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속·퇴적물 범벅…어패류 보금자리 파괴된 '죽음의 강'
이날 환경단체와 함께 석포제련소 주변을 둘러 보면서 실제 눈으로 확인한 낙동강은 환경전문가가 아니라도 오염된 모습을 너무나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붉은 빛깔의 퇴적물이 수십 미터에 걸쳐 쌓여 있었고 석포제련소 공장과 연결된 하수도에선 하얗게 거품 찌꺼기가 띠를 형성하고 있었다.
강 속의 모습은 더욱 심각했다.
부유물이 가라앉은 하천은 겉보기에는 깨끗해 보였지만, 물속에 발을 담그자 말자 시꺼먼 찌꺼기들이 떠올라 조금 전 맑은 물은 찾아볼 수 없었으며, 매캐한 냄새가 올라와 코끝을 자극하면서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강은 흐르고 있지만 쏘가리, 꺽지, 동자개, 모래무지, 동사리, 다슬기 등 1급수의 지표이며, 낙동강을 대표해 왔던 수생 어패류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각종 수치가 말하는 낙동강 상류 오염 실태
2010년 광해관리공단이 봉화 석포면에서 안동시 도산면까지 90㎞ 구간을 조사한 결과 모두 175개 지점에서 광물찌꺼기 퇴적물이 발견됐다.
양은 무려 1만5천t, 25t 트럭 600대 분량으로 낙동강 수계에 있는 광산 60 여 곳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조사가 끝난 지 6년이 지났지만 수거 작업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12년 5월 18일 경상북도의회 행정 보건복지위를 비롯해 녹색환경과, 보건환경연구원, 산림환경연구원, 봉화군 등이 석포제련소 인근 지역을 조사했다.
당시 조사에서도 제련소 주변 토양의 카드뮴 오염 수치가 최고 19.7㎎/㎏, 최저 4.9㎎/㎏으로 나타났다.
아연은 최고 1천848.2㎎/㎏, 최저 737.1㎎/㎏으로 조사됐다.
2014년 환경운동연합·환경안전건강연구소의 석포제련소 주변 토양 조사 결과에서도 시료를 채취 분석한 6개 지점 중에서 토양 환경보전법의 카드뮴(Cd) 토양오염 우려 기준(4ppm)을 초과한 곳이 3곳으로 나타났다.
아연(Zn)의 경우 토양오염 우려 기준(300ppm)을 초과한 곳이 2곳이었고, 2곳은 토양오염 대책 기준(900ppm)까지 초과했다.
특히 석포제련소 주변 토양은 충북 서천군의 옛 장항제련소 주변 토양 중금속 수치도 초과했다.
발암물질인 카드뮴에 노출될 경우 기관지염, 폐기종, 폐렴 등 독감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난다.
또 폐부종, 폐암 및 신장손상, 전립선암, 신장암, 단백뇨, 빈혈, 후각 상실, 골다공증, 골연화증 등이 유발된다.
아연에 만성적으로 노출될 경우 빈혈, 간 손상, 신장 손상 등의 증상이 뒤따른다.
봉화군 석포면에서 안동댐 상류 마을까지 흐르는 낙동강의 현 실태를 바라보는 취재진은 마치 ‘죽음의 강’이라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강 주변에는 붕어와 잉어 등 물고기가 죽어 말라 비틀어져 있거나 물속에서 썩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심지어 낙동강 생태계를 이루고 살아가던 고라니와 백로, 두루미, 왜가리 등의 사체를 강바닥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으며, 독극물과 중금속, 물고기들의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또 일부 하천 바닥에서는 검붉은 기름띠가 나타나고 있었다.
2014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인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영풍 석포제련소 중앙 특별 기동 단속 결과(2014년 9월 29~30일)’에서 석포제련소는 ‘특정 수질유해물질 공공수역 유출’과 ‘지정 폐기물 주변 환경 오염’ 등 4건의 환경관련법을 위반해 특정 수질유해물질을 외부로 유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석포제련소는‘나 몰라라’하며 돈벌이에만 급급한 채 환경오염에 대한 여론에 귀를 닫고 있어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