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남획 엎친데 중국 어선 불법조업 덮쳐...생산량 60% 이상 급감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물고기가 사라지고 있다.
어린 물고기를 많이 잡아온 결과 우리 수산자원은 급속히 고갈되고 있다.
1960년대 1천520만t이던 수산자원량은 지난해 800만t 정도로 반토막이 났으며 10년 전 162만t을 넘던 연근해 어획량은 지난해 106만t으로 급감했다.

어획량 감소에 최근 들어 한우보다 비싼 생선이 돼 버린 갈치가 대표적이다.

지구온난화의 영향과 더불어 마구잡이로 잡아들이는 남획이 문제로 조사에 따르면 연근해 주요 어종 대부분이 60% 이상 줄었다.

명태는 2008년 이후 전혀 잡히지 않아 사라진 어종이 됐고, 쥐치는 90% 이상이 줄어 고갈 상태이며 정어리도 99% 어획량이 줄었고 병어는 86%, 갈치는 75.3%가 줄었다.

이에 대부분의 어종이 자취를 감추거나 사라질 위기에 놓여 전체 어획량도 줄어들고 있다.

국내 어선들끼리의 경쟁도 치열하지만 중국 어선들까지 불법으로 싹쓸이 조업을 하면서 물고기의 씨가 마르고 있습니다. 곧 연근해 주요 어종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연근해의 물고기가 사라지는 제일 큰 원인은 어린 물고기 남획 때문으로 보인다.

산란기 이전의 치어를 잡아버리면 물고기가 알을 낳을 기회를 상실해 수산자원 재생산이 이뤄지지 않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에서는 ‘제2의 명태 사태’를 막기 위해 갈치 (18cm 이하), 고등어(21cm 이하), 참조기(15cm 이하), 말쥐치(18cm 이하) 등 40개 어종은 연중 시기에 관계 없이 기준 크기 이상인 경우에만 잡는 것이 허용된다.

포획 금지 규정을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지난해 미성어(未成魚) 어획 비율은 저인망 기준으로 갈치와 참조기가 각각 85.4%, 89.1%에 달하며, 고등어는 대형선망 기준 37.4%에 이른다. 산란을 시작하는 최소한의 몸길이인 최소 성숙 체장은 갈치 18㎝, 고등어 21㎝, 참조기 15㎝다.

미성어가 많이 잡히는 어종의 전체 어획량은 줄고 있다.

우리가 현재 먹고 있는 노가리나 쥐포는 거의 수입산이다. 노가리는 명태의 새끼다.

과거 우리는 우리 바다에서 노가리를 마구 잡아들였고 결국 오늘날 우리 바다에서 명태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이에 해양수산부가 오는 2020년까지 동해에서 낚은 명태를 우리 국민의 식탁에 올린다는 목표로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으며 올해 초 어린 명태 2만여 마리를 동해안에 방류한 바 있다.

‘국민 생선’으로 불리던 명태는 20여 년 전부터 한반도 주변 바다에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1980년대 연간 2만8000t 수준이던 명태 어획량도 급격히 감소해 작년에 우리 바다에서 잡힌 명태는 3t에 그쳤다.

해수 온도의 상승으로 한류성 어종인 명태가 북쪽 바다로 옮겨갔다는 주장도 있지만 지나친 남획이 명태 씨를 말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어업종사자들은 “명태 알로 만든 명란젓부터 술안주용 노가리(새끼 명태)까지 치어, 성어를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잡아들인 탓에 어종 생태계가 무너졌다”고 말하고 있다

이밖에 어린 갈치인 풀치도 갈치 어획량의 80~90%를 차지하고 있으며 갯장어와 참홍어의 어린 물고기 비중도 80%가 넘는다.

어린 물고기 남획으로 인한 수산자원 고갈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1990년대 이후 유럽에서도 청어 등의 고갈 문제가 큰 이슈가 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유럽 국가들은 함께 모여 수산자원 회복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수산자원을 지속적으로 관리했다.

그 결과 현재 청어 어획량은 이전 수준으로 회복돼 네덜란드를 찾는 여행객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청어(dutch herring)를 즐길 수 있게 됐다.

국립수산과학원 조사에 따르면 최근 잡히는 갈치, 참조기 10마리 중 8, 9마리, 고등어와 살오징어는 10마리 중 3마리 이상이 어린 물고기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어린 물고기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어민들이 잡힌 치어를 놔주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어린 물고기를 뼈째로 썰어 ‘세꼬시 회’로 내는 식당들도 여전히 남아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한국의 바다에서 풍요로운 어종을 유지하려면 국민과 어민,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앞으로 어린 물고기가 시장에서 유통되지 않도록 관리를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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