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깊은 강 하나
내가 건너며 가는 길.
싸락눈 내리는
고향 들길에서도
여린 눈빛 감추며
오늘도
그리움의 물레를 잣는
아,
그대여!
피곤에 지친 나의 시간들을 채워 줄
또 다른 길에 서 있는 당신은
이끼 어린 시골 돌담을 돌아 나오는
따뜻한 바라 같은 것.
나는 그 바람 속으로
당신과 함께 세월의 길을 걷고 또 걷는다.
[감상] 길은 시작과 끝이 없다. 언제 어디에서 가고 싶은 곳을 이 길에서 시작하여 출발하고 가고싶은 길을 찾아가면 그 길은 끝이 나는 것이다. 그러니 길은 시작과 끝이 없다. 우리가 길을 보고 있노라면 어디론가 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한다. 어디론가 멀리 떠나가서 그 그리움의 정체를 찾아가고 싶어진다.
(시인 정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