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갑용 리빙정보주식회사 대표이사
A씨는 2009년 대구지방법원 강제경매를 통해 대구시 남구 대명동의 B씨 소유 3층 주택을 매수(경락)했다.

최초 매각기일의 최저매각가격(감정가격)은 8천1백만원였지만 토지는 제외되고 건물만 매각하는 사건여서 경락 후 법정지상권을 다퉈야 하는 부동산이므로 이미 두 번이나 유찰돼 최저매각가격은 약 4천만원.

건물은 개인에게, 토지는 새마을금고에 각각 최초근저당이 설정돼 있었는데, 경매신청채권자는 건물에 대한 가압류권자(후순위)였고, 토지 소유자 C씨(B씨의 모)는 1층 뒤쪽 방을, B씨는 삼층을 점유·사용하고 있었다.

입찰 전 임장활동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A씨는 모친 C씨 소유 토지상에 아들 B씨가 집을 지었고, 그 집을 모자가 함께 사용하고 있다면 건물이 철거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임대수익에서 토지사용료를 지급하고 남는 순수익도 월 1백만원 이상으로 추정돼 투자대비 수익률도 괜찮을 것으로 판단한 A씨는 입찰에 참가했고 금5천만원을 제시한 결과 5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최고가매수신고인 지위를 얻었다.

그러나 A씨는 어머니 소유의 땅에 아들이 지은 집이어서 건물 주인이 바뀌더라도 금반언(이미 표명한 자기의 언행에 대하여 이와 모순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원칙) 및 신의칙(모든 사람은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을 신의에 따라 성실히 하여야 한다는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철거요구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한 나머지 법정지상권의 첫 번째 대원칙(근저당 설정 당시에 토지와 건물이 동일인에 속해야 함)을 간과한 것이었다.

10여년 이상 경매법정을 출입한 A씨는 스스로 상당한 고수라고 자부하고 있었던바, 토지소유자가 이 건 건물의 철거를 신청할 수 없다고 믿었던 근거는 민법상의 신의칙 및 권리남용였는데, 이는 토지소유자와 건물매수인 사이에서 적용받을 수 있는 논리일지라도 바뀐 토지소유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을 깜빡 잊었던 것이다.

한편 이 사건 건물이 소재하고 있던 토지는 2011년 새마을금고가 신청한 경매에서 매각됐는데, 감정가격 8천5백만원(제시외 건물로 인하여 사용·수익에 지장을 받는 점을 감안한 평가)을 넘겨 경락됐다.



△대법원 1990.10.30. 선고 90다카26003 판결

【판시사항】토지소유자의 승낙을 받아 건물을 신축한 자의 관습에 의한 법정지상권 유무(소극)

【판결요지】토지의 소유자로부터 토지사용 승낙을 받아 건물을 신축하고 그에 대한 경작료를 납부하여 온 경우에는 관습에 의한 법정지상권이 성립할 여지가 없고 따라서 그에 기한 건물의 매수청구권도 발생하지 아니한다.

【이 유】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은 토지와 건물이 같은 소유자의 소유에 속했다가 그 건물 또는 토지가 매매 또는 그 이외의 원인으로 그 소유자가 다르게 될 때 성립하는 것이므로 피고가 이 사건 토지의 소유자이던 소외 망 김현창으로부터 토지사용승낙을 받고 이 사건 건물을 신축하고 그 토지에 대한 경작료를 납부해 왔을 뿐이라면 관습에 의한 법정지상권은 성립할 여지가 없고 따라서 그에 기한 건물의 매수청구권도 발생하지 아니한다.

같은 취지의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지적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그리고 원심은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이 성립하지 아니함을 전제로 피고의 건물매수청구권에 관한 주장을 배척하고 있음이 분명하므로 거기에 판단을 유탈한 허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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