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딸 이름 적힌 유서 발견 유족 "10여년간 가정불화" 진술

▲ 3일 오후 최모(40·여)씨와 최씨 딸 박모(15)양이 숨진 채 발견된 대구시 서구 중리동의 한 주택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연합
도박에 빠져 10여년간 가정불화를 겪던 40대 가장이 아내와 딸을 흉기로 살해하고 투신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3일 대구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11시23분께 대구 서구 중리동 2층 주택 거실에서 박모(46)씨의 아내 최모(40)씨와 딸(15)이 흉기에 10여차례씩 찔려 숨져 있는 것을 경찰이 발견했다. 피가 묻은 부엌칼도 발견됐다.

앞서 박씨는 2일 오전 11시20분께 강원도 정선 카지노 인근 펜션 근처로 렌트카를 몰고 가서 착화탄을 피우고 자살을 시도하다 행인에게 발견돼 원주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날 오후 9시께 병원 8층 옥상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차량에서 발견된 박씨의 유서에는 박씨 아내와 딸의 이름이 적혀 있었으며, "많이 많이 미안하다. 빠이빠이. 2016.3.2 끝났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박씨가 투신한 뒤 원주경찰서가 박씨의 아내에게 전화를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자 박씨의 직장동료에게 집을 방문할 것을 요청했으며, 출동한 119구급대원과 경찰이 거실에서 숨져 있는 박씨의 아내와 딸을 발견했다.

박씨 아내 유족과 박씨의 지인들은 경찰조사에서 "박씨가 바다이야기 등 도박에 빠져 있었고, 이로 인한 빚에 시달리면서 10여년 전부터 가정불화를 겪었다"고 진술했다.

박씨는 3주간 도시가스 배관 용접일을 나가지 않았으며, 지난달 29일 대구에서 렌트카를 빌려 강원도 정선으로 가서 1일까지 2차례 걸쳐 카지노를 출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박씨가 2월29일 가족을 살해했는지, 3월2일 살해했는지는 확인하고 있다"면서 "도박에 빠져 있던 박씨가 카지노도 자주 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유족의 진술 등을 토대로 박씨가 아내와 딸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구체적 살해 동기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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