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문종 "공천에서 배제될 의원 많아"…비박계 "공천 장난치면 레임덕 빨라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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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이 26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20대 총선 대구·경북 지역 공천 신청자 면접을 했다. 이날 면접장에서 공관위 위원들이 예비후보들에게 질문하고 있다. 연합
새누리당판 'TK 목장의 결투'가 시작됐다.

미국 서부활극의 효시 격인 'OK 목장의 결투'는 영웅의 등장과 갱단의 반격, 복수, 정의의 집행으로 이뤄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서 현 정권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경북(TK)의 공천도 이 영화처럼 본격적인 총격전을 앞두고 있다.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다 친박 그룹에 의해 '배신의 정치'로 낙인 찍힌 유승민 의원이 있고, 2007년 대선 캠프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최경환 의원은 이른바 진박(眞朴) 후보를 지원사격하며 대놓고 유 의원에 포화를 퍼붓고 있다.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26일 TK 후보들에 대한 면접을 실시했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전날 공관위 면접 직후 TK 현역 물갈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구만 해도 (현역 의원이) 12명인데 6명밖에 안날아가겠느냐"면서 대대적인 '칼질'을 예고했다.

사무총장을 지낸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서 "이 위원장이 방향 자체는 잘 잡고 가고 있다"면서 "국민공천제에 의해서도 컷오프될 의원이 상당히 많이 있기 때문에 우선추천지역을 잘 배합해서 공천하면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 의원은 YTN라디오에서는 "잣대에 의해서 (후보들을) 평가해야 하고, 우선추천제는 틀림없이 필요하다"면서 "많은 의원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공천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 말했다.

당내에서는 TK에서 친박계 고령 다선 의원을 먼저 탈락시켜 명분을 쌓은 뒤 우선추천제를 활용해 물갈이폭을 확대할 것이라는 추측이 파다하다.

집권 후반기에 들어선 박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한 주춧돌로 TK를 삼겠다는 것이다.

▲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20대 총선 공천 신청자 면접심사에서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비롯한 공관위원들이 대구 수성구갑 김문수 예비후보를 면접하고 있다. 연합
반면, 비박계는 인위적인 컷오프에 무소속 출마도 불사할 태세다.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자기들 입맛대로 공천을 안주면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당선될 수 있다"면서 "친박계가 그런 식으로 장난치면 당도 망하고,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도 빨라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는 공천에서 배제된 현역 의원을 중심으로 '친박무소속연대', '친박연대'를 각각 결성해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 일각에서는 대구에서도 가장 당세가 가장 강한 수성갑 의원인 이 위원장이 제대로 지역 관리를 못해 야당에 뒤지고 있는데 '저성과자'를 걸러내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영남 지역의 한 중진 의원은 "이 위원장이 불출마한 이유는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를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라면서 "대구에서 의석을 빼앗긴다면 저성과자인 이 위원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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