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이란 미명아래 자행된 자연·생태 파괴 영남지역 생존 위협 부메랑되어 돌아오다

▲ 봉화 석포 제련소에서 안동댐까지 90km를 흐르는 낙동강 상류의 중금속 오염 실태는 심각했다.
낙동강은 1천300만 명 영남인에겐 생명의 젖줄이다.

‘윗 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도 있듯이 말 그대로를 낙동강에 비유해 풀이하면 낙동강 상류가 맑아야 낙동강을 식수로 사용하는 1천300만 명의 영남인들이 마음 놓고 마실 수 있다.

하지만 경북일보가 지난 6월부터 3개월 동안 낙동강 상류 90㎞를 취재한 결과 인간에게 잠재된 개발의 욕심이 자연과 생태계 파괴로 이어졌고 이는 곧 다시 부메랑처럼 인간에게 되돌아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인간의 낙동에 버린 오염찌꺼기는 수십 년 동안 하천 바닥에 퇴적물과 쌓여 중금속 덩어리가 돼 버린 것이다.
본지와 동행취재에서 석포제련소 인근 하천에서 퇴적물을 채위하고 있는 대한하천학회 박창근 회장(가운데 연두색 티셔츠)

낙동강 상류 생태계가 파괴되고 이제는 결국 상류 인근 지역 주민들까지 원인 모를 병마와 싸우게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된 원인 규명 없이 오늘도 하늘만 탓하며 억울한 삶을 살아가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취재 하면서 비록 외국 사례지만 1960년대 카드뮴에 장기 노출되었던 지역주민들이 심한 요통과 고 관절통, 점차 사지와 늑골의 병적 골절, 전신위축, 폐기종 등 합병증으로 258명이 카드뮴 중독증을 보여 128명이 사망해 일본을 발칵 뒤집어 놓은 이타이이타이병의 주범으로 지목된 동방 아연제련소를 문을 닫게 한 일본의 국민을 위한 정책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하늘에서 본 봉화 석포 제련소


△ 중금속에 신음하는 석포 제련소 근로자와 주변 사람들

석포 제련소는 황산과 염산 등 10가지의 유독 화학물질을 사용해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황산 소비·판매량이 연간 65만 t이다.

46년간 봉화에서 공장을 가동해 오염물질 배출 논란을 일으켰던 영풍 석포 제련소 공장은 낙동강 상류 물고기 폐사 등의 주원인으로 지목됐다.

경북일보 취재진은 환경단체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4대강 조사위원회와 함께 지난 6월 9일 석포면 석포 제련소 일대 토양과 인접한 낙동강 퇴적도를 채취에 동행 취재했다.

4대강 조사위원회에서 채취물을 분석한 결과 퇴적토는 카드뮴과 비소, 아연 등으로 심각하게 오염돼 토양환경 보전법상의 오염기준치를 모두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결과에서 제 2 제련소 앞 낙동강 퇴적토 중금속 농도현황은 4등급 1개 이상으로 ‘매우 나쁨’ 상태로 나타났다.

특히 제3공장 옆 담장 주변 토양에서는 아연(Zn)이 토양오염대책 기준 1800㎎/㎏을 초과한 2561.5㎎/㎏으로 제3공장 역시 기준치를 상회 하고 있어 토양정화 및 복원대책 수립이 필요한 지역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이처럼 중금속 덩어리로 포장된 석포 제련소로 인해 이미 오래전부터 공장 근로자들과 지역 주민들은 중금속 중독으로 인한 병을 호소하고 있다.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의원(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주)영풍 석포제련소의 작업환경 측정결과’에 의하면 석포 제련소 노동자 4명의 아황산가스 측정치가 노출기준(2ppm)을 초과했다.

특히 2000년에 실시 된 건강진단결과, 석포 제련소 생산팀에 근무하는 최 모씨(당시 49세)의 경우 혈중 카드뮴 농도가 노출 지표에 무려 7배가량 초과한 것으로 조사, 중독판정 1년 만에 별다른 치료 없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뮴에 과다 노출 시 등빼와 손발, 관절이 아프고 뼈가 약해져 잘 부러지는 공해병인 ‘이따이이따이병’의 발병 원인이 된다.

