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주씨 제3회 경북일보문학대전 공동대상

김제정 작.
부처가 고물상 마당에 앉아 있다

금으로 된 형상을 버리고 스티로폼 몸이 된 부처
왕궁을 버리고 길가에 앉은 싯다르타의 맨발이다

바라춤을 추듯 불어온 바람의 날갯짓에 고물상 간판 이응받침이 툭 떨어진다

반야의 실은 낮은 곳으로 가는 길일까
속세에서 가장 낮은 도량, 古物寺

주름진깡통다리부러진의자코째진고무신기억잃은컴퓨터몸무게잃은저울목에구멍난스피커
전생과 현생의 고뇌가 온몸에 기록된 낡은 경전 같은 몸들이 후생의 탑을 쌓는다

금이 간 거울을 움켜쥐고 있던 구름이 후두둑 비를 뿌린다
뼈마디들의 공음空音, 목어 우는 소리가 빈 병 속으로 낮게 흐른다

오직 버려진 몸들만 모이는 古物寺

스티로폼 부처는 이빨 빠진 다기茶器 하나 무릎 아래 내려놓고 열반에 든다

먼 산사에서 날아온 산새 한 마리 부처 어깨 위에 앉아 우는데
어디서 들리는 걸까
佛紀의 긴 시간 속에서 누군가 읊는 독경소리

古物寺 앞을 지나가는 노승의 신발 무게가 독경 속으로 천천히 가라앉고 있다

■ 당선소감 “심장 속에서 뛰는 기쁨·슬픔 시로 쓸것”

이봉주 씨 약력= △1957년 춘천 서면 출생 △한림대평생교육원 시창작반 수료 △2015년 강원문학 전국신인상공모 신인상 당선
한 편의 시를 짓기 위해 깃털처럼 떨구어 버린 수없이 많은 시어들이 이 순간을 함께 하지 못해 아픕니다.

지금, 수없이 부셔버린 졸작들의 사금파리 위에 맨발로 서있는 마음입니다.

새벽까지 일하고 잠을 자고 있는 아침 잠결에 당선 소식을 받았습니다.

꿈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요즘 수술을 앞둔 아내의 고통 앞에서 책을 읽고 시를 쓰는 것이 내 자신이 사치인 듯 싶어 책도 시도 멀리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때에 당선소식은 나를 후려치는 하늘의 채찍입니다.

심장으로 시를 쓰겠습니다. 내 심장과 다른 이들의 심장 속에서 뛰는 기쁨과 슬픔의 리듬을 진한 잉크로 받아 적겠습니다.

부족한 글 좋게 보아 주시고 대상으로 당선시켜주신 심사위원님께 깊은 감사드립니다.

알을 깨어주듯 시심을 일깨워주신 이영춘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더 높이 날기 위하여 더 아픈 날갯짓을 하겠습니다.

지금도 뜨겁게 시를 굽고 계시는 한림대시창작반 문우님들과 항상 저와 시를 함께하며 칼 같은 합평을 해주신 빛글회원님들 모두와 이 기쁨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아직 아버지가 시를 쓰는 것조차 모르는 아들, 유찬 딸, 유리 그리고 묵묵히 응원해준 아내와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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