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유휴공간, 창작공간으로 안착…입주 작가 자립심 키워야

2016092201010006901.jpeg
▲ 또따또가_40계단 지구별 아트마켓
부산 지역 유휴공간에 마련된 창작공간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예술로 마을재생을 꾀한 것이다.

부산문화재단은 ‘홍티아트센터’, ‘원도심 창작공간 또따또가’, ‘감만창의문화촌’ 등을 통해 예술가들에게 안정적인 창작공간과 여건을 제공하고, 인근 공단 근로자·지역주민에게 질 높은 문화예술교육 및 체험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2016092201010006904.jpeg
▲ 또따또가 예술축전 퍼포먼스

△원도심 창작공간 또따또가

원도심 창작공간 또따또가를 찾는 관광객들은 ‘지도 한 장 들고 보물찾기’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중구 중앙동 40계단 일대 골목 구석구석 흩어져 있는 80여곳 창작공간, 200여명 예술가 모두를 찾기 위해서는 ‘또따또가 아트맵’을 이용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과거 부산의 행정 중심지였지만 1990년대 후반 부산시청 등 주요 행정기관 이전과 도시 확장으로 공동화 현상을 겪었다. 빈 점포와 사무실 등 유휴공간이 늘어났고 원도심 낙후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또따또가는 2010년부터 이 지역 골목마다 퍼진 공실을 활용해 작가마다 다양한 창작공간을 마련하면서 시작됐다. 그래서 또따또가의 창작공간은 40계단 인근 건물에 분산돼있는 것.

곳곳에 자리한 예술가들은 시민들과 물리적, 심리적 거리를 좁히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했고, 덕분에 원도심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까지 하게 됐다.

입주 공간별, 작가별로 고유창작 활동과 전시, 공연, 출판, 상영회 등 골목축제가 상시적으로 열린다.

시민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비타민C’ 등 작가별 다양한 강좌는 매회 만원을 이뤘고, 40계단 거리에서 버스킹 등 공연이 있을 때면 구경꾼들이 거리에 빼곡할 정도다.

최근 상가를 중심으로 한 공생문화 프로그램이나 점심시간을 이용한 거리마켓, 콘서트, 이벤트 등 거리문화행사도 인기다.

하지만, 매년 입주작가가 달라지고, 작가별 기획서와 지역상황을 맞추다 보니 정해진 날짜는 없다.

또따또가에 대한 대내외적인 평가는 긍정적이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지역문화브랜드 대상에 이어 지난 6월 제2회 멕시코시티 국제문화상에서 심사위원단 특별상을 수상했다.

지역 예술가들에게는 안정된 작업 여건을 제공하고, 시민들에게는 쉽게 예술작품을 즐길 수 있도록 점, 새로 짓지 않고 기존 시설물을 그대로 활용하는 점과 민간이 자율적으로 운영한다는 점에서 국내외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16092201010006924.jpeg
▲ '2016 홍티아트센터 오픈스튜지오'가 지난 2일부터 19일까지 열렸다.

△ 홍티아트센터&홍티문화공원

사하구 다대동 삭막한 무지개공단 내 작은 예술공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2013년 부산에서는 처음으로 공단 근로자들을 위해 마련한 문화예술창작공간인 ‘홍티아트센터&홍티문화공원’이다.

‘홍티’는 무지개언덕이라는 이 마을 이름에서 유래됐다. 주변은 기계공단이다.

홍티아트센터 앞마당으로 꾸며진 홍티문화공원은 염전을 연상시키는 둔벙전시공간(둔벙은 웅덩이란 의미)이다. 옛날 논두렁길을 본뜬 산책길 곳곳에 예술작품과 잔디광장, 휴게공간이 마련돼 삭막한 공단에 잠시나마 여유를 즐길 수 있다.

홍티아트센터는 예술인들이 거주하면서 창작활동을 펼치는 레지던스 창작공간이다.

대지 6천787㎡, 건물연면적 1천357㎡ 규모에 전시실, 공동작업장, 스튜디오 1~5, 작가연구실 1~6, 세미나실, 커뮤니티홀 등을 갖추고 있다.

현재 프랑스, 일본, 한국 등 국내외 입주예술가 4기 6명이 상주해 있다. 이들에게는 스튜디오와 작가연구실, 그리고 비평가 및 교수들과의 멘토링 매칭 등이 제공된다.

입주예술가들은 섬유, 돌, 철재 등 무지개공단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을 이용해 예술작품을 만들고, ‘홍티예풍’ 같은 시민 참여 프로그램에도 참여한다.

올 상반기에는 근로자들과 인근공단의 쓰레기 수거해 작품을 만드는 ‘보물찾기’와 지역민들과 공기주머니를 만들어서 배 모양 설치미술을 만드는 ‘배를 띄워라’ 등을 진행했다.

또한 지난 2일 시민들이 함께 작품을 만들어 19일까지 ‘2016 오픈스튜디오’를 열었다. 이번 전시에는 1~4기 대표 작품들도 함께 선보였다.

오는 10월부터 매주 토요일에는 박상덕 작가가 사하구청과 연계해 방리역 공간에 달걀판을 이용해 휴게시설을 만들 예정이다.

공단 내에 위치한 만큼 근로자, 그리고 주민들의 문화예술 소통공간을 꾀한 것이다.

한편, 사하구는 올해 초 홍티예술촌 건립을 위한 첫 삽을 떴다. 총 사업비 48억 원 가운데 올해 커뮤니티와 창작 거주 공간 마련에 16억7000만 원을 투입한다. 2017년 준공할 예정이다.

홍티예술촌은 홍티아트센터가 해 오던 예술창작활동과 마을과의 예술적 교류 기능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에 홍티포구 어촌마을의 지역자산도 연계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 홍티아트센터, 홍티예술촌, 마을회관 등이 들어서는 홍티마을 1만3천㎥ 일원을 하나의 관광·예술마을로 재탄생시키는 개념이다.



△ 복합문화공간 ‘F 1963’도 기대

이 외에도 최근 부산 도심 폐공장이 복합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을 꾀하고 있다.

부산시와 고려제강은 지난달 23일 고려제강 옛 수영공장에서 복합문화공간 ‘F 1963’ 조성과 운영을 위한 업무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복합문화공간 ‘F 1963’ 조성사업은 폐 산업시설인 고려제강 옛 수영공장을 민관이 함께 사회문화적 가치와 기능을 가진 공간으로 재창조해 전시, 공연, 교육, 상업, 휴식 기능이 합쳐진 공간으로 만드는 사업이다.

특히 이 사업은 민관 협력 문화재생사업의 첫 사례로 꼽힌다.

기업이 주도해 시민을 위해 문화시설을 확충하고 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업 메세나 활동의 대표 사례로 주목을 받고 있다.

수영공장이 있는 수영구 망미동 지역은 도심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도 문화시설이 부족하고 지역개발이 더딘 지역이다.

이곳에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하면 지역 주민의 문화 갈증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려제강 수영공장은 고려제강 모태가 되는 공장으로, 1963년부터 2008년까지 50년 넘게 와이어로프를 생산해왔다.

2014년 부산비엔날레 특별 전시장으로 사용된 것을 계기로 수영공장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김병기 부산시 문화관광국장은 “고려제강 수영공장의 새로운 변신에 시민과 예술인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며 “복합문화공간 ‘F 1963’이 대만 가오슝 보얼예술특구, 영국 테이트모던미술관에 버금가는 세계적 수준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관련기사
남현정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