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같은 참외밭 갈아 엎는다"…정부 일방통행 분노 표출

참외 값이 금 값인 막바지 수확철. 성주군 월항면 한 참외농가가 농사를 접고 참외 밭을 갈아 엎었다. 갈아 엎은 흙 위로 말라 비틀러진 참외가 굴러다니고 있다.
정부의 일방적인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결정에 분노한 성주 농민들이 결국 자신들의 목숨과도 같은 참외밭을 갈아엎기로 했다.

막바지 수확 철로 접어들면서 생산량이 줄어들어 참외 값이 금값인 이 시기에 참외밭을 갈아엎기로 한 농민들의 뜨거운 분노는 한 여름 태양도 물리칠 기세였다.

오는 30일 성주 사드 배치 철회 투쟁위원회가 트랙터 30대를 동원해 사드 배치 지역인 성산리 일대 참외밭을 갈아엎기로 한 가운데 28일 찾은 월항면 참외 단지에는 이미 참외밭을 갈아엎은 하우스가 심심치 않게 발견됐다.

또한 갈아엎은 참외밭 주위로는 애타는 농민들의 마음을 보여주듯 말라비틀어진 참외, 속이 터진 참외가 여기저기 버려져 있었다.

전자레인지 참외, 사드 참외, 전자파 참외 등으로 이미 생존권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성주 참외 농가 농민들은 “성주 지역 사드 배치는 참외 농가뿐 아니라 이와 관련된 산업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성주군민 전체를 몰살시키겠다는 것”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성산리 일대에서 참외농사를 짓고 있는 정 모(60) 씨는 “정부가 성주군민들의 말을 계속 무시한다면 참외 100박스를 청와대에 들이붓던지 트랙터로 사드가 배치되는 기지 앞을 겹겹이 막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좀처럼 분노를 삭이지 못한 정 씨는 “성주에 사드를 배치한다는 소식을 들은 후부터 불안감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고통을 호소했다.

실제로 날벼락 같은 성주 사드 배치 소식은 참외 출하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성주군 한 농산물 유통센터에서 성주가 사드 배치 지역으로 유력하다는 소식이 처음 전해진 11일 참외 거래량은 1만823 상자 (10KG)로, 10일 1만 3천476 상자에 비해 2천 600여 상자가 줄었다.

이어 12일 9천 상자, 13일 9천900 상자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7천 상자, 1만1천 상자에 비해 많게는 하루 8천여 상자까지 줄었다.

센터 관계자는 “올해 사드로 인한 참외 거래량 감소는 지난해 비슷한 시기의 메르스 때보다 더 심각하다”며 “참외 출하가 거의 마무리되는 올해 7월 말 기준, 지난 해에 비해 거래금액은 50억 원, 거래량은 10%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아직 성주에 사드 배치가 시작되지도 않았다는 점”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성주에 사드가 배치되면 전국 생산의 70%를 차지하는 성주 참외 농가의 몰락은 시간문제”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성주군 참외 생산량은 16만460t, 이로 인한 소득은 4천억 원 대로 군 전체 소득의 절반 가까이 될 만큼 성주 참외 농가는 성주군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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