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경북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결산

▲ 11일 오후 경상북도 문경 국군체육부대에서 열린 2015 경북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폐막식에서 다음 대회 개최지인 중국 우한의 문화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연합
▲ 11일 오후 경상북도 문경 국군체육부대에서 열린 2015 경북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폐막식에서 국기가 입장하자 각국 군인들이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
▲ 지난 10일 경북 포항시 영일대해수욕장서 열린 2015 경북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여자 트라이애슬론 경기. 선수들이 바다에서 해변으로 뛰어나오고 있다. 연합
▲ 지난 11일 오후 경상북도 문경 국군체육부대에서 열린 2015 경북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폐막식에서 각국 군인 선수들이 춤을 추며 즐거워하고 있다. 연합
2015 경북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가 11일 폐회식을 끝으로 '우정의 어울림, 평화의 두드림'이란 슬로건 아래 펼친 열흘간의 열전을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는 전 세계 117개국 7천45명의 군인들이 참가해 24개 종목 (일반 종목 19, 군사종목 5)의 경기를 겨루면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가운데 한국은 종합 4위로 역대 가장 좋은 성적(금19·은15·동25)을 달성했다. 6차례의 대회의 총 성적도 10위에서 7위로 세 계단 껑충 뛰었다.

이와 같이 최다국가, 최다선수, 최다종목으로 최고성적을 냈지만 비용은 최소경비를 들여 효율성이 높은 대회로 치렀다.



△2015 경북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무엇이 달랐나.

이번 대회는 '알차게, 멋지게, 일류명품대회'로 치러질 수 있었던 알뜰하고 지혜가 돋보이는 대회로 여겨진다.

개최 지역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고, 주관 기관이 가지고 있는 인력과 시설 등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맞춤형 대회'를 준비해 지역에서 치르는 국제대회의 좋은 모델을 제시해 줬다.

최저비용으로 알뜰한 국제대회 치렀다.

국회에서 승인된 이번 대회의 총예산은 1천653억원.(국비 50%, 지방비 30%, 마케팅 수익 20%. 이전 CISM 대회가 모두 전액 국비로 운영됐던 데 반해 최초로 마케팅 비용 시도)

이는 인천아시안게임의 예산 2조 2천억원 대비 7.4% 수준이며, 저비용 고효율화란 평가를 받은 광주유니버시아드의 예산 6천190억원의 26% 정도다.

지난 5회 브라질 리우데 자네이로 대회 2조 예산에는 10분의 1도 안되는 액수다.

국제 대회에 유례없는 최저 예산으로, 그것도 인구 7만8천도 안되는 작은 도시 문경에서 117개국 7천여명의 선수가 참가하는 대규모 국제대회를 치를 수 있었던 것은 시설과 인력의 비용을 최저화하는 지혜와 전략이 있었기 때문이다.

24개 종목을 위한 경기장 31개소가 육·해·공군 5종 경기를 위한 일부 구조물 설치 외엔 모두 지역의 기존시설을 활용했다.

문경으로 이전돼 온 국군체육부대 시설을 그대로 이용하고 문경을 비롯한 경북도내 8개 시군을 개최지를 분산해 시설을 전혀 새로 짓지 않았다.

비용 부담이 큰 선수촌마저 영천 3사관학교와 괴산 군사학교, 문경으로 분산하고 문경 선수촌도 대회 최초로 캠핑카인 카라반을 리스로 사용해 시설비용을 대폭 절감했다.

조직위는 카라반 350대를 3개월 사용하고 1대당 1천만원을 지급하고 공급회사는 1대당 1천650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일반인에게 분양하는 방식을 채택 선수촌 신설비나 사후 관리비용 부담을 크게 덜었다.

이 카라반은 가로 3M, 세로 12M 크기에 화장실과 냉난방기, 냉장고 등의 편의시설이 갖춰진 시설로 1천3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선수촌을 35억원으로 충당한 것이다. (세계군인체육대회 시설비 예산 187억원, 인천 AG 1조5천553억원의 1.2%, 광주 U 대회 3천338억원의 5.6%)

지역 분산 개최로 인한 물리적 거리의 어려움은 접근 도로를 확충과 IT를 이용한 통합정보시스템으로 극복했다.

국제적으로 인정된 기록 계측 시스템 (TNS-Time and Score) 등 IT 기술을 접목한 대회 정보 시스템이 큰 역할을 해 주었다.

오리엔티어링 등과 같은 경기에서도 조직위원회는 매일 오전 오후 종합상황실에서, 세 곳의 선수촌과 본부호텔, 공항을 하나로 연결해 각 지역의 상황 판단을 실시간 확인하고 점검하는 일원화된 시스템을 유지하며 꼼꼼하고 신속하게 상황에 대처했다.

CISM 대표는 대회기간 운영과 네크워크, TNS 등의 정보시스템 등이 뛰어나 이번에 처음 도입된 모델이 다른 대회에서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타 대회 물자를 전환해 사용하는 알뜰한 지혜도 예산 절감을 크게 도왔다. 군 병력과 물자, 장비 활용으로 약 100억원을 아꼈고 시상물자 전환이나 일부 경기장 물자 대여로 약 16억원을 추가로 절약할 수 있었다.

진요트 경기장 푼툰 설치 임대 비용 (7억원), 육상과 근대 5종, 사격연맹 등 보유물자 무상임차로 4억5천만원, 복싱과 사이클 등 8개 종목 경기용 도구 임차로 2억원, 시상물자 전환 사용으로 2억5천만원 등 약 16억원을 추가로 절약할 수 있었다.

