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위한 감동을 원한다면 자신을 앞세우기보다 민생고 돌보는데 전력 다해야

▲ 곽성일 정경부 부국장
춘삼월의 대지에는 봄 볕이 가득 쏟아진다. 계절은 이미 봄으로 차 오르고 있다. 겨우내 수런거리던 생명의 몸짓들은 봄의 향기를 대지에 피워낼 채비에 분주하다.

새들도 봄을 반기는 즐거움이 노래 소리에 넘쳐난다. 나무도 새싹도 생명의 움틈을 위해 봄바람을 마주하고 있다. 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풍경이다.

자연의 섭리라는 것. 질서에 순응하는 것이다. 그것은 감동이기도 하다. 이렇듯 자연은 움트고 노래하고 감동한다.

그런데 인간은 봄이왔건만 여전히 겨울이다. 대지에는 감동을 주는 봄의 교향악이 들려오는데 인간들은 움켜쥐고 빼앗고 다투는 소리만 요란하다.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는 인간들에게 봄은 멀어만 보인다. 거대 여당 대표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고 한다.

자연은 봄을 노래하지만 정치인들에게 봄이 오지 않은 것은 그들만의 아귀다툼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로지 자신들의 미래만을 위한 이전투구로 밤을 지새운다.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30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철만 되면 어김없이 현란한 언어가 우리를 유혹한다.

얼마전 야당의원들의 국회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세간의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테러방지법이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고 몇 날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밤을 지새우며 릴레이 무제한 토론을 했다. 이 과정에서 마치 올림픽 기록이라도 경신한 듯이 부둥켜안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연출했다.

과연 그 눈물은 누구를 위한 눈물인지 묻고 싶다. 진정 국민을 위한 눈물이면 감동을 받을 만 하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자신의 정치활동을 부각시키거나 학창시절 이념토론을 추억하며 감동했다면 그 감동은 분명 그들만의 감동이었을 것이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감동을 원했다면 자신을 앞세우기보다는 평소에 침체된 경제로 생존의 위협을 받는 민생고를 되돌아보는데 전력을 기울였어야 한다. 테러방지법의 인권보다는 민생법안의 합리성을 따져보는 것이 국민들의 절박한 현실이다. 그렇게 국민을 위한다면 세비 인상에 여야가 만장일치 찬성을 할 것이 아니라 '동결'이나 '삭감' 등으로 고통분담을 솔선수범해야 한다. 특권을 내려놓는 것도 반대하며 국민 위에 군림하는 그들만의 특권에 감동 하고 있다.정치인들의 감동이 위험한 이유이다

상대가 누구이든 나와 나의 진영 이익에 걸림돌이면 언제든 제거를 해야 한다는 천민적 사고에 사로잡혀 있다. 이는 한국정치가 천민적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정치인들이 즐겨보는 TV프로는 '동물의 왕국'이라고 한다. 동물은 서로 생존을 위해 쫓기고 쫓는 약육강식의 세계에 살고 있다.

정치인들도 약육강식에 익숙해 있다. 그들은 늘 승리에 감동한다. 그 승리의 이면에 도사린 상처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승리만이 생존의 방편인 동물의 세계에 살고있다.

서로가 화합하고 공동의 꿈을 추구하는 인간의 세계완 거리가 멀다. 그래서 그들의 감동은 위험한 것이다. 이것이 그들의 감동을 막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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