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동해안 1천리를 가다] 동해·남해 정확한 경계점 설정, 표기 통일안 마련해야

▲ 동행 취재한 김윤배(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박사가 탐방객에게 설명하고 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해와 남해, 서해(황해)가 감싸고 있다. 역으로 보면 대한민국과 북한, 러시아, 일본 등이 동해를 감싸듯이 포진돼 있는 형세다.

동해는 4개국 모두에게 중요한 뱃길이며 확장과 방어를 하는 교두보 역할 등으로 지정학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위치에 있다.

지역 어민에게는 생업의 터전인 동시에 나라간 무역의 뱃길인 동해가 침략의 도구(길)로 활용된 양면성을 지닌 해역이었다.

부산광역시 오륙도~달맞이 고개 구간, 해파랑길에는 동해와 남해 가르는 경계표석이 있다. 정확히 부산시 용호동 해맞이 공원 내 오륙도가 보이는 해변에 설치됐다.

또, 해운대구 달맞이고개 해월정 앞에 또 하나의 동해와 남해를 나누는 경계점이 있다. 두 지역 직선거리는 약 8.3㎞ 떨어진 지점이다.

부산시 내에 동해와 남해의 경계점이 두 개가 존재한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부산시 남구청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해파랑길 사업을 시행하면서 지난 2010년 '부산 1구간'인 오륙도~달맞이 고개 구간 내에 동해와 남해를 나누는 경계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경계석을 설치했다.

부산의 또 다른 지자체인 해운대구도 달맞이고개가 동·남해의 경계라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산시 남구청 문화체육과 담당자는 "경계표지석을 설치 당시 국가 해양지명을 관리하는 해양수산부 산하 기관인 국립해양조사원의 경계를 반영해 설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립해양조사원은 설치 당시의 경계를 이후에 바꿨고, 해운대구는 바뀐 지점인 달맞이고개가 경계라고 홍보하고 나선 것이다.

이처럼 국립해양조사원에서 동·남해의 경계점을 이동시킨 것 뿐 아니라 정부 유관 기관인 국립수산과학원(NFRDI), 기상청(KMA), 해양환경관리공단(KOEM) 등은 통일성 없이 제마다 다른 경계지점을 적용, 동해와 남해를 가른다.



△기관별 동해·남해의 경계는

국립해양조사원은 2013년 동해안항로지에서 동해의 경계를 두만강 하구에서 남쪽 부산광역시 부산항 부근 고두말까지 연안을 정의한다고 밝혔다.

즉, 고두말은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달맞이 고개 인근 해안가를 기준으로 동·남해로 가른다.

그러나 2013년 이전에는 승두말(오륙도 인접)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부산시 내에서 두 개의 경계가 존재하게 됐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울산 울기등대~일본 가와지리 미사키(kawajiri misaki)를 잇는 선으로 동해와 남해로 가르는 시작점으로 정의하고 있다.

기상청은 부산광역시와 울산광역시의 해양경계점인 북위 35도 19분 40초, 동경 129도 18분 30초 지점과 북위 34도 동경 130도를 지나는 직선 기점으로 경계로 가른다. 이 지점은 고리 원자력본부 인접해상이다.

해양환경관리공단은 한반도 연안을 5개 구역으로 분리, 관리 중인데 동해와 대한 해협을 따로 구분돼 있어 동해의 남쪽 경계는 포항영일만을 기준으로 한다. 하지만 해양생태계 기본조사에서는 다르게 정의하고 있다.

지난해 해양환경관리공단 홈페이지에 따르면 '해양생태계 기본조사'에서는 동해의 정의를 우리나라 최북단(북위 38.5)에서 부산광역시 기장(북위 35.3도)까지를 정의하고 있다.
▲ 부산시 해운대구가 주장하는 동해·남해가 만나는 지점을 안내판에 표기 중이다.



△기관마다 틀린 동해 경계의 문제점은

이처럼 정부 출자 기관마다 모두 다르게 동해 기점을 표기하고 있어 면적과 국제적 표기에서 통일되지 않은 경계로 인해 자칫 혼란을 가져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각 기관별 서로 다른 동해의 지리적 범위 정의로 인해 상당한 면적 오차가 발생한다. 한 예로 국립수산과학원은 동해의 면적에 대해 100만7천600㎢, 평균 수심 1천684m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면적 등은 지리적 범위의 기준점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기관별 경계를 대략적으로 보면 국립수산과학원과 기상청 사이의 동해 남쪽 경계가 약 22㎞, 또 국립수산과학원과 국립해양조사원의 동해 남쪽경계는 약 44㎞의 직선거리 차이가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차이가 동해의 면적, 용적, 평균 수심 등 각종 통계적 자료의 차이를 불러 일으켜 종국엔 동해에 대한 통계 정보의 신뢰성 저하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동해의 가장 큰 화두는 국제적으로 동해표기문제다. 한일 양국은 사이에 두고 있는 바다를 두고 동해(일본해)로 서로 주장을 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바다의 경계와 이름을 다루는 국제수로기구인 IHO가 출판하는 대양과 바다의 경계(Limits of Oceans and Seas)에서는 동해를 일본어로 표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정부는 유엔 가입 직후인 1992년부터 유엔지명표준화회의를 통해 일본해를 동해로 표기 할 것을 요청했다.

또한, 국제사회에서 정부 및 민간단체는 동해표기 정당성에 대한 지속적인 요청 및 활동 등으로 미국 버지니아주 공립학교 교과서 속에 동해(East Sea)와 일본해(Sea of Japan)를 함께 표기하는 법안이 지난 2014년 7월 발효됐다.

이런 가시적인 성과 사례가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이 때문이라도 기관별 나눠져 있는 경계에 대한 명확한 잣대가 필요하다.

▲ 국내 기관별 동해·남해 기준점이 달라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 정확한 경계점 설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안은

전문가들은 국제사회에서 동해에 대한 권리와 지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확한 정의와 함께 동해에 대한 범위인식의 다변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의 경우, 한국과 북한, 일본, 러시아로 둘러싸인 바다로 정의하고 그에 따른 동해 전체에 대한 통계 자료를 제시하고 있지만, 다른 기관에서는 동해 전체 면적의 불과 약 12%에 해당하는 우리나라 관할수역 정도를 대상 해역으로 설정하고 동해 전체에 대한 세부적인 언급은 생략되고 있는 실정이다.

즉, 국제사회에서 일본해가 아닌 동해 표기를 주장하는 우리나라는 각 기관에서 우리영토만으로 축소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동해 경계의 명확성과 함께 전 세계에 알릴 동해의 범위를 정확히 구분 돼 진행해야 총성 없는 지명 전쟁에서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동해가 우리나라만의 바다가 아니라 북한, 일본, 러시아에 의해 둘러싸인 바다임을 고려할 때 동해 전체 해역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요구되며, 또한 동해의 해양학적 특성 등을 고려한 정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동행 취재한 김윤배(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박사는 "한국과 일본은 동해 표기를 둘러싸고 첨예한 의견대립을 이루고 있어, 동해의 올바른 홍보를 위해서라도 동해기준에 대한 국가적 통일안 시행을 위해 적극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국제 사회에 동해 표기의 정당성을 홍보하기 위해서는 동해 표기의 통일과 함께 역사적 정당성과 해양 과학적 학술 연구 성과를 통한 국제사회 홍보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전개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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