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관계와 인연에 치일 때

우리가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돈? 친구? 건강? 물론 이것들이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인간적이고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고독이 꼭 있어야 한다. 저자는 묻는다. 왜 외로우면 안 되는가? 왜 외로운 게 싫은가? 외로움은 정말 견딜 수 없는 것일까? 저자는 스스로 고독을 즐기는 생활을 5년간 지속하면서 고독의 위대함을 역설한다.

우리가 외로운 것을 나쁘게 생각하는 것은 그렇게 세뇌당했기 때문이다.

외로움에는 물론 단점도 있지만 장점도 있다. 외로움과 즐거움은 빛과 그림자처럼 늘 같이 있고, 파도처럼 반복되는 것이다. 외로움은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철학자와 예술가를 만들며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흔히 가난과 고독을 한 짝으로 생각하지만 부자와 권력자들도 고독하기는 마찬가지다. 생각하는 것을 고통스럽게 느끼는 사람에게는 고독과 외로움이 부정적일 수 있다.

여기서 문제는 고독과 외로움이 아니라 생각하지 않는 사람에게 있다. 왜냐하면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생각하기를 싫어하거나 귀찮아하는 사람은 이미 사람답게 사는 것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고독해서 힘들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너무 외로워서 죽고 싶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은 고독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고독을 견딜힘이 없어서 그런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너무 의존하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혼자 있는 것을 버틸 능력이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현대인은 '인연의 비만 상태'에 빠져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도한 인연의 비만을 줄이는 '고독 다이어트'이다.

너무 많은 관계와 인연에 치이는 사람들은 이제 이 책과 함께 고독을 즐기면서 정신건강을 회복해야 하지 않을까?



행복한 인생, 잡동사니 제거부터

행복은 많은 이의 꿈이다. 도달 루트는 다를지언정 공략지점은 행복 달성이다. 행복에 필수불가결한 게 경제, 곧 돈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꽤 행복하다. 옛날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손쉽게 가져서다. 인간 본연의 DNA인 소유욕의 발휘 결과다. 그런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더 가졌는데도 행복은커녕 불행을 입에 담는다. 아이러니다. 이유가 뭘까. 책은 '정리'를 제안한다. 더 가지려는 플러스적인 과다 욕구가 삶을 피폐 시켰으니 덜어내는 마이너스의 정리감각으로 이 딜레마를 극복하자는 논리다. 사뮤엘슨(P.Samuelson)도 일찌감치 지적했듯 수단인 소유욕이 정작 주인인 사람의 시공간과 과로를 유발하니 '소유/욕망'의 분모를 줄여 행복공식을 완성하자는 취지다. 물건이 사람을 움직이고 종국에는 내쫓는 주종역전의 정상화 요구다. 행복 역설의 해법 모색이다.

책은 잡동사니 다이어트를 제안한다. 길게는 행복한 인생을 거들어주는 물욕통제다. 물건을 밀어내고 내 인생의 당당한 주인이 되는 출발은 '잠시 두면 언젠가 쓸 것 같은' 잡동사니의 제거로부터 비롯된다. 그 대부분은 오랫동안 방치된 채 결코 쓰일 일이 없기 때문이다. 잡동사니를 체계화하면 다섯 가지다. 물질, 정신, 디지털, 시간, 감각 등의 잡동사니다. 표현이 낯설지만 틀리진 않다. 정신적 잡동사니란 우리를 지치게 하는 후회·걱정 등의 감정이다.

또 디지털은 온라인 잡동사니를 말한다. 잡동사니 정리기준은 명쾌하다. 모든 것을 잃을 상황에서 반드시 챙겨야 할 것들의 우선순위, 그 반대순서다. 혹은 1년 이상 쓰지 않는 것들이다. 또 조금씩 털어내는 게 옳다. 적어도 뭔가 들어오면 뭔가 나가도록 하는 간단한 공식도 명쾌하다. 그런데도 비워놓거나 내버리기란 힘든 일이다. 이때 유효한 행간의 공통 대안이 사람이다. 우리를 위로하는 것은 결코 물건일 수 없어서다.



유럽인들은 한반도를 어떻게 그렸나


이 책은 서양인이 작성한 다양한 고지도에 한반도와 그 인근이 어떻게 표기되었는지 살피고, 그것을 통해 외부인의 눈에 비친 한반도의 의미를 천착한 연구서이다. 역사지리를 전공한 저자는 유럽 각지를 수차례 답사하며 직접 발굴한 새로운 지도들과 기존에 알려진 지도들을 한데 모아, 그것들을 시기별로 분류하고, 서양인이 인식한 동아시아 지역이라는 틀 안에서 한반도를 통시적으로 조명한다. 학술서이지만 문장이 깔끔하고 명쾌하여 수준 높은 교양서로도 손색이 없다.

16~19세기에 유럽인들이 작성한 세계지도나 동아시아지도는 근대 이전에 한국이 국제무대에 어떻게 알려졌는지 알 수 있는 결정적인 자료이다. 지도란 단순히 하나의 그림이 아니라, 그 지도에 포함된 모든 대상에 대한 작성자의 인식이 총체적으로 투영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책에서는 한반도가 표시된 다양한 고지도들을 시대별로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 따라 유럽인들이 한반도를 어디에, 왜, 어떻게 그려 넣었는지에 대해 분석하고 설명한다. 이뿐 아니라, 동시대 중국과 조선에서 제작된 지도들과도 부단히 비교함으로써, 그런 지도들에 투영된 다양한 인식들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쉽게 파악하고 객관적인 균형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더 나아가, 현재까지도 논쟁이 이어지는 동해의 공식 명칭 문제, 간도 문제, 북한과 중국 사의의 국경선 문제 등에 대해서도 역사적 맥락에서 사실에 입각한 해결 방향을 제시한다.

현재 국내에서 다루는 고지도 관련 연구는 대개 조선인이 제작한 지도를 통해 조선인의 외부세계 인식을 살피는 것이 대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유럽인과 중국인, 그리고 조선인이 제작한 고지도 60여 점을 비교·분석함으로써 세계사 차원에서 한반도를 설명한 이 책은 신선하고, 그 의미 또한 지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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