아연의 경우는 과다 섭취 시 독성이 발생할 수 있는 중금속으로 세계보건기구(WTO)는 아연의 1일 섭취 권장량을 성인 15~17mg, 소아(7~9세)는 4.5mg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같은 해 대구 고용노동청이 내놓은 석포 제련소와 협력사 등을 대상으로 직업병 유소견자 발생 조사에서도 소음과 광물성 분진, 카드뮴 등으로 매년 노동자 20명 이상이 직업병 유소견자 증상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석포 제련소 하청 업체에서 퇴직한 한 익명을 요구한 근로자는 “석포 제련소 중금속 취급 부서에서 15년 이상 근무하다 소화기 계통의 질병이 악화 돼 2000년대 퇴직한 남 모씨와 여 모씨는 회사에서 직업병 요양신청도 해주지 않아 퇴직금으로 치료를 받다가 퇴직 몇 개월 후 사망 했으며, 5년 이상 조액팀에서 근무하다 간장 질환 때문에 퇴직한 유 모씨는 97년에 사망하는 등 많은 근로자가 중금속 오염으로 사망했거나 지금도 병을 앓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도별 직업병 유소견자 증상을 보인 근로자로는 2012년 26명, 2013년 25명, 2014년 21명 등으로 파악됐다.

봉화군의회 이상식 의원은 “근로자는 물론이고 공장 부근에는 아황산가스와 아연분진 등이 날려서 바위는 부식되어 갈라지는 등 암 유발 물질로 인근 주민들이 석포 제련소의 시커먼 연기와 가스에 포위되어 두통, 고혈압, 다리 저림으로 병원 신세까지 지고 있다”며“전 환경부 장관 등을 전관예우로 영입해 사외 이사제도를 운영하는 막강 석포 제련소에 피해 주민들은 ‘ 풍전등화’ 신세나 마찬가지로 피해자들은 조차 드러내 놓고 말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으로 정부 차원의 조속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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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동시 도산면 서부리 ‘예끼 마을’ 사람들

안동댐 상류에 있는 안동시 도산면 서부리 예끼 마을

195가구 380여 명의 주민이 사는 이 마을은 중금속으로 오염된 퇴적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당한 동네로 손꼽히고 있다.

7일 이태규 낙동강 사랑환경보존회장과 마을을 방문한 취재진은 동네 할머니와 문턱 아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박복암(77)씨를 만났다.

박 할아버지는 전라도에서 이곳으로 이사 온 지도 60여 년이 되었다고 했으며, 10년 전 중풍이 와 거동이 불편했다.

“이 마을에는 노인들이 대다수야. 방금 제일 젊은 양반이 오토바이 타고 가잖아. 아마 이른 둘인가…. 10년 후면 사람이 없을 거야. 아기 울음소리가 없는 동네야.”

할아버지는 수몰 전부터 군청에 다녀 이 동네 내력을 잘 알고 있었다.

“올해 들어 12명이 병으로 죽어 나갔어. 한 집 건너 병든 사람들밖에 없어. 마을에 들어오는 사람은 없고 죽어 나가는 사람밖에 없어. 지금 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공사 인부들이야.”

“왜 이 마을에 병든 사람들이 많으냐?”라는 취재진에 질문에 할아버지는 “그거 우리도 잘 몰라. 왜 그런지 따지려 하지도 않고 따지려는 인물도 없어.”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안동댐에서 취수한 물을 언제부터 먹었느냐?”고 묻자 할아버지는 “내가 아마 군청에 다닐 때지. 여기서 한 10Km 되려나. 안동댐에서 물을 끌어왔지. 저 뒷산까지. 그때 공사 현장을 봐서 알아. 약품을 얼마나 넣었는지 물에서 냄새가 지독했어. 안동시에서 2013년부터 수돗물이 들어 오고부터는 얼마나 물맛이 있는지”

이 마을 주민들은 안동댐 상류 9㎞ 위쪽에 낙동강 물을 20년 동안 식수로 사용했다.

식수로 사용하면 다른 지역 마을 주민들에 비해 많은 주민이 중금속 오염으로 나타날 수 있는 중풍과 관절에 탈이나 고통에 괴로워했다.

현재 중풍이나 관절염을 앓고 있는 사람만 해도 150여 명에 이르며, 이 암으로 죽음을 맞은 주민들도 수 십여 명이다.

낙동강 사랑환경보존회와 마을 주민들은 중금속에 오염된 낙동강을 오랫동안 식수로 사용해 재앙이 발생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환경 역학조사 조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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