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풍 시화전 육필 작품전 지역민에 짙은 향수 일으켜 병신년 새해 지역 문학 기대

▲ 하재영 시인
오늘 하루가 사라지면 내일이 새롭게 오늘로 등장한다. 이 사실은 평범한 진리이면서 지구가 사라지는 날까지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네덜란드의 철학자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말했다.

1632년 태생의 스피노자가 이런 말을 한 이후 아직까지 지구의 종말은 오지 않았다. 인간의 죽음으로 개인 삶의 종말은 왔지만 우주에 속한 지구는 그 끝이 어딘지 모를 곳으로 지금도 이동하고 있다.

양의 해 을미년(乙未年) 한 해를 보내는 12월에 들어서며 한 해를 결산하면서 새로운 계획을 설계한다. 모두가 송구영신(送舊迎新)이다.

포항 지역 문학과 관계된 일을 하면서 한 해를 되돌아보면 많은 행사와 문학무크 '포항문학'을 비롯하여 회원들은 여러 권의 작품집을 발간하여 더욱 빛난 한 해였다.

4월 쇳물백일장을 시작으로 평보백일장, 재생백일장, 보리누름행사, 거리문학축제, 그리고 12월까지 진행된 포항문예아카데미 운영 등 다양한 행사가 시민을 대상으로 릴레이 경주 배턴을 이어받듯 이어졌다.

문학은 시민을 대상으로 펼쳐지는 행사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작품 발표다. 문학인에게 있어서 작품은 피와 같은 존재다. 예술가가 작품을 창작하지 않는다면 이미 그는 예술가가 아니다. 그렇기에 문인은 끊임없이 작품을 창작해야만 하는 것이 존재 이유이며, 문학 작품을 통해서 독자와 소통한다.

해를 보내며 포항문인협회에서는 회원들의 '육필 작품전'을 열고 있다. 50여 편의 작품을 액자에 넣어 카페 벽에 걸어놓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전시를 준비하며 문학청년 시절에 시화전을 찾고, 시에 관심을 가지며 시화전에 참여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는 컴퓨터, 스마트 폰, 인터넷이 없던 시대였다. 남의 작품을 읽기 위해서는 책을 구하든, 아니면 교정(校庭), 다방 등에서 펼쳐지고 있는 시화전을 찾아야했다. 문청(文靑)들에게 그 코스는 필수 코스였다. 시를 짓고, 그림 잘 그리는 화가에게 시화를 부탁하고, 전시하는 과정은 아름답고 설레는 일이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시가 좌악 쏟아지는 시대에 복고풍의 시화전을 연다는 일은 작은 모험이었다.

그런데 뜻밖이었다. 육필 작품전을 관람한 사람들 대부분이 그 분위기에 촉촉이 젖었다. 짙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금빛향수'였다. 컴퓨터로 글을 쓰고 발표하는 시대에 육필 작품전은 색다른 볼거리였다.

한 편 한 편 개인의 독특한 필체로 쓴 작품은 햇살에 잘 영근 사과처럼 빛났다. 그 향에 취한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이런 분위기의 시화전을 해마다 보았으면 좋겠어요"

이제 얼마 후면 2016년 병신년(丙申年) 원숭이해가 달려온다.

한 해의 끄트머리에서 펼치고 있는 복고풍의 육필작품전은 그야말로 '금빛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금맥이기에 되돌아 본 행사 중 더욱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새해, 병신년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지역 문학이 우리의 눈앞에 전개될까?

그 자체가 하나의 창의적 사고를 요구하는 일임을 우리 문학인들은 너무 잘 알고 있기에 겨울밤이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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