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은 도시의 민낯 도시의 얼굴이 매력적이어야 기업도, 사람도 찾아온다

▲ 이한웅 PR스토리상상 대표
우리는 한파가 매몰차게 몰아치고 있는데다 포스코를 비롯한 지역 산업계의 매출도 뚝 떨어져 춥고 시린 계절을 보내고 있다. 이럴 때는 체온보다 더 따스하게 느껴지는 게 없다.

얼마 전 한국은행 포항본부는 보고서를 통해 포항경제의 활성화 방안과 관련, 지역 인적자본 확충을 핵심과제로 지적했다. 향후 인구 100만의 항구도시, 철강산업도시, 문화 관광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수인력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일리가 있다. 더 나아가 자치단체가 유명 문화예술인의 지역 유입 방안을 강구했으면 한다. 사실 산업구조의 특성상 업종별 입지조건과 관련성 없는 기업의 유치는 정말 어렵다. 기업유치는 지속적으로 추진하되, 우선 사람 모셔오기가 지역경제의 불을 지피는데 즉효가 있다.

특히 문화예술인의 유치는 숫자만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부가가치가 뒤따를 수 있다. 지난 9일부터 강원도 화천에서 세계 4대 겨울축제로 손꼽히는 '화천 산천어축제'가 개막돼 23일 간 진행된다. 산천어축제는 매년 1월 강원도 최북단 화천에서 열리는 축제로 전 세계 100만여명이 몰리는 인기축제로 CNN이 '겨울의 7대 불가사의'의 하나로 소개했다. 그 대박성공 뒤에는 일찌감치 화천으로 이사를 와서 터 잡고 있는 작가 이외수의 영향력도 크다. 산천어축제의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그는 직접 축제 콘텐츠에 참여할 뿐 아니라 트위터 등 SNS로 산천어축제와 화천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10여년전 조성된 이외수문학관을 찾는 관람객도 연간 3만명이 넘는다. 조용하던 강원도 산골이 소설가의 낙향으로 판이 바뀐 것이다. 그가 거주하는 감성마을에 문학관 말고도 도서관과 강의실, 방문객 센터가 들어섰고 전국에서 문하생들이 줄줄이 화천으로 들어오고 있으며 이외수를 담당하는 공무원까지 있다.

경북의 경우도 사람마케팅이 활발하다. 소설가 김주영을 배출한 청송군 객주문학관은 개관 1년여 만에 2만여명의 관람객이 찾았으며 이 발길은 인근 재래시장으로 이어져 지역경제에도 군불을 지피고 있다.

충남 논산시 황명선 시장은 논산 출신인 박범신 작가의 낙향을 몇 년째 설득한 끝에 얼마 전 고향으로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작가는 낙향후 전국 규모 문학행사를 열어 논산에 경제적으로도 보답하고 있다. 곧 충남문화재단이 추진 중인 프로젝트에도 참여해 금강을 주제로 인문학과 역사, 문화, 생태학적 조명에 도움을 줄 예정이다.

이처럼 자치단체들이 문화예술인유치에 공(功)을 들이는 것은 문화콘텐츠가 산업으로 정착되면서 국민 관심이 고조되고 있고 문화행사로 연계, 경제가 활성화되는 시너지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문화예술은 도시의 민낯이다. 도시의 얼굴이 매력적이어야 기업도, 사람도 찾아온다.

특히 바다를 비롯 농촌, 어촌, 산촌을 두루 갖춘 포항은 유명 예술인들이 탐내는 천혜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한 시인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 폐교에 문화예술인 창작촌을 조성해주면 달려올 작가들이 많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문화융성이 창조경제를 껴안을 '기회의 멍석'이 있다면 지금 깔아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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