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공동화에 몸살 앓던 구 도심 도시재생의 모범 사례로 정착

대구의 중심인 중구는 과거 지역에서 가장 활발한 곳으로 꼽혔다.

수십년 간 대구의 중심 역할을 했으며 쇼핑은 물론 교통, 식생활 등 모든 것이 집약돼 있었다.

하지만 산업구조의 변화, 신시가지 위주의 재개발·재건축으로 상대적으로 낙후된 기존 중구는 뒤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중구는 도시재생이 최대 해결 과제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006년부터 중구청을 중심으로 파괴 위주의 개발사업 보다 기존의 문화재산을 활용해 도심을 재생하는 사업에 들어갔다.


△대구 읍성, 100년의 시간을 복원하다

대구 대표 거리인 동성로는 분주한 발길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번화한 곳으로 꼽힌다.

하루 유동인구가 50여만명에 이르고 젊은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거리로 부동의 인기를 유지해 왔다.

100여년전 둘레 2천650m에 달하는 대구 읍성이 서 있던 자리지만 1907년 일본 거류민단과 친일파 관리들이 일방적으로 이를 허물고 신작로를 만들어 지금의 모습으로 남았다.

이후 동성로는 1970년대 초 대구백화점 본점이 들어서면서 상권의 중심지로서 번영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1990년대 초 부도심 개발 붐과 함께 잠시 주춤거리는 시기를 맞았다.

다시 동성로가 과거의 영향을 재현하고 있는 것은 ‘동성로 공공디자인 개선사업’과 ‘근대문화공간디자인개선사업’,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 조성’이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2007년부터 시작된 동성로 디자인개선사업은 추진 과정에서 민·관·학의 ‘동성로공공디자인사업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사업을 이끌었다.

동성로 공공디자인사업은 동성로 거리 정비와 역사, 문화를 함께 복원하기 위해 상인·시민·지자체·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대적으로 진행된 복합 사업이다.

길 한복판을 가로질러 설치된 배전반을 땅에 묻어 시민과 상인들의 통행 불편을 제거했다.

배전반이 없어진 빈 공간은 ‘동성로 야외무대’를 만들어 공연문화의 랜드마크로 만들었다.

간판정비사업으로 훨씬 밝아진 거리와 처음엔 필요 없을 거라 여겼던 벤치, 가로수도 시민들의 휴식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동성로는 민·관·학 협력으로 변화한 거리에서 사라졌던 도시의 활기와 지역에 대한 관심을 다시 찾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끊어진 거리와 시간을 잇는 작업, 그리고 김광석

‘대구읍성상징거리 조성사업’은 1980년대 시절에 멈춰있는 북성로와 서성로가 대상이다.

이 곳은 2012년 창조지역 사업으로 선정된 공공디자인사업과 근대문화공간 디자인개선사업 등으로 생기를 되찾은 동성로, 남성로와는 상황이 달랐다.

서성로, 북성로의 읍성상징거리조성사업은 과거 읍성을 상징하는 주요 경관물 설치와 옛 성곽길 조성과 역사, 문화적으로 가치가 있는 근대건축물을 리모델링했다.

또한 ‘북성로의 재발견전’, ‘북성북성 마을 사진전’ 등 개최하고 삼덕상회, 카페 북성로 같은 특색있는 카페들도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다. 차갑기만 했던 공구거리 북성로는 동성로에 이어 시민들의 발길을 맞는 정겨운 거리로 변하고 있다.

김광석은 1964년 중구 대봉동에서 태어났다.

유통환경의 변화로 침체하는 대봉동 방천시장 옆 350m 구간은 시민들이 지나기 꺼려했던 우범지역으로 꼽혔다.

중구는 2010년부터 가객 고 김광석을 살려냈다.

김광석을 테마로 벽화·조형물·골목방송스튜디오·야외공연장 등을 조성해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을 탄생시켰다.

인적이 드물던 거리에 사람들이 몰리고 비어있던 상가가 영업을 시작, 젠트리피케이션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지역의 명소가 됐다.



△근대문화의 재발견

중구는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중구 동산동과 계산동 일원의 크고 작은 골목들에 배어있는 다양한 문화유적과 근대사 이야기들을 복원하고 있다.

근대지적선 도로와 파벽돌 담장설치, 바닥지적도, 뽕나무 식재, 3·1운동길 조성 등 근대화 이미지를 재현하고 보행환경을 개선한 ‘근대문화공간디자인개선사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대구를 찾는 많은 이들에게 가장 가치 있는 관광 선물인 ‘골목투어’를 가능케 했던 발판이 됐다.

골목투어는 중구가 우리 역사 무대에서 보여준 커다란 무게를 한눈에 보여준다.

일제시대 국채보상운동과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2·28학생민주화운동이 일어난 곳도 여기다.

또한 우리나라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현진건 선생과 이상화 선생이 태어나고 활동했으며 다행히도 그 흔적이 중구 골목 곳곳에 남아 있다.

골목투어는 약전골목과 향촌동 골목, 진골목 등 명물 골목을 중심으로 자료를 조사하고 스토리를 발굴해내면서 시작됐다.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거리거리들을 관광객들에게 다시 되돌아보게 해줬고 중구를 살아있는 하나의 근대사 박물관으로 바꿨다.

모두 다섯 개의 코스가 있는 골목투어는 저마다 다양한 이야기들을 품고 있다.

한편 중구 도심재생 사업의 성과는 2012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전국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중구는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하는 ‘한국관광의 별’과 ‘대한민국 대표 관광명소 99곳’에 선정됐다.

2015년도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돼 기초자치단체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2번 이름을 올렸다.

올해 도심속의 근대문화를 즐길 수 있는 ‘2016 문화재 야행 프로그램 10선’에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매년 관광객이 늘어나 2010년 1만 명도 안 됐던 관광객이 2013년 20만여명, 2014년 67만여명, 2015년 114만여명을 기록해 연간 100만 명을 돌파했다.

공공디자인 사업 이전의 동성로
공공디자인 사업 이전의 동성로
김현목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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