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 거쳐 31년만에 야당 깃발 꽂아…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

▲ 13일 실시된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대구 수성갑 선거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범어네거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당선 확실 소식을 듣고 기뻐하고 있다. 유홍근기자 hgyu@kyongbuk.com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대구 수성갑 선거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새누리당 김문수 후보에 압승을 거두며 당선을 확정지었다.

수성갑 선거구는 여·야의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김부겸·김문수 후보가 일찌감치 맛대결을 펼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받아왔던 지역이다.

수성갑은 현정권의 심장부이자 대구 정치의 1번지다.

당초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박빙의 대결이 예상됐지만 결과는 야당의 김부겸 후보의 압승으로 결론났다.

이에따라 대구지역에서 정통 야당출신이 31년만에 당선되는 새역사를 기록했으며 소선거구제하에서는 45년 만이다. 보수 진영의 본진인 대구에서 제1야당의 정치인이 당선되기까지는 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2014년 대구시장 선거 당시 각종 여론조사 결과 김 후보가 완승할 것으로 나타났지만 결과는 15%포인트 차로 패배했다.

따라서 이번 총선에는 김문수 후보와의 여론조사 격차가 벌어졌어도 조용하면서 신중하게 유권자에게 '침투'하는 전략을 펼쳤다.

야권에게 '험지 중의 험지'인 대구에서 보낸 김부겸 당선인의 4년은 그야말로 조용한 선거였다.

나 홀로 동네를 다니며 바닥을 다졌고 저녁마다 술집을 돌며 소주 잔과 막걸리 잔을 마다하지 않았다.

또, 한밤중에도 유권자가 오라면 달려갔고 하루 50군데 이상의 가정집과 사무실을 돌며 유권자들과 직접 대면하며 손을 맞잡았다.

이같은 피나는 노력 결과 여당의 텃밭인 대구에서 여권의 잠룡으로 거론되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누르고 3번의 도전끝에 승리를 거머쥐었다.

경기도 군포에서 3선을 지낸 김부겸 당선인은 "고향인 대구로 내려가 민주당의 마지막 과제인 지역주의를 넘어서겠다"다며 2012년 4월 총선에서 대구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패배의 쓴잔을 마셨으며 2년 뒤 대구시장 선거에서도 수성구 지역에서 이겼지만 대구전체 지지율에서 권영진 대구시장에게 패했다.

하지만 대구에서 보낸 김부겸 당선인의 4년은 헛되지 않았고 이번 당선으로 일약 유력한 대권 주자로 부상했다.

김부겸 후보는 당선이 확정되자 "대구시민이 야당의원을 탄생시켜 새역사 쓰셨다"며 "오늘은 여러분이 승리하신 날"이라고 당선소감을 밝혔다.

김 당선인은 "(대구)여당만 있어서는 정체될 뿐이며 야당이 같이 있어야 발전할 수 있다"며 "여야 협력을 통해 대구를 다시 한 번 일으켜 세우라는 대구 시민의 명령에 순명하겠으며 저부터 손을 내밀고 자세를 낮추겠다"고 공존과 상생의 정치를 열어갈 것을 약속했다.

또, "야권의 분열이 해결되야 하고 계파정치 행태가 일소되는 등 야당이 거듭나야 한다"며 "지난 4년 동안 민심의 바다에서 한국 정치가 무엇을 못 보고, 무엇을 제대로 못 했는지 처절하게 깨달았다"고 자세를 낮췄다.

김 당선인은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누는 정치를 넘어 여야가 협력할 때는 협력하고 싸울 때라도 분명한 대안을 내놓고 싸우는 정치를 하겠다"며 "더 이상 지역주의도, 진영논리도 거부하겠으며 오직 국민만 바라보는 정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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