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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성무 수필가
손수레에 의지하면서 경로당 골목길을 내려오는 회원 홍 할머니를 만났다. 왜 내려오시느냐고 물으니 경로당에 가니 아무도 없기에 뒤돌아가는 길이라고 한다.

홍 할머니의 아들 부부는 매일 아침 일찍 농장에 나가고 온종일 경로당이 아니면 쉴 곳이 없다. 그리하여 매일 경로당에 와서 종일 놀다가 늦게야 집으로 가는 것이 홍 할머니의 일과였다.

홍 할머니가 경로당에 가입 시에는 85세의 고령이어서 70대 할머니들은 가입을 꺼렸었다. 그러나 필자인 경로당 회장이 신규가입을 승인하고 다니게 했다.

뒤에 알고 보니 이웃 경로당 2~3개소에서는 홍 할머니의 가입을 반대해서 고민하다가 우리 경로당에 오게 됐다. 홍 할머니 혼자 계실 때라도 난방도 에어컨도 가동해드리고 즐기는 TV 채널도 고정해 드렸다.

평소에 홍 할머니는 홍조 띤 얼굴로 건강에는 이상이 없어 보였고 걸음걸이는 약간 불편하여 유모차에 의지하고 다녔으나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한 치 앞을 모르는 인생인지라 지난봄 어느 날 오후 할머니 방의 여 부회장이 놀란 표정으로 할아버지 방에 달려와서 홍 할머니께서 갑자기 쓰러졌다는 것이다. 당황하면서 가서 보니 눈을 감은 체 의식이 없이 보이면서 쓰러져 엎어져 있었다. 초조하게 기다리던 차에 119구급차가 와서 김천제일병원 응급실로 모셨다.

문제는 농장에 나가 있는 자식에게 연락할 길이 막연했다. 어렵게 자식 전화를 비로소 알아내 연락을 해도 단번에 통하지 못하고 찾다 보니 늦게야 입원실에 오게 됐다.

원망스러운 것을 자기 부모를 경로당에 맡겨 놓고 전화번호와 연락처도 남겨두지 않아서 유고 시에는 연락할 길이 막연했다. 경로당에서 숨을 거두지 않게 하려고 황급히 서둘렀기에 임종은 면했지만 사경을 헤매는 할머니를 119를 불러 병원에 입원시키고 케어하게 된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웃 주민들은 경로당이 자식 이상의 효도를 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위독했던 할머니는 끝내 작고했다는 소식을 들은 2~3일 후에 장례를 마친 아들 부부가 와서 자기 모친을 임종하다시피 케어해서 고맙다고 정중히 인사를 하고 봉투를 방바닥에 놓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방에서 나가 버린다.

돌아가신 홍 할머니뿐만 아니라 독거노인들은 갈 데가 없어서 골목 양지쪽 담벼락에 기대여 쪼그리고 앉아있는 것을 필자는 가끔 본다.

경로당을 보는 시각과 편견도 있지마는 건강운동노래교실 혈압체크, 치매 예방, 기억력 체크 등의 다양하게 노인을 위한 시책이 경로당에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알게 됐다.

만일 고령화를 비롯한 의지할 곳 없는 독거노인들이 경로당이 없었더라면 추운 겨울이나 더운 여름에 길거리에서 방황하다가 쓰러지는 일도 배재할 수 없다.

앞으로 경로당이 개선해야 할 사항을 소양과 인성교육을 통하여 소통과 화합으로 침묵을 더욱 강화하고 정신건강을 우선으로 따라서 육체 건강을 도모하여 명실공히 휴식, 건강, 봉사, 노노케어로 맞춤형 노인복지관으로 승격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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