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해사 스님들 경산시에 항의… "유적지 훼손" 탁상행정 비판

▲ 원효대사의 탄생지로 알려진 경산시 자인면의 조계종 사찰 '제석사' 뒤편에 2개동 33가구의 아파트 건립공사가 한창이다.

경북지역 전통사찰 바로 뒤편에 아파트 공사가 진행되면서 불교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 사찰은 해당 지역 지자체가 현창 사업을 벌이고 있는 인물의 탄생지여서 지자체의 건축 인·허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 불교계에 따르면 건설업체 E사는 경북 경산시 자인면의 조계종 사찰 '제석사' 뒤편에 2개동 33가구의 아파트 건립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1개동은 올 3월, 다른 1개동은 6월 경산시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았다.

문제는 신축 아파트가 제석사로부터 고작 25m 거리에 위치해 아파트가 완공되면 전통사찰의 포교와 신행활동에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불교계가 아파트 건립공사를 허가한 경산시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아파트 신축 예정지 바로 앞에 전통사찰이 위치해 있는데도 사찰측과의 사전 협의나 통보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경산시가 경산에서 탄생한 3명의 성현을 기리는 '삼성현 현창사업'을 추진하는 것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 불교계의 주장이다.

제석사는 신라 시대의 고승 원효대사의 탄생지에 세워진 유서 깊은 사찰이며 원효대사가 바로 경산의 삼성현 가운데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3일 은해사를 방문한 아파트 건설업자 A씨도 "제석사가 이렇게 중요한 사찰인 줄은 몰랐다"며 머리를 숙였다.

A씨는 특히, "건축허가 과정에서 경산시나 자인면 사무소의 누구도 이러한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면서 "제석사가 원효대사의 탄생지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다른 곳에 아파트를 지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제석사를 관할하는 조계종 제10교구 본사 은해사 주지 돈관스님을 비롯한 스님 10여 명은 3일 오후 최영조 경산시장을 방문해 경산시의 이율배반적인 행정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 이 자리에서 돈관스님은 "삼성현 현창사업을 한다면서 오히려 삼성현의 유적지를 훼손하고 있다"며 경산시의 탁상행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짓고 있는 아파트를 허물 수도, 제석사를 옮길 수도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제석사 보존대책 마련을 경산시에 촉구했다.

김윤섭 기자
김윤섭 기자 yskim@kyongbuk.com

경산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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