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압독국 고분 도굴단 덜미…금제 장신구 등 38점 압수

▲ 경북 경산시 임당동 1호 고분(국가사적 516호)과 인근 압량면 부적리 4호 고분(미지정)에서 도굴된 금제 귀걸이(사진 오른쪽) 등 문화재.
국가사적 제516호로 지정된 임당동 고분과 압독국 지배자 후손들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부적리 고분 등의 매장문화재 도굴범들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경찰에 압수된 도굴 문화재로 봐서 삼국시대 최고 지배계급의 고분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결찰이 회수한 문화재는 금으로 만든 귀고리, 허리띠 부분품, 은으로 만든 칼 등이다.

경산경찰서는 6일 임당동 고분 등을 도굴한 박모(65)씨 등 일당 7명을 검거, 4명을 매장문화재보호 및 조사에 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이모(61)씨 등 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4년 1~2월께 주로 저녁과 심야시간대를 틈타 곡괭이, 삽 등을 이용해 굴을 파서 고분 안에 있는 귀걸이, 허리띠, 장신구 등을 도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도굴된 고분은 임당동 1호 고분과 부적리 4호 고분, 총 2곳으로 특히 임당동 1호 고분은 1982년 발굴 조사된 부근의 고분군과는 달리 발굴되지 않은 채로 관리되다 도굴됐다.

경찰은 도굴범들이 지난해 1~2월 한겨울을 틈타 도굴했지만 숲이 우거져 발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임당동 고분은 4~6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옛 문헌에 전하는 압독국 지배자 후손들의 무덤으로 추정된다. 부적리 고분도 임당동 고분군과 조영동 고분군과 유사한 점으로 미뤄 같은 시기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주요 유적이다.

경찰의 조사결과 대구에서 골동품점을 운영했던 박씨가 고분 도굴을 직접 지시한 뒤 고분 도굴에 일당과 함께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박씨는 공범들이 차례로 검거되자 전화를 바꾸며 도주를 했고 보관하던 문화재도 일당에게 은닉하게 하는 등 증거를 인멸하려한 정황도 밝혀졌다.

경찰은 임당동 1호 고분에서 도굴된 귀걸이, 칼, 허리띠 등 7건 38점을 압수했다. 경찰은 압수된 문화재 이외에 도굴된 문화재의 처분 경로를 파악, 문화재 회수에 주력하는 한편 여죄도 수사중이다.

한편 이번에 도굴이 확인된 경산 임당동 일대에는 고분 7기가 산재해 있고, 대구 북구 구암동 함지산 일대에는 올해 5월 지표조사에서 346기의 대규모 고분군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도굴방지를 위한 조치는 전무한 실정이다.

함순섭 국립대구박물관장은 "사적으로 지정된 고분들은 대부분 발굴 후 형태만 복원된 것인데 지자체에서는 이들에 대한 관리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발굴이 되지 않은 고분에 대한 보전과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초부터 언론보도 등을 통해 이 고분들에 대한 도굴의혹이 제기돼 왔으나 당시 문화재청과 경북도는 "임당동 고분군 1호분은 근래 도굴된 적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 부실조사 의혹을 사고 있다.
김윤섭 기자
김윤섭 기자 yskim@kyongbuk.com

경산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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