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적자 등 극심한 철강경기 부진…지난해보다 매출 20% 급감

▲ 3일 오후 찬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죽도시장 한 어물전에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재원기자 jwkim@kyongbuk.com
"설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는데 오가는 손님만 많지 정작 물건 사야할 주부들은 지갑을 꽁꽁 닫았네요."

3일 오후 포항 죽도시장은 치솟은 물가에 놀란 주부들과 지갑이 꼭 닫힌 고객들로 매출을 걱정하는 상인들로 가득했다.

특히 찬바람이 몰아치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설 제수를 준비하려는 손님들로 북적였지만, 가격 흥정만 활발할 뿐 실제 거래는 띄엄띄엄 이뤄졌다.

장바구니를 들고 온 몇몇 주부들은 가격만 물어볼 뿐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다 결국 그냥 발걸음을 돌렸다.

마음 설레는 설을 앞두고 있지만 활기찬 모습을 보였던 지난해 추석과 달리 이번 설에는 주부들의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모습이었다.

이는 최근 포스코 등 지역철강업체들의 연이은 악재와 철강경기부진에 따른 극심한 경기 침체로 인해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제수용품 양을 줄여 딱 먹을 만큼만 사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연초 교육비 등 각종 가계지출이 늘면서 주부들이 가장 먼저 식비를 줄이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죽도시장 상인들에 따르면 올해 설 대목 매출이 지난해보다 20%가량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수용 생선의 경우 민어 1마리에 2만원·물가자미 12마리 2만원으로 지난해와 가격이 비슷하거나 5~10% 내렸지만, 소비량이 감소하면서 매출이 15~20% 줄었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한파 등 좋지 않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생물 생선과 채소 가격도 크게 올라 주부들의 마음을 무겁게했다.

지난달 25일까지 동해안 앞바다에 풍랑주의보가 내려져 조업 일수가 부족한 데다 수온까지 떨어지면서 조업이 제대로 안 돼 죽도 어시장에서 방어 1마리가 1만5천원에 거래되고, 고등어 가격도 3마리에 2만원까지 치솟았다.

동해안에서 중요 제수로 사용되는 문어 활어 가격도 이날 1㎏당 5만5000원까지 치솟아 평소 가격 1㎏당 2만5천원~3만원에 비해 2배 가까이 올랐다.

문어 상인 박모(55)씨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구매량도 많이 줄었다"면서 "그나마 팔리는 문어도 소형 위주로 팔려 대부분 물량을 서울 등 다른 지역 배달로 해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채소가격도 겨울 채소의 70~80%를 생산하는 제주도가 폭설과 한파로 큰 피해를 입면서 폭등했다.

무는 1자루(20㎏)에 2만4천원에 팔려 열흘전 가격인 1만2천원에 비해 배나 오르고, 청양고추도 열흘 전 보다 40%오른 1㎏에 2만원에 거래됐다.

1개당 500원 남짓하던 오이는 2천원으로 오르고 시금치와 부추도 1단에 8천원에 팔렸다.

이날 죽도시장을 찾은 손님 정모씨(58·여)는 "명절 때 친척들과 먹을 음식 장만하러 왔다가 가격이 너무 비싸 도저히 손이 가지 않는다"면서 "제수만 사고 최대한 소비를 줄여 장을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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