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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경미
정치경제부 차장대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정부가 내수 시장을 살리기 위해 한국판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표방해 ‘2016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한창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의 미흡함을 보완해 지난달 29일부터 33일간 대규모 할인행사에 외래 관광객 맞춤형 행사, 한류 문화축제 등 국내 최초의 글로벌 쇼핑관광축제라 부르며 대대적인 홍보를 펼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9일부터 11일간 전국 백화점·대형마트·온라인 쇼핑몰·제조업체까지 참여시켜 판을 키운 ‘대규모 특별 할인 기간’을 열어 굳게 닫힌 소비자의 지갑 열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에 매출이 오르는 등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9일부터 닷새간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이 전년 대비 15.7%, 10.4% 각각 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내국인은 11월 말 열리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를 기다리는 등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눈치다.

원하는 제품을 면세점 가격 정도에 살 수 있을 까 기대하며 백화점 등을 찾았지만, 할인 비율이 높지 않은 데다 특정 제품에만 소액 할인하거나 아예 할인조차 하지 않은 매장이 많아서다.

이와 함께 백화점의 경우 가을 정기 세일과 크게 다른 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이월 상품 위주의 할인 판매라며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고객을 끌기 위한 일명 ‘미끼 상품’마저도 평소 정기 세일 기간의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전자제품 역시 할인 판매를 한다지만 실상 기능을 단순화해 만든 행사용 기획 상품이 많을 뿐 아니라 같은 모델이라도 온라인 가격이 더 저렴하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정부가 400개가 넘는 전통시장을 참여시켰지만, 일부 시장을 제외하고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평가도 돌고 있다.

이처럼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는 아직도 갈 길이 먼 듯하다.

미국은 유통업체가 제조업체로부터 직매입해 판매하는 구조라 다음 신제품이 나오기 전에 파격 할인을 해서라도 재고를 없애야 해 평균 할인율이 50%에 달하고 최고 90% 수준의 할인 상품도 종종 나온다.

반면 우리나라는 유통업체가 판매 수수료만 챙기다 보니 이번 코리아 세일 페스타의 대부분 할인 폭이 20~30%에 그쳤다.

이에 따라 정부가 보여주기식 행사에서 벗어나 제도 자체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제조 업체는 재고 정리 차원에서 제품을 저렴하게 내놓고 유통업체도 마진폭을 줄여 고통을 나눠야 한다”면서 “이름만 거창한 일시적인 행사가 아닌 소비자를 위해 내실을 다지는 등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아직은 자리를 잡아가는 초기 단계라 괜찮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소비자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행사로 거듭나기 위해 지금이야말로 정부뿐 아니라 제조업체, 유통업체 등이 서로 힘을 합쳐 함께 고민하며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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