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10년전과 비슷한 수준 농협미곡처리장도 적자 신세 해외원조 등 획기적 대안 절실

▲ 지난 26일 포항시 남구 장기면 벼건조저장시설에서 농협 직원들이 추곡수매를 앞두고 쌀포대를 운반하고 있다. 류창기수습기자
"10년 전에 쌀 1포대는 4만3천원으로 가격이 형성됐는데 올해도 4만5천원이니 농사를 계속 지어야 할지 고민입니다"

26일 남포항농협 미곡종합처리장에서 농협 직원들이 산물벼를 가득 싣고 줄지어 들어오는 화물차량들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올해 쌀 예상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0.4% 증가한 422만t~431만t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쌀값은 지난해에 비해 12%나 하락했다.

남포항농협에 따르면 지난해 쌀 40㎏들이 1포대는 5만원대였지만 올해는 4만5천원에 불과하다.

풍년이면 농민들이 신나야 하는데 현장에서 만난 지역 농가와 농협직원들의 표정은 착잡했다.

박태원 남포항농협 미곡종합처리장장은 "예년의 경우 1천200평인 3천960㎡ (1천200평)인 의 경지에서 벼 75가마 가량을 수확하는데 올해도 대부분 75가마 정도를 수확해 비슷한 수준이다"면서 "하지만 자체수매 예약물량은 지난해 12만5천가마에서 올해는 13만가마로 소폭 증가했다"고 밝혔다.

벼를 싣고 온 농민 권혁인(65·포항시 남구 연일읍)씨는 "일회성으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기보다 꾸준한 안정화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쌀 가격을 좀 올려주고 고생하는 농민들을 도와주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오호태 남포항농협 조합장은 "그러지 않아도 쌀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농협미곡종합처리장도 부담이 된다"면서 "지난해 2억6천 만원 정도 적자를 입었는데 올해도 1~2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는 비단 남포항농협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주지역 모 농협의 쌀조합법인은 지난 2010년부터 올해까지 5년 동안 누적적자가 70여억원으로 집계됐다.

개인별 쌀소비량이 갈수록 줄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도 쌀이 풍작이지만 손실이 예상되는 셈이다.

수확기에 농가로부터 사들인 가격보다 이후 시장가격이 더 하락하는 '역계절진폭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농림축산식품부도 26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더 이상 쌀값이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쌀 20만t을 추가로 매입해 시장에서 격리키로 했다.

하지만 정부가 일회적으로 20만t을 매입해도 9만t 은 시장에 과잉공급될 전망이다.

김봉수 미곡종합처리장 대구·경북 운영협의회장은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면서 "단지 일회성으로 쌀을 시장으로부터 격리할 것이 아니라 식량자급률이 낮은 만큼 다른 작물농사로 유도하거나 해외원조와 대북지원 등 좀 더 획기적인 쌀 소비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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