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관전포인트] ①초거대 여당 앞 야당 적전분열 양상 ②여권내 미래권력과 현재권력간 투쟁 ③28년만에 야당의원 탄생 가능할 지

4·13 총선은 연초부터 새누리당이 개헌선인 180석을 무난히 넘을 것이라는 예측 속에 시작되었다. 현재권력과 미래권력 간의 파워게임이 적나라하게 노출되며 유권자의 우려와 분노를 자아내기도 했지만 이 예측은 아직까지 유효하다. 그것은 야당이 초거대 여당 앞에서 적전 분열한 형태로 총선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20대 총선은 호남과 수도권이라는 두 전략적 격전지를 중심으로 치러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대구는 이번 총선 구도에서는 주변부이다. 충천권과 수도권에서 일여다야의 구도로 전개되는 선거양상은 소선거구제 하에서는 두 야당에게 역부족 일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말이다. 중원을 내팽개치고 고향집에서 밥그릇 싸움하는 두 야당을 새누리당과 유권자들은 얼마나 가소롭게 보고 있을까? 보수는 부패해서 망하고 진보는 분열해서 망한다더니, 헐!

대구는 1988년 제13대 총선부터 2012년 제19대 총선까지 24년간 단 한 명의 야권 의원도 당선시키지 않은 대한민국 보수의 아성이며 새누리당 최후의 보루이다. 물론 자민련이나 무소속 의원이 당선된 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야권이라기보다는 범여권이라고 보아야 옳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후유증으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던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조차 대구에서는 한나라당이 12석 전체를 완벽하게 석권한 바 있다.

그렇지만 그래서 대구는 항상 역대 여권 권력투쟁의 중심지가 되기도 하였다. 김영삼 대통령 재임시절인 1996년 제15대 총선에서는 신한국당이 총 13석 중 2석밖에 확보하지 못하고 자민련이 9석, 무소속이 2석을 확보하는 등 문민정부가 대구전투에서 대참패를 하였으며 이명박 정부에서는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박근혜계를 공천 배제하고 대구의 정치질서를 재편하고자 하였으나 친박연대의 생환과 박근혜계 의원들의 강력한 저항으로 오히려 박근혜 대권가도의 기반을 제공하기도 하였다.

이번 유승민계에 대한 공천배제도 1990년 삼당통합 이후 매번 대구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여권 내 미래권력과 현재권력간의 권력투쟁의 반복으로 보인다. 김대중, 노무현을 제외한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재임시절에 매번 대구에서 보수 내 갈등의 양상이 반복적으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물론 결과도 반복될 것 같다. 진박 6총사의 요란한 출범에 비해 현재의 상황은 초라하다. 3명만 후보등록을 하였을 뿐인데 그마저도 당선이 유력한 곳은 한 곳 뿐이고 나머지는 무소속 후보와 박빙 경합 중이다.

사실 대구 유권자들은 중앙 정치무대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삼당 통합 후 여권의 절대 우세 지역이기는 하지만 비합리적 공천 배제의 시도를 대구의 유권자들은 한 번도 허락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대구는 중앙정치에 휘둘리지 않는 강력한 정치 자생력을 가진 '자생적 보수'지역이다. 중앙당이 공천만 하면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비아냥거림은 대구의 보수 정치역량에 대한 과소평가임이 분명하다. 대구 유권자들은 총선을 통해서 이미 두 번 유권자 기반의 정치질서를 탄생시킨 경험이 있다. 그리고 이번에도 새누리당의 공천내용과는 별개로 유권자들의 자생적 판단에 따른 정치질서가 탄생될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대구 유권자는 보수에서 가장 멀어 보이는 혁신적 보수 세력과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통합과 화해를 외치는 합리적 진보세력을 동시에 주목하고 있다. 1988년 13대 총선 이후 28년간 단 한 번도 진입을 허락하지 않았던 야당의원의 탄생을 허락할 지도 모른다. 그래서 2016년 대구 총선에서는 한국 정치사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미세한 바람이 느껴진다. 미세하지만 아주 없는 신호라고 할까? 혁신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의 전국적 아이콘인 두 후보가 나란히 정치생명을 건 사투를 벌이고 있고 대구의 유권자들도 이를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청량한 바람, 상생의 정치질서와 철학이 대구에서 싹을 틔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미워도 다시 한 번!

소통과 상생의 봄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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