동요령을 광역·기초단체가 숙지하도록 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도심 저지대 및 상습침수지역 주민들이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과 대형공사장 위험 축대 등 시설물 주변에 대한 사전조사가 요구된다.

농촌·산간지역 역시 주택주변의 산사태 등 점검과 위험지역 대피훈련, 농작물 보호, 농기계 등 안전조치와 가축 대피 등의 대피방안도 필요하다.

해안지역도 선박이 높은 파도 등으로 타 선박과 충돌해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물론 신속한 통제에 따라 안전지대로 대피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여기다 해안 저지대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태풍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피소·안전지대가 확보 돼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의 재난태세에 맞춰 국민들도 스스로 재산을 지키기 위해 보수공사 등 시설물 안전에 나서는 등 재난에 대비해 발빠르게 움직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포항시 관계자는 "엘니뇨로 인한 대형태풍 가능성이 예상되고 있기에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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