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대구 경북 지역민들은 대체로 ‘당연한 결과’,‘시민혁명의 승리’라는 긍정적인 반응과 한편에서는 ‘안타깝다’는 입장도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고향 구미에서는 “안타깝다”는 반응과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차 모(67·여·구미시 봉곡동) 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사람을 잘못 만나 대통령직에서도 쫓겨나게 됐다”며“예전부터 봐온 박 대통령은 절대 나쁜 짓을 할 사람이 아니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이 모(58·구미시 옥계동) 또한 “누구보다 깨끗한 정부로 구미 경제를 잘 살려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참으로 안타깝다”며“앞으로의 정치 상황이 불안스럽기만 하다”고 우려했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과 어머니 육영수 여사를 총탄에 잃은 박 대통령 개인사를 지켜본 50, 60대를 중심으로 한 이 같은 반응은 박 대통령에 대한 연민의 정이 깊었다.

구미경제에 대한 걱정도 이어졌다.

구미 경제단체 관계자인 김 모(56·구미시 형곡동) 씨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혼란스러운 정국이 종지부를 찍었으면 하는 바램”이라며“특히 내년 경제가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제 모든 정치인들이 경제회복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기회에 구미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성주, 김천에서 번진 구미시의 사드 반대 촛불시위에 최초 100명도 참여하지 않던 구미 시민들은 최순실 국정농단 이후 박근혜 정권퇴진 운동으로 바뀐 촛불시위에 매주 300여 명 이상이 참여하며 박 대통령에 대한 철옹성 같은 민심에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구미 YMCA 나대활 사무총장은 “당연한 결과”라며“국회에서의 탄핵 가결이 끝이 아니라, 국정교과서, 사드 배치 등 앞으로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아 정국은 더욱 혼란스러워 질 것”이라고 말했다.

남편을 따라 수도권에서 구미로 왔다는 김 모(32·여) 또한 “구미에 와서 제일 놀란 것이 박정희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라며“검찰수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에 깊숙이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오지 않았나. 객관적인 사실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영양읍에서 자영업을 이모(49)씨는 이번 국회탄핵소추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한 역사적인 하루였다고 말했다.

또 국민들의 분노를 정치권은 국정을 안정시키고 민생안전과 경제 살리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새누리당 텃밭인 울진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대해 당연하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씁쓸하다는 반응이다.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울진지역은 대통령의 지지율 마지노선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평가받지만, 이번 탄핵안은 절대 용납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탄핵 가부에 대한 표결 현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TV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던 상주시민들은 표결 결과가 발표되자 ‘예견된 결과’라는 반응과 새누리당의 텃밭이자 보수지역답게 ‘안타깝다’라는 반응으로 엇갈렸다.

K모씨(48 상주시 남성동)는 “국민 감정이 촛불시위를 통해 이미 표출된 만큼 탄핵 가결은 당연한 결과”라며 “이젠 하루빨리 국정을 안정시켜 최악으로 치닫는 경기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L모양(19 상주여고 졸업 예정)은 “99%의 고교생들은 정말 밤잠을 설쳐가며 공부해 가고 싶은 대학에 들어가려고 노력하는데 누구는 대통령과 친한 부모 만나 실력과 관계없이 그것도 우리나라 최고 여대에 입학하는 것을 보고 한국 수준이 이 정도 밖에 안되는가 하는 자괴감을 느껴 친구들과 함께 상주에서 개최된 촛불집회에도 나갔었다”며 “이번 탄핵 결과는 자업자득”이라고 말했다.

반면 P모씨(78 상주시 사벌면)는 “내가 보수라서 그런지 박 대통령이 안타깝고 측은하다”며 “이런 사태가 오지 않도록 미리 주변인들에 대한 관리를 잘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시민단체는 이번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해 시민혁명의 승리로 규정했다.

또한 박 대통령이 즉각 퇴진 운동을 시작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참여연대 등은 9일 논평을 내고 이번 탄핵에 대해 주권자인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대의기관인 국회가 받아 들인 것으로 평가했다.

국민은 주권자의 명령을 배반한 대통령을 심판했으며 남은 것은 대통령이 즉각 퇴진하고 새로운 민주공화국의 건설로 나아가는 것이고 덧붙였다.

여기에 박 대통령이 대통령 자격을 잃었으며 이제 범죄자일 뿐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러한 상황에서 헌법재판소 판결까지 버티는 것은 구차한 일이자 국정을 더욱 파탄으로 내모는 처사로 강조했다.

이와 함께 헌정 유린에 부역한 새누리당 해체와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통령에 부역하고 공범을 자임한 새누리당과 황교안 내각은 더 이상 국민을 대표하고 국정을 운영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헌재에 대해 좌고우면하지 말고 즉각 대통령 탄핵을 결정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탄핵은 대장정에 나선 시민혁명의 시작”이라며 “새로운 권력을 세우고 주권자가 권력의 주인이 되는 시대로 나아갈 것이다”고 밝혔다.

지역 정가에서는 엇갈린 평가보다는 대체로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또한 탄핵안 가결 후 진행될 특검 조사와 후속 조치에 대해서도 여론 반전이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앞으로 벌어질 사태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탄핵안 가결로 지방 선거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며, 후보군의 선거전략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친박 핵심 최경환 국회의원의 지역구인 경산지역은 박 대통령이 국민에 실망을 안기긴 했지만 탄핵 재판 등 절차도 없이 내 쫓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경산시청 한 간부공무원은 “선거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대통령의 권한을 사사로이 사용해 결국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그 권한이 정지됐다. 그러나 법 절차에 맞게 헌재의 결과를 따라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 한 인사는 “더불어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탄핵안 가결과 동시에 박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하지만 이는 법절차를 무시하는 언동이다. 살인범도 법 절차도 없이 단죄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지역 출신 최경환 국회의원은 이날 오후 3시부터 국회에서 진행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북도의회 김응규 의장은 “준엄한 국민의 요구에 따른 국회의 어려운 선택이었다고 본다.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 의장은 “그러나 탄핵안이 통과된 후에도 혼란과 불안은 당분간 지속 될 수 있다”며 “따라서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정국이 하루 빨리 안정적으로 수습돼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야 정치권은 탄핵으로 인한 정국혼란을 최소화하고, 정부는 국정공백이 없도록 해 사회경제적 안정을 기하고 더 이상 국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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