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산·오름…신이 빚은 제주, 도시민 마음 힐링처

▲ 물색이 아름답기호 널리 알려진 제주 협재해수욕장 전경.

제주도(제주특별자치도)는 한국의 부속 도서(섬) 중에 가장 크다. 아울러 한국령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이다. 그런데 분위기가 한국 본토와 다르게 이국(異國)적이다. 제주도는 근래에 와서 단순히 아름다운 곳, 힐링의 곳으로 머물지 않고 살기 좋은 곳으로 떠오르고 있다. 황금만능시대에 돈도 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 중 서귀포시는 명품감귤로 고소득 농가가 많기로 1등이다. 통계청과 전국 시도가 공동으로 조사한 ‘2015 농림어업총조사’결과에 따르면 시군 단위로 서귀포시는 전국에서 첫 번째로 많았다.


서귀포시 효돈동 남쪽 마을은 제주도네서 살기 좋은 곳으로 손꼽히는 정겨운 마을이다. 수렵과 채집을 하면서 떠돌던 고대인이 가장 정착하여 살고 싶은 곳이 아니었을까. 따뜻하고 숲이 우거진 냇가 그리고 바다에서 얻을 수 있는 해산물들이 있어 생존의 터전으로 더없이 좋았을 것이다. 지석묘가 있는 것으로 보아 신석기시대 이후 사람이 살기 시작 했으리라. 하효마을은 고려시대 탐라 16개 속현 중 하나인 호아현의 관아가 있었다. 하효리에서 멀리 떨어진 돈내코 인근 지역에 힐링 휴양림으로 각광을 받는 편백나무 숲이 울창하다. 마을 사람들이 자치적으로 이루었다고 하니 한국새마을운동의 발상지가 아닌가. 마을공동체의 역량을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이기도 하다.

제주시 애월읍(涯月邑)도 살기 좋은 곳으로 소문나 이주민들이 속속 들어온다. 애월리에 있는 애월읍사무소는 시원한 해변을 풍광으로 한 건축물이 아름답다.

애월읍 용흥리는 마을 전체를 품으면서 창구터 짐빌레 무남동산. 제안이동산 난그못 쇠죽이못으로 좌우 청룡 백호로 뻗어 있는 품안에 둥지를 틀어 놓은 지세다.

애월읍 유수암리는 옛날, 항몽삼별초군과 함께 따라온 고승이 절산 아래 샘을 따라서 조그마한 암자를 지어 태암감당(泰岩龕堂)이라 이름 짓고 살기 시작한 설촌이 시초라고 한다. 조선 시대에 이 지역에 목장지대로 목자와 화전민들이 거문이물 주위로 모여들어 한 마을(거문덕이)됐다. 그 후에 1590년 경, 이 지방 좌수 홍덕수가 많은 사람들을 이주시켜 유수암천을 중심으로 모여 살게 했는데 지금까지 이어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애월읍 항파두리 토성은 몽고에 항거하여 싸우다 죽은 사람들의 혼이 남아 있다. 여몽연합군에 대항해봤자 패배가 확실하지만 삼별초는 살기위한 굴복보다 싸우다 죽는 길을 택했던 고려 무인들의 마지막 기개가 서려있다.

제주는 힐링으로 한국에서 단연 최고의 땅으로 꼽힌다. 언제 가도 좋지만, 최고의 계절은 단연 초가을이다. 바람이 덜 불고 폭설이 없어서다. 바다와 산, 그리고 오름으로 이뤄진 다채로운 풍경은 그림을 스케치 감이요 문학청년들의 글감이다. 제주가 매력적인 건 이런 빼어난 천연자원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개발한 제주인들의 노력도 한몫했다. 제주의 옛길을 이어붙여 만든 올레길은 전국적인 걷기 열풍을 이끌었고, 지자체마다 도보여행길 붐으로 이어졌다.

제주에 매혹돼 이 곳 저 곳을 다니다 날이 어두워 길을 잃고 헤메면서 또 다른 제주의 밤 풍경을 발견했다. 어둠 속에서 제주의 산복도로 숲길을 승용차로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반딧불이가 날아다니고 청아한 풀벌레 소리가 그득한 숲길에 감탄이 질러진다. 한밤중에 올려다보는 제주의 밤하늘의 별은 우주의 장엄함을 실감하게 했다.

제주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은 오름을 꼽는다. 제주에는 용눈이오름 등 오름이 많다. 오름은 야트막한 언덕 같은 구릉이다. 제주 전역에 386개나 된다는 오름에는 억새와 각종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저마다 장기자랑을 하듯이 피어난다. 오름에 올라 능선이 그려내는 곡선은 풍만한 여성의 가슴보다 ‘관능적’이다. 능선에 기대어 있는 남성처럼 억센 억새의 물결침은 장관이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는 시야의 장쾌함을 보지 않은 자에게 무어라 설명하겠는가. 그 중 군산오름은 1천년 전 고려 목종 때 화산폭발로 솟아난 높이 335m 오름이다.

