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 21C 전염병 시대 신종 바이러스 전파 속도 빨라 국가 차원 대비책 마련 필요

▲ 김달년 스포츠레저부장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태풍처럼 우리의 일상을 뒤 흔들어 놓고 있다.

아직도 메르스의 위험은 진행형이다. 한동안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하지 않아 메르스와의 싸움이 곧 끝날 것 같았다. 그러나 5일 새로운 확진환자가 발생하면서 메르스와의 싸움이 언제 끝날지 여전히 안개속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세기 들어 여러 대륙에 걸쳐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판데믹'(Pandemic)이 잇달아 일어났다. 세계 1차대전이 마무리되던 1918년 스페인독감(H1N1)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약 50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무오년 독감'으로 불리며 14만명의 사망자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1957년에는 아시아독감(H2N2)으로 200만명이 숨졌고, 1968년 홍콩독감(H3N2)은 1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특정 지역에 발생하는 풍토병(Endemic)이나 동물 같은 매개체를 따라 전파되는 유행병(Epidemic) 단계를 거친 질병도 여럿 있다. 1976년 처음 발견돼 현재 전파되고 있는 에볼라도 여기에 속한다. 1997년에는 조류독감이, 2002년에는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09년에는 신종플루가 유행했다. 인간의 과학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했던 시기에 바이러스도 함께 성장한 것이다.

WHO는 21세기를 '전염병의 시대'로 규정하며, 전염병의 단계를 6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1단계는 특정 동물 사이에만 전염되어 사람에게는 안전한 상태, 2단계는 동물 바이러스가 소수 사람들에게 전염된 상태, 3단계는 사람들 사이에 전염이 증가된 상태, 4단계는 전염이 급속하게 퍼지기 시작해 세계적 유행병으로 번질 수 있는 초기 단계다.

에피데믹(Epidemic)으로 불리는 5단계는 동일 권역의 2개국 이상에서 전염병이 유행해 대유행이 임박한 상태이며, 팬데믹(Pandemic)으로 불리는 6단계는 다른 대륙의 국가에서도 추가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를 말한다.

생물학 전문가들은 문명과 교통의 발달로 바이러스 전파 속도가 빨라지면서 인간의 대응체계도 함께 발전했는데, 이 균형이 깨지면 인간의 예상을 뛰어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메르스의 단계는 2~3단계로 크게 불안해 할 상황은 아니다.

메르스의 감염이 빠르게 확산된 원인으로는 미숙한 초기대응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히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비위생적인 습관과 가족과 간병인이 함께 병실에 머무는 '병간호 문화'등이 지적되고 있다.

의학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처럼 보건체계가 잘 갖춰진 나라에서 바이러스 질병은 위생 관리에 신경을 쓰고, 신중하게 대처하면 이른 시일 내에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이번 메르스 사태를 거울삼아 바이러스의 공습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문제들을 정확히 분석해 앞으로 닥쳐올 수 있는 신종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실패하지 않는 국가 차원의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바이러스 전염의 위험성과 예방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해야한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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