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명기독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 배경도

얼마 전 방영된 SBS 시사프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수면제의 일종인 졸피뎀 사용과 관련된 몇몇 심각한 피해 사례들이 다뤄졌는데, 졸피뎀 사용자들이 자다가 깨서 음식을 먹거나, 자다가 했던 행동을 다음 날 기억을 못하고, 심지어 자살을 유발할 수 있다는 내용도 있어서 시청자들에게는 충격적으로 전달되어진 것 같다.

그 방송 이후로 실제로 진료실에서는 불면증으로 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불안 반응이 다양하게 관찰되었는데, 자신이 복용 중인 수면제가 졸피뎀이 아니라서 다행스러워하는 이들, 졸피뎀 처방에 대하여 항의에 가까운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이들, 그런 부작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면증으로 인한 고통을 피하기 위하여 복용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방송의 성격상 강한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은 이해가 되고 방송 내용에 동의하는 부분도 있기는 했지만, 극단적인 사례들로 다소 선정적으로 편집이 이뤄지다 보니, 졸피뎀을 조심스럽게 사용하는 대다수의 환자들에게 과도한 불안과 혼동이라는 일종의 ‘방송 부작용’을 초래하게 되었다. 방송에서 다뤄진 것처럼 졸피뎀의 부작용으로 수면 식이행동이나 무기억 행동 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졸피뎀뿐만 아니라 다른 계열의 수면제들에서도 공통으로 나타나는 문제들이다. 

또한, 자살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의약품 시판 후 조사들을 통해서 안전성을 밝히는 것이 우선순위임에도 불구하고 방송은 이미 결론을 내버리고 여론몰이를 하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처방 되는 수면제인데, 이는 졸피뎀이 수면 유도 효과가 좋으면서도 기존의 벤조디아제핀 계통 수면제들에 비해서 내성과 의존성이 낮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현재까지 출시된 수면제들 중에서는 그나마 졸피뎀이 가장 안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이는 소비자에게 최적의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서 기업으로부터의 로비를 철저히 차단하고, 비교 연구를 위해서 기업이 제공하는 샘플도 받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미국의 컨슈머 리포트가 연속해서 소비자를 위한 최적의 수면제(Best Buy)로 선택한 것이 바로 졸피뎀이었다는 사실에서도 어느 정도 확인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곧 졸피뎀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임상에서는 이 약에 부작용을 보이거나 의존성을 보이는 환자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된다. 따라서 수면제 사용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가장 안전하게 처방하고 복용한다는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사들도 수면제 처방에 있어서 지금보다 더 신중을 기해야 하고 환자들도 수면제라는 너무 쉬운 방법에 익숙해지지 않도록 적당한 운동과 규칙적인 수면 스케줄 확립을 위한 노력, 인지행동요법과 같이 비약물적인 방법으로 대체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현실적인 이유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수면제를 복용해야 한다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안전 수칙을 지켜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수면제 복용은 꼭 취침 전에만 하고, 약 복용 이후에는 곧바로 침대에 들고 다른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 술과의 병용은 반드시 피해야 하고, 처방된 것 이상으로 용량을 올리거나 다른 수면 관련 약을 혼합하는 것도 금물이다. 수면제 복용 후에는 절대로 차 운전이나 위험한 기계 조작을 해서는 안 된다. 또한, 수면제 복용 후로 이전에 없던 부작용을 경험하는 것이 있으면 꼭 의사에게 보고해야 한다. 수면제의 복용 기간과 용량을 계속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른 약들처럼 수면제도 잘 쓰면 약이 되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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