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거점 강화 조직개편에 현지 예보기능 축소 낚시 어선 침몰 등 해난사고 예방 노력 역행 '빈축'

▲ 기상청은 29일 오전 경북 동해남무 앞바다의 파고를 0.5m~1m의 잔잔한 파도가 일 것이라고 예보했지만 영일만항 일대 바다에는 높은 파도가 일면서 조업에 나갔던 낚시어선들이 귀항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지난 5일 제주 추자도 인근해상에서 낚시어선 침몰사고 이후 전국 연안 지자체들이 또다른 사고예방을 위해 집중점검에 나섰지만 가장 중요한 해상기상예보가 엉망이라는 지적이다.

기상청이 지난 1월 예보기능을 강화한다는 목적을 앞세워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현지 기상예보기능을 축소시키는 한편 전국 주요거점 지청만 강화시키면서 이같은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는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이와 관련 새정치연합 은수미 국회의원도 지난 14일 기상청이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조직개편을 단행해 유사시 제대로된 예보가 가능할 지 의문을 제기했다.

기상청은 29일 오전 131 자동예보전화를 통해 '경북 동해남부 앞바다는 북동풍이 6㎧~10㎧이 불겠고, 해상의 파고는 0.5m~1m가 되겠다'고 예보했다.

영일만항 낚시어선들은 이날 오전 이 예보를 믿고 출항했다가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로 인해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자 자진해서 귀항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무엇보다 이날 영일만항 일대의 해상에서 북동풍이 16㎧~18㎧, 파고는 최소 3m로 영일만바다 전체가 큰 파도가 일때 나타나는 백파가 보였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11시가 넘어서야 풍속 10㎧~12㎧, 파고 1m~2m로 변경했지만 이마저도 현장에서 느끼는 바람 강도와 파도 높이에는 크게 못미쳤다.

결국 낚시어선어민들이 기상예보만을 믿고 무리하게 바다로 나갔을 경우 어떤 사고가 일어날 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여졌다.

낚시어업인 관계자는 "이날 출항했던 어선들이 강풍과 높은 파도에 위험을 느끼고 자진해서 회항했지만 기상청 자동예보에는 이날 오전 내내 바다가 잔잔할 것으로 예보했다"며 "엉터리 예보로 인해 어민들만 피해를 입는 게 아니냐"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처럼 기상청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 데는 올초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각 지역별 거점기상대의 예보기능은 강화시키는 한편 지방기상대의 예보기능은 없앴기 때문이다.

포항기상대는 국내 유일의 WMO 고층기후(GUAN) 관측소로 등록돼 대기·설빙·생물권 등 기상환경 정보를 전지구기후관측시스템(GCOS)으로 보내고 있음에도 기능을 절반으로 줄였다.

특히 포항·울진기상대의 예보기능을 없애면서 대구기상지청이 해상에 설치된 관측부이 등에서 보내오는 실시간 영상자료 및 기상센서, 기압도 등에 의전한 추측성 예보를 하면서 엉터리 해상예보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대구기상지청은 "지방기상대의 예보기능이 없어졌지만 해상에 설치된 관측장비를 통해 실시간으로 해상상태를 확인하고 있다"며 "기상청 조직개편으로 인한 문제점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기상청 내부에서조차 "기상청의 조직개편이 현장 예보기능을 완전히 없앤 것은 아쉬움이 있다"는 반응이어서 조직개편에 대한 전면적인 재수정이 요구되고 있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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