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산업단지 경쟁력 제고위해 지역자원 활용한 구조개편 필요 산·학·관 네트워크 구축 강화도

▲ 은호성 한국은행 포항본부장
우리나라는 1970년대 국가 주도의 중화학공업 육성정책 이래 특정산업을 포항, 울산, 구미, 거제, 여수, 광양 등 특정지역에 집적시키는 산업집적전략을 통해 단기간에 빠른 성장을 이룩해왔다. 그런데 산업도시 대부분이 최근 주력산업 및 기업이 흔들리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철강산업도시 포항도 철강산업과 지역기업의 부진이 장기간 이어짐에 따라 도시의 산업기반 뿐 아니라 식당이나 백화점 등 지역경제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지역 철강산업 및 기업들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대체로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으나 그 이후에는 성장동력이 계속 약화되고 있다. 중국의 철강생산능력이 세계 최대로 확충되고 일본철강업계가 부활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12년 이후 중국 경제성장 패러다임이 가공무역의 수출주도형에서 내수·서비스 중심의 성장전략으로 변경됨에 따라 지역 철강기업의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지역의 주력 철강제품 국내판매가 부진해진 가운데 글로벌 철강공급과잉, 중국발 저가경쟁심화,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금년 들어서는 수출마저 감소폭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이에 지역의 주요 기업들은 월드프리미엄제품의 생산비중을 늘리고 수익성이 낮은 생산라인을 폐쇄하는 한편 M&A, 수요처와의 협업 등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지역 철강기업들의 생산체제의 국내 조정과정이 개별기업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이나, 지역경제 전체 입장에서는 고용감소 등의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생산 구조조정이 포항이 아닌 당진 등 여타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또한 지역의 대기업은 대내외 여건변화에 어느 정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철강산업단지내 많은 중소기업들은 급속한 대내외 환경변화에 노출된 취약성을 보이고 있다.

지역사회는 지난 수 년간 지역경제가 철강산업 경기변동 충격에 의해 크게 흔들리는 것을 경험하면서 향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산업의 특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인가, 아니면 다양화로 갈 것인가를 폭넓게 논의해 왔다. 지금은 단절이냐 보존이냐의 이분법적 사고나 거창한 구호가 아닌, 포항 철강산업도시가 지속적으로 성장·유지돼야 한다는 대명제하에 외부충격에 의해 쉽게 흔들리는 지역경제의 취약성을 극복해 나가는 다음과 같은 실천적 노력이 긴요한 시점이다.

우선, 최근 지역철강기업의 생산체제 구조조정과정이 포항이 아닌 다른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점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포항시를 비롯한 지역사회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 구축에 최우선으로 나서야 한다.

둘째, 포항경제의 핵심축인 산업단지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지역 철강산업이 소재·중간재 생산에 그치지 않고 소비재까지 아우르는 진정한 철강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또한 지역이 갖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단순한 산업구조를 보완할 수 있는 구조개편 노력도 긴요하다. 이를 위해 지역내 수송유통망의 활성화와 더불어 항만배후단지도 물류망과 전략적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배후도시의 재생, 산업구조 개편 등과도 연계추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교육·문화·환경·주거 등 주민생활환경의 지속적인 개선과 대학, 연구소 등 지역의 혁신기반이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산·학·관간의 네트워크 구축 등의 혁신노력도 강화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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