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지난 정치의 평가물 다수의 의견을 수용하면서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해야

물이나 협곡(峽谷) 따위의 장애물을 건너거나 질러갈 수 있도록 두 지점을 연결한 구조물을 다리라고 한다.

다리를 건너야 저쪽 세상으로 갈 수 있는 것이 세상 이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다를 것 같은 다리 저쪽 세상은 항상 미지의 세계였다. 궁금하고, 무엇인가 있을 것 같은 새로운 세상으로 가기 위해서는 도도히 흐르는 물 위를 건너야 했다. 가고 싶은 저쪽까지 다리를 놓는 일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동원돼야 하고, 큰돈이 들어가야 한다.

서울 한강의 강북과 강남을 잇는 다리도 그렇고 뭍과 섬을 연결하는 다리 역시 마찬가지다.

선거는 다수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치가에게 전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며 나 대신 일할 일꾼을 뽑는 다리를 놓는 일이다. 마을과 마을을 잇는 다리처럼 선거는 인간 삶의 현재를 미래로 연결해 주는 다리다. 민주주의에서 선거를 서슴지 않고 '민주주의의 꽃'이라 표현한다. 정치를 제대로 했는지 안 했는지는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정치를 평가할 수 있는 대표적인 수단이 선거란 사실에 사람들은 공감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선거 결과는 지난 정치에 대한 평가이면서 결과물이다.

지난 4월 13일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다.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 선거 후의 결과는 미지의 세계였다. 집권 여당이 다수를 차지해 무난한 정치 행보를 할 것인지, 아니면 야당이 더 많은 표를 얻을 것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선거에 참여한 한 명 한 명 백성들은 선거를 하면서도 선거 전과 선거 후의 세상이 크게 변할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하지만 뜻밖이었다.

300석의 의석에서 더불어 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으로 최종 결과가 나왔을 때에야 언론은 '여당 참패', '박근혜 정부 응징' 등 현 집권의 정치 형태에 대한 비판적 표현을 회초리처럼 휘둘렀다.

국민은 누가 정치를 하든 평화롭게 잘 사는 것을 원하고, 잘 살 수 있도록 통치 하는 사람을 적극 지지할 수 밖에 없다.

결과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정권 말기 레임덕을 걱정한다. 대통령이 후반기 국정 능력을 슬기롭게 운영하기 위한 답은 분명 선거 결과에 나와 있다. 대북 문제를 포함한 국제 관계의 지난한 문제에서 국익 추구를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리고 산적한 국내 문제 해결을 위해서 어떤 수순을 밟을 것인지.

무엇보다 대통령과 여당은 지혜를 모아서 설득을 통한 통솔로 난국을 타개해야 할 것이다.

국민은 당리당략만 추구하는 이전투구(泥田鬪狗) 정당을 절대 원하지 않는다. 비전 있는 정치는 소통하면서 다수의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넓은 그릇의 정치다. 그것은 독선의 길에서 파생하는 갈등이 아니라 합의에 따른 일 추진이다.

선거를 오늘의 상황을 미래로 잇는 다리라 생각하면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에 대해 환영하고, 이상향의 새로운 세계로 들어설 수 있는 튼튼한 다리가 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그 방법은 뽑은 대표를 믿고 적극 후원하면서 자신의 일에 충실할 때다.

힘 없을 것 같은 한 표 한 표의 힘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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