이전 대회들이 모두 100% 국비로만 충당해 왔던 데 비해, 국비는 절반인 50%로 대폭 낮추고 지자체 예산 30%에 최초로 마케팅 수익으로 20%를 충당했다.

처음으로 개폐회식 입장권을 판매했고, 대회 기념주화도 발행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군 인력들이 대거 힘을 모아 각 부문의 역할을 담당해 주고 예비역 무관들까지 적극 나서 대회 지원 활동을 자원해준 것도 저예산으로도 '알차게, 멋지게, 명품대회를 만들어 가게 해 준 요인'들로 꼽을 수 있다.

이번 대회에서 군 파견 인력은 총 4천800여명이었고 대회가 끝날 때까지 전역을 미룬 현역들도 있었다.



△유일한 분단국에서 7천여명의 군인들이 평화의 메시지 전했다.

분단 70주년에 전 세계 마지막 분단국에서 스포츠를 통한 우정을 나누고 세계 평화를 도모하기 위한 대회가 열렸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분단국에서의 개최 자체가 전 세계 평화의 메시지를 던졌다.

참가국 가운데 터키 선수단에는 6·25 전쟁 참전국도 8개 나라나 있었고, 참전 용사의 후손도 있었다.

6·25 당시 두 번 째로 많은 파병을 했던 터키는 선수단 전원이 UN 묘지를 참배하기도 했다.

대회 사상 처음으로 54명의 상이군인이 함께 개회식에 입장하고 양궁과 육상 경기에 참여한 것도 상하 고저 없이 동등하게 우정의 어울림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 모습이다.

또, 이번 대회에 처음으로 비회원국 15개 나라가 초청돼 대회를 참관하며 스포츠를 통해 평화와 우정을 나누고자 하는 회원국들이 더욱 늘어날 거란 기대를 주었다.

그런가 하면, 국군체육부대 안의 평화광장에는 참가국들의 국기가 동등한 모습으로 게양돼 평화의 메시지를 상징하고 어울림의 마당을 열어 교류의 장을 마련했다.

미국과 베트남 선수들이 입촌식을 함께 하며 서로 마음을 열고 포옹하는 등 참가 선수들이 갈등을 넘어 평화의 스포츠 축제를 위해 함께 하는 모습은 큰 울림으로 전해졌다.



△보여주는 대회가 아니라 어우러지는 대회로 함께 했다.

'스포츠를 통한 우정의 어울림'이란 슬로건에 맞게 이번 대회는 개막식에서도 처음으로 '보여주는 대회 보다는 어우러지는 대회'가 됐다.

전 세계 군인들이 참여한다는 대회의 특성에 맞춰 우리의 전통민요 '쾌지나 칭칭나네' 가락에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군인 동작으로 고안한 '솔저댄스'는 정복을 입은 참가선수들이나 관람객 모두를 함께 호흡하게 했다.

117개국의 각기 다른 정복을 입고 다른 배경을 가지고 온 선수들이 함께 동참해 줄다리기를 하고 솔저댄스를 추며 어우러지는 모습도 평화의 울림으로 전해졌다.

함께 어우러지는 대회를 만든 데에는 참가국들을 응원하고 한류 문화를 체험시키겠다고 솔선해 나선 서포터즈와 파견된 군인 인력, 자원봉사자들의 노력도 크게 기여했다.

예비역 장군이나 퇴직 외교관 등이 직접 단장을 맡아 대회 처음으로 각 참가국별로 100~200명 정도의 서포터즈가 구성돼 각 나라 선수들에게 한국 도착에서부터 경기장 응원, 곳곳의 문화 체험까지 머무는 내내 따뜻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이번 대회에 파견된 군인 인력은 4천800여명. 서포터즈는 3만3천800여명 (지역주민 2만1천360명, 군 1천890명, 학생 7천900여명, 기업 2천700여명 등), 일반 자원 봉사자는 2천300여명이었다.

참가 외국인들은 어디를 가나 친절한 자원봉사자들로 따뜻한 환대를 받은 느낌이라고 만족함을 표시했다.

자원봉사자들의 세심한 배려와 헌신은 대회 내내 미담사례들을 이어지게 했다.

대회 기간 시간을 안 지킨 사람이 없을 만큼 책임감 있고 자발적인 수고를 해 주었다.

선수들에게 한국 문화 체험 기회를 넓힌 곳곳의 문화 행사들도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교류의 장이 됐다.

영천과 괴산, 문경 세 곳의 선수촌에서는 매일 저녁 문화 공연이 펼쳐졌고, 한국문화체험장과 CISM Club을 마련해 한국 문화의 맛과 멋을 즐기게 했다.

경북 지역을 비롯해 곳곳의 맞춤형 관광 체험 기회 또한 선수들에게 만족감을 더했다.

지역과 기관과 대회의 특성을 살린 '최초의 시도'들로 맞춤형 대회를 만들었다.

이번 대회에는 여러 가지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는다.

최초의 카라반 숙소 도입, 최초의 마케팅 수익 창출, 최초의 기념 주화 발행, 최초의 상이군인 동시 참여, 최초로 비회원국 초청, 최초로 서포터즈 운영, 개회식에 최초로 솔저댄스로 선수 동참 등 모두 인구 7만8천의 작은 도시에서 최저의 비용으로 알찬 대회, 알뜰하게 운영했지만 내실있는 명품대회를 성사시킨 요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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