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자백 확보…"1월 선발시험 앞두고 시험 의뢰받은 업체 침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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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청사에 침입해 성적을 조작한 혐의로 체포된 7급 공무원 수험생 송 모(26) 씨가 6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를 나가고 있다. 연합
인사혁신처 사무실에 들어가 자신의 공무원 시험 성적을 조작한 송모(26)씨가 그에 앞서 지역에서 치른 응시생 선발시험에서는 문제지와 답안지를 사전에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8일 송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사실을 자백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제주지역 A대학을 다닌 송씨가 학교 추천을 받아 '국가공무원 지역인재 7급' 응시자로 선발된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도 수사해 오는 과정에서 이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지역인재 7급 공채는 지역 대학에서 우수 인재를 추천받아 뽑는 제도로, 서류전형과 필기시험인 PSAT, 면접시험 등으로 구성된다.

송씨가 국가공무원 7급 시험의 예비시험 격으로 지역 대학의 추천을 받는 과정에서 이같은 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인사혁신처의 공무원 시험관리상의 허점이 다시 노정된 셈이다.

A대는 서울의 한 공무원 시험 강의업체에 의뢰해 PSAT와 같은 유형의 시험을 치러 추천 대상을 선발했다. 송씨도 1월 이 시험에 응시해 추천 대상으로 뽑혔다.

송씨는 3월5일 인사처가 주관한 본 시험에서는 과락(40점)을 간신히 넘는 45점을 받았다. 그러나 1월 선발시험 점수는 81점으로 응시자 중 최상위권이었다.

경찰은 두 시험 간 점수차가 너무 크다는 점에서 문제지가 유출됐거나 답안지가 조작됐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송씨와 A대를 상대로 사실관계를 파악했다.

경찰이 송씨의 휴대전화 사용 내역을 확인한 결과, 1월 8일부터 10일까지 그가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선발시험일은 같은 달 23일이었다.

경찰은 당시 신림동에 간 이유를 송씨에게 집중적으로 추궁한 끝에 그가 시험 문제를 낸 업체에 들어가 문제지 1부와 답안지 2부를 훔쳤다는 자백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송씨가 업체에 들어간 정확한 일시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1월 8∼10일께 들어가 문제지 1부와 답안지 2부를 훔쳤다고 진술했다"며 "자세한 내용은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자백을 받아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송씨를 상대로 업체 사무실에 어떻게 침입했는지, 훔친 시험지와 답안지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경찰은 송씨 진술을 검증하고자 선발시험 문제를 낸 강의업체도 조사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를 상대로 사무실 보안관리 실태를 파악하고, 건물 내 폐쇄회로(CC)TV 영상이 있으면 이를 입수해 송씨의 동선을 확인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A대측은 "공무원 선발시험 강의업체인 모 법학원측과 계약을 맺고 시험지를 받았는데 이 시험지는 당시 이 업체가 1월23일 시행한 전국모의고사때 사용한 문제지와 같은 것"이라며 "이에 따라 업체측으로 부터 보안각서도 받았다"고 말했다.

이 대학측은 "지역인재 추천과 관련해 전반적으로 과정이나 선발 등에 대해 전면 재검토할 작정"이라며 "추천대상자에 대한 심층면접을 통해서 인성에 문제가 없는지 골라낼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송씨는 3월26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내 인사처 채용관리과 사무실에 침입해 채용 담당자 컴퓨터를 조작, 자신의 필기시험 성적을 합격권으로 올리고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추가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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