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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信不立…6·29 선언식 결단 필요하다
無信不立…6·29 선언식 결단 필요하다
  • 김정모 서울취재본부장
  • 승인 2016년 11월 09일 09시 35분
  • 지면게재일 2016년 11월 09일 수요일
  • 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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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정국, 대안을 말한다 (상) 무엇이 문제인가, 처방을 위한 진단

오는 12일 서울 도심에서 장외 집회가 열린다. 혁명전야와 같다. 11일까지 정국 해법이 마련되지 않으면 안 되는 절체절명의 골든타임이다. 이에 앞서 본지는 9, 10, 11일자에 ‘흔들리는 정국 대안을 말한다’라는 정국 진단과 해법을 싣는다.

“위대하게 보이든 박대통령이 이제는 하찮게 보인다.”(대구시 북구 침산동 79세 노파)

“우리 국민은 무당에게 놀아난 ‘꼭두각시 공주’의 어리광을 받아주는 개돼지가 아니다”(대구 시내 한 여고생)

“내정을 제대로 못하는 수반이 어떻게 국제무대에서 외교를 할 수 있나. 박근혜 대통령은 모든 권한을 내려놓아야 한다”(서울대 728명의 교수 시국선언문)

“남한 대통령의 조언자가 체포됐다. 그녀는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기업에게 큰 돈을 빼앗았다”(뉴욕타임스)

박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정당성을 잃고 있지는 않은가.

나라와 정치의 요소를 묻는 제자들의 질문에 공자는 ‘신(信),식(食),병(兵)’이라고 대답한다. 가장 중요한 것이 신(信)이라고 했다. 박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믿음을 상실했다는 것은 박 대통령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제를 택하고 있는 국가의 위기다.

최순실사태로 갈길 잃고 헤매는 정국이다. 현행 헌법(1987년 제6공화국헌법)하에서 선출한 6번째 대통령하에서 가장 큰 위기다. 믿고 싶지 않지만 최씨라는 사인(私人)이 대통령을 조종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렇다. 더 나아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골격인 민주공화국을 부정한 것이다. 이 나라는 법에 의해서 통치하는 법치국가인데 사인의 수작(手作)에 의해서 인사 등 통치가 이뤄졌다면 말이다. 서투른 사안(私案)이 청와대로 와서 국사(國事)로 결정됐다면 제6공화국 헌정체제인 민주적 대통령제를 이탈한 것이다. 우리 헌정(憲政)은 국민이 대통령에게 주권을 위임한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1조는 정치체제의 뼈대다. 1조 2항에는 대한민국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돼 있다.

서울대 교수들이 내정뿐 아니라 외치까지 국정에서 완전히 손을 떼라는 것은 외교에서도 박 대통령의 지도력이 손상을 입었다는 뜻이다. ‘PARK GEUN-HYE’라고 적힌 로봇의 머릿속에 ‘CHOI SOON-SIL’이라고 적힌 의자에 앉은 여성이 로봇을 조종하고 있는 만평 속 그림이 국제적인 화제다. 미국의 유력지인 뉴욕타임스의 만평이다.

대한민국이 정치 위기에 빠졌다. 우리 개개인의 삶을 규정하는 가장 큰 제도는 정치이기에 정치 위기는 곧 삶의 위기다. 당장 안보도 경제도 관리가 안돼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른다. 이 위기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면 온 서민들의 삶을 거리에 내동이 친 외환위기 보다 더한 위기로 돌변할 수도 있다. 한국처럼 찬란한 정신문명을 가진 그리스의 위기가 곧 우리한테 닥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설이 안 팔린다는 우스개다. 소설보다 더 막장 드라마적 요소가 한국 정부를 지배하고 있다. 역사는 정사(正史)가 사라진 다음에 훗날 야사(野史)가 회자되는데, 지금 대한민국은 야사가 정사를 능가하고 있다. 조선시대와 대한제국시대에 비천한 출신의 기생 장녹수와 연산군, ‘민비’(명성황후)의 비선(秘線) 실세인 무당 박씨(진령군)가 조정이나 임금을 ‘쪼다’ ‘허수아비’ ‘꼭두각시’로 만든 국정 농단이 근대 민주국가에서 되살아나는 기이한 현상을 목도하고 있다.

국민은 최순실이 권력을 등에 업고 횡포한 것으로만 이토록 분노하는 것일까. 그동안 쌓이고 쌓인 것이 폭발했다. 주민등록상 만 나이가 75세 노인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을 첫 총리로 지명하고 지난해 12월 총선에 출마한다며 국토교통부 장관을 내던진 유일호 의원을 2개월 만에 경제부총리에 임명하기까지 인사는 갈팡질팡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당시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고 사건을 총 지휘해야할 박 대통령은 서면보고만 받았다. 국민안전처 신설, 해양경찰청 해체로 공무원을 이리저리 배치하고 끝내는 전시행정으로 희대의 사건이 종료됐다.

2년 전 정윤회씨 사건만 제대로 처리했어도 이번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의 남편 정윤회씨와 ‘문고리 3인방’의 청와대 문건 파문으로 세상이 요란해도 그들을 두둔해 오늘의 ‘비선실세’ 최씨의 국정 농단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박 대통령의 혼자만의 책임은 아니다. 정부내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고 눈 뜬 봉사였던 야당과 언론도 자유로울 수 없다.

대통령과 함께 헌법상 통치의 2대 기관 중의 하나인 국회가 요구하는 별도 특검, 국정 조사 등을 통해 사실과 진실을 밝히는 것이 먼저다. 박 대통령이 국정을 수행하기 어렵다고해서 행여나 극단적인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

우리 국민의 정서는 박대통령의 하야다. 이 혁명적 사태를 혁명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고 혁명이다. 혁명적인 사태를 헌법에 따라 풀어나가는 것이 정치가 해야 할 일이다. 일부 야당 지도자들이 반독재투쟁시절 써먹던 선명성 경쟁으로 ‘하야’를 요구하는 것은 또 하나의 국정농단일 수도 있음을 국민이 직시해야 한다. 하야는 국정 공백으로 예기치 못한 사태로 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에게는 진짜 우국충정의 유능한 원로의 고언이 없고, 야당은 집권욕에 눈이 멀어 나라와 국민을 생각함이 부족하다. 박 대통령은 노태우의 6.29선언식의 결단이 필요하다. 하루 속히 정국수습책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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