제주 해변의 아름다움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고, 저마다의 독특한 정취가 빼어나다. 곳곳의 해변의 늦은 시간에는 구름이 낙조에 벌겋게 물들어 있는 모습이 지천에 널려 있다. 곽지과물해변은 바다가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하다. 협재는 물색이 아름답기로 널리 알려졌다. 협재의 바다는 밀물 때보다 바다가 멀리 나간 썰물 때 몇 배나 더 아름답다. 곽지과물해변에는 용천수가 나온다. 빗물이 지하로 스며든 후에 땅 속을 흐르다가 암석이나 지층의 틈새를 통해 지표로 솟아나는 민물이다. 해변으로 이어지는 해안에는 바닷가에 지어진 낮은 집들이 늘어서 있는데, 해녀들이 하는 횟집에서 비싸지 않는 가격으로 싱싱한 횟감을 맛볼 수 있다.

제주도 서귀포시 산록남로(호근동 산1번지) ‘서귀포 치유의 숲’ 은 힐링처로 안성맞춤. 제주의 곶자왈에 분포되어 있는 난대림, 온대림, 한대림의 다양한 색상과 평균 수령 60년 이상 된 편백 나무숲이 전국에서 두 번째로 크다고 한다. 옛 화전민 거주지와 밭을 경계석으로 한 돌담, 표고버섯 재배했던 흔적 등 문화체험과 치유 건강이 동시에 가능한 치유의 숲이다. 일대 산림청 국유림 174㏊에 조성한 치유의 숲은 숲길을 걷고 ‘숲의 멜로디와 함께 차 마시기’ 등 치유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해발 320∼760m인 이곳에는 난대림, 온대림, 한대림이 골고루 분포한다. 편백과 삼나무숲, 빽빽이 들어선 동백나무 숲이 인상적이다. 치유의 숲에 들어선 힐링센터에서는 산림치유사의 도움으로 족욕 등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고 삼나무로 지은 힐링하우스에서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놀멍, 쉬멍, 엄부랑, 산도록 치유숲길, 가베또롱 돌담길 등 제주어로 이름을 붙인 9개 치유숲길도 만들었다. 길이는 0.7∼1.9㎞로 길지 않게 조성했다.

박명숙(55·대구수성구지산동)씨는 “도시에서 놀란 뇌를 원래 상태로 돌려 놓은 것 같아 말 그대로 힐링이 되는 것 같아 정말 좋다”며 “많은 분이 이곳에서 치유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곳에 와서 늘 머릿속에 무언가를 생각하는 생각을 내려놓았다고 고백했다. 숲에서 살살 불어오는 바람맞으며 새소리 들으며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에 안성맞춤이어서 삶에 지치고 세상에 찌든 사람을 원래대로 되돌려 놓는 기문을 느낀다.

화산섬 제주도는 돌의 고장이다. 사람들이 사는 집이나 울타리도 제주도에 풍부한 현무암을 이용해 만들었다. 제주의 사람들은 돌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슬기롭게 살아왔다. 제주시 조천읍 남조로에 있는 제주 돌문화 공원은 이러한 제주의 돌문화를 집대성한 역사와 문화의 공간이다. 제주 돌문화 공원은 제주의 형성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물이 있는 돌 박물관과 돌문화 전시관, 그리고 야외 전시관으로 나뉜다. 제주도의 지질학적 형성 과정과 제주도에 있는 암석의 기원에 대해서도 자세히 볼 수 있다. 제주돌문화공원은 한 때 문화관광부가 실시한 문화 생태 관광자원 평가에서, 전국우수사례 A등급을 받았다.

제주도에는 박물관 올레길 걷기, 맛집기행, 건축기행거리가 즐비하다. ‘아티스틱 제주’에는 조각가, 건축가, 화가의 작품이 널려 있다. 방주교회와 본태박물관은 세계적 건축가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방주교회는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이 설계한 작품으로 2010년 한국 건축가협회 대상을 수상했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를 형상화했다. 물 위에 떠있는 배를 나타내기 위해 얕은 수조를 만들었고 그 가운데 교회 건물을 세웠다.

파도를 헤치고 나가는 커다란 방주가 순항하는 듯 보이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가 떠오른다. 지붕 또한 햇빛과 날씨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이타미 준은 방주교회와 함께 핀크스 골프 클럽하우스, 비오토피아 박물관을 자연친화적으로 설계해 2003년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슈발리에를 수상했다.

옛날에는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했던 제주도의 자연은 그 어떤 것도 대신할 수 없는 장대함이 있다. 자연을 신(神)이 만들었다면 그 위대함에 찬탄을 금할 수 없다. 여기에 인간의 역작(力作)을 더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노는 제주’가 아니라 ‘보는 제주’, ‘즐기는 제주’로 더해가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김정모 기자
김정모 기자 kjm@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으로 대통령실, 국회, 정당, 경제계, 중앙부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