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오항 기자
차떼기 정당이란 오명을 씻어내기 위해 천막당사를 꾸리고, 환골탈태를 도모했던 2004년 당시 한나라당은 총선정국을 앞두고 배수의 진을 친 형국이었다.

국민모두의 정치정서를 시궁창으로 몰아넣는 참담한 불법정치현장을 제공하며 공분을 샀다. 비난 수위는 하늘을 찌를 듯 했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를 맡았던 박근혜 대통령은 일엽편주에 몸(당)을 실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국민을 향해 "새롭게 거듭날 것"을 호소하며, 총선정국에서 121석을 건지며 기사회생한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났다. 20대 총선이 40일 남짓 남았다.

새누리당 공천을 받는 순간 육상트랙 출발선이 아닌 이미 결승전에 도달한 것이나 진배없는 운동장이 바로 경북지역이라 해도 반론이 없을 것이다.

바로 그 운동장에서 현역의원을 둘러싼 금품살포, 공천헌금 등 각종 의혹을 두고, 서로 간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등 혼탁선거가 절정을 이루고 있다. 유권자들의 싸늘한 시선이 정치권 전반의 불신으로 확대되는 조짐마저 일고 있다.

경북 고령·성주·칠곡군 지역구에서 야기되고 있는 내용이다.

"부도덕한 실상이 드러났다", "네거티브다", "공천권을 명분으로 기초, 광역의원을 쥐락펴락하는 행태의 전형"이라는 등의 섣부른 비난여론이 일고 있다. 정당공천제 폐지를 공론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역정가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12년 전 국민들로부터 외면받던 정당 이미지가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요동치는 민심을 정치권은 제대로 읽어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현역의원을 비롯한 예비후보자들에 대한 강도 높은 검증을 시작했다. 향후 정치발전의 초석을 어떻게 쌓아갈 것인지는 전적으로 정치권에 달려있다.

클린 공천지원단을 발족하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현역의원이 단장을 맡는 등 객관의 힘을 싣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기추상(持己秋霜)의 자세로 국민의 매서운 눈을 의식할 때 비로소 바른 정치가 뿌리를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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