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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기환 동해안권 본부장
9.12지진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천년고도 경주가 점차 지진 여파에서 벗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세계적인 역사문화관광 도시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정부, 지자체, 시민이 합심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안전경주’ 홍보가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는 듯하다.

보문관광단지 인근 펜션을 비롯한 숙박업소 투숙률이 예년 같지는 않지만, 점차 회복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주요 관광지도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다시 이어지면서 썰렁한 모습에서 벗어나 활기를 되찾고 있다.

5천여 건에 이르는 각종 피해 시설물에 대한 복구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어, 경주가 점차 지진 충격에서 벗어나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숙박업소를 비롯한 관광업 종사자들은 여전히 시름에 빠져있다.

지진에 대한 과잉 공포로 막연한 불안감을 느낀 관광객들이 의아해하면서 경주 방문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진 발생 초기 마치 ‘유령도시’처럼 썰렁했던 모습은 아니지만, 아직도 관광경기가 꽁꽁 얼어붙어 있어 시민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재작년 세월호와 작년 메르스 악재에 이어 지진 충격까지 경험한 시민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한창 성수기로 수학여행단과 단체관광객들로 북적여야 할 불국사 숙박업소의 충격은 더욱 심하다.

잇따른 여진에 불안해하는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경주 수학여행을 거부하면서, 대부분 업소가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성수기 한철 영업으로 일 년을 살아가야 하는 관광종사자들의 시름이 깊을 수밖에 없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다양한 방법으로 ‘안전 경주’를 외치며, 관광객 유치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불안해하는 관광객들이 좀처럼 발걸음을 돌리지 않고 있어, 고도 경주의 관광경기가 제자리를 못 찾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오래 지속하면 지역 관광산업 경기가 깊은 수렁에 빠질 우려가 있다.

상황이 더 이상 악화하기 전에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이 위기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관광객들이 경주를 다시 찾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보다도 경주가 안전하다는 이미지를 강력하게 심어주는 것이다.

정부와 자치단체, 시민 모두가 힘을 합쳐 경주지역 관광과 숙박시설이 안전하다는 것을 더욱더 적극적으로 전파해, 관광객들이 안심하고 경주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민들에게도 안전하다는 인식이 들도록 안전대비 매뉴얼 등을 제대로 알려 두려움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시민들이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외지인이 경주를 찾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지진 전문가를 초청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지진지식 교육을 지속해서 실시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각종 홍보활동과 마케팅을 통해서도 경주가 평온하다는 것을 국내외에 널리 알려야 한다.

비록 큰 충격과 피해를 입은 아픈 경험을 했지만, 언젠가 밀려올 관광객들을 위해 이번 경험을 잊지 않아야 한다.

종사자들이 지진 대처능력을 좀 더 키우고, 의식을 전환한다면 예전보다 오히려 더 많은 관광객이 찾아올 수도 있다.

가만있어도 관광객이 몰려온다는 안이한 발상으로는 관광객 2천만 명 시대가 요원할 수도 있다.

바가지요금과 무뚝뚝하면서도 불친절한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모든 관광객이 안전하고 기분 좋은 관광을 할 수 있도록 종사자들 스스로 변해야 한다.

그래야만 2천 년을 지켜온 역사문화관광 도시 경주가 활기를 되찾고 사랑받는 도시가 될 수 있다.

황기환 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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