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경미 사회부
"부부가 저녁 먹고 동네 한 바퀴 도는 게 낙인데 요즘은 그 사소한 행복마저 뺏기는 기분입니다."

본지가 지난 4일 보도한 '울퉁불퉁 누더기 보도블록'을 읽은 이모(56) 씨가 피해를 본 사례자들이 마치 자신 같아 공감됐고 보도를 해줘 고맙다며 기자에게 연락해왔다.

포항시 남구 효자동에 사는 이 씨는 몇 년 전부터 부부가 저녁 식사를 한 뒤 건강 차원에서 걷기 운동을 시작했다고 운을 띄었다.

하지만 부부간에 다정하게 손을 잡은 채 대화를 나누며 걷고 싶어도 인도가 울퉁불퉁 한 데다 함몰돼 있어 싸운 것처럼 혼자 멀찌감치 떨어져 걷게 됐다.

이후 할 수 없이 인도보다 매끈하고 평평한 차도로 내려와 걸을 수 밖에 없었다.

차량에 부딪칠 뻔 했던 아찔한 순간도 여러 차례였기에 다시 인도로 올라갔고, 2년 전에 급기야 내려앉아 있던 보도블록을 미처 발견하지 못해 발목을 접질려 인대가 늘어나는 상처를 입었다.

당시 늘어난 인대는 시간이 흘러 다 나았지만, 한번 접질린 발목은 지금까지도 그의 발목을 잡아 병원을 들락날락하고 있다.

건강 100세 시대를 맞아 최근 우리 국민이 건강 관리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걷기 운동도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포항시 역시 밤낮으로 주거지 근처에 간편한 운동복을 입고 부부나 연인, 가족끼리 걷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그러나 인도 사정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보도블록이 움푹 파여 있는 가하면 가로수 인근의 경우 뿌리가 지상으로 돌출하면서 울퉁불퉁하거나 뒤틀려 있어 자칫 잘못하면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민선 6기 포항 비전에서 '시민이 건강하고 안전한 행복도시'를 전략으로 내세웠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은 당장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행복을 뺏겼음에도 불구,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이 씨 역시 수차례 시에 민원을 넣고 도움을 청했지만, '우리가 구석구석 살필 수 없다' 등 무성의한 답변만 되돌아올 뿐 여전히 달라진 것이 없어 답답해했다.

이처럼 우리 시민이 평소 가장 많이 접하는 인도에서 안전을 위협받고 있지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과연 이강덕 시장 자신이 내세운 시민이 건강하고 안전한 행복도시를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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