仁·義·禮·智 바탕으로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

▲ 도산서원

우리 한국 사람은 열등감이 심한 편이다. 내 집보다 큰평수, 더 좋은 학교, 더 좋은 차, 명품 옷, 더 좋은 직장인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있다.

우리는 나 자신보다 남의 강점을 부러워하고 시기 질투하면서 피곤해 한다. 서양인을 높이보며 스스로 위축되고 있다.

이런 열등 의식은 정체성이 흔들리기 때문에 나타난다.

지나친 경쟁의식과 물질주의 사고로 모두 열등감에 빠지고 있다. 모든면에서 일등을 하는 사람이나 국가는 없다. 이 열등감을 버리고 자신을 옳게 아는 정체감을 찾는 일은 우리의 과제이다. 한국인은 자기가 자기를 보는 것보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에만 관심이있다. 고급 그릇, 명품옷, 다이아 반지등 남한테 보이기 위해 준비한다. 자기 혼자 있을 때는 옷이고, 음식이고, 그릇이고 아무 것이나 사용하지만 외출할 때는 고급으로, 제일 좋은 것으로 꾸며 나간다.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고급 그릇도 손님이 오면 음식을 담아 상을 차린다. 나의 정체성이 확실하면 이럴 필요가 없다.

정체성이란 존재로의 본질을 깨닫는 특질이다. 다양한 상황속에서도 유지되는 기준, 가치관, 사고의 틀이라 할 수 있다..

정체성의 출발은 ‘나’에게서 시작된다. 내가 나를 알고 나를 좋아하면 내가 소중해지고 나에게 관심이 더 많아지고 나를 더 좋은 ‘나’로 가꾸고 싶어진다. 집에 정원에 있는 꽃나무가 좋으면 더 아름답게 가꾸고 싶어진다. 물도 주고 김도 매주고 비료도 준다. 꽃나무가 싫으면 내버려두게 되고 그러면 망가진다. 사람도 자신이 좋은줄 모르면 내버려둔다. 그러면 망가진다. 내가 나를 좋아하고 나와의 관계가 좋아지면 더 좋은 내가 되게 할려고 가꾸고 싶어진다. 개도 그렇다. 요즘 개가 자기가 사람으로 착각한다. 사람이 개를 이뻐하고 좋아하고 관심을 갖고 마치 사람 대하듯한다. 시장다녀온 아주머니가 집에 들어서자마자 “해피야, 엄마왔다, 엄마왔어” 하고 끌어안고 입을 맞추니 개는 더 이쁜짓을 한다. 사람이 개를 사람으로 생각하니 개는 자기가 사람인줄 착각하는 것이다.

개인의 정체성이 확립되면 자신이 소중하고 가꾸게되며, 비전과 희망이 넘치고 목표가 생기고 자신감있게 살 수 있게된다. 경북인의 정체성이 확립되면 경북인이 좋고 소중하며 경북인을 가꾸게 된다. 대한민국이 정체성이 확립되면 모듣국민은 대한민국이 좋고 더 좋은 국가로 가꾸고 싶고, 애국심이 넘처나고 부강한 국가가 된다.

우라나라는 단군이래 가장 풍요로운 경제적인 성장은 이루었으나 인심은 더욱 매말라젔으며 삶의 질은 천박해젔다. OECD국가중 자살율 1위, 이혼율 1위, 행복지수 최하위 그룹에 속한다. 만나면 편가르고, 편이 갈라지면 인정사정 없이 상대를 공격한다. 양보나 협상할 생각은 안한다. 인성과 도덕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체성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퇴계의 경(敬) 사상

조선의 유명한 성리학자인 퇴계선생은 조선 조정에서 79번이나 내린 관직을 사양하고 고향에서 자연과 더불어 학문과 제자 가르침에 힘을 쏟은 청렴결백한 인물이다.

그가 말한 경(敬)사상이란 마음과 정신이 옳아야하며, 그릇됨이 없어야한다는 말이다. 나 자신도 존경하고, 남도 존경하는 겸손한 마음에, 맑은 마음에 집중하는 것이다.

퇴계선생의 4단7정에서 사단(四端)은 사람의 마음에 들어 있는 도덕적 감정이고, 칠정(七情)은 욕망을 포함한 일반감정이다.

사단은 인간의 본성은 착하다고 본 맹자의 성선설에 근거를 한 다음의 네 가지다.

1. 남의 어려움을 보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인 측은지심(惻隱之心),
2. 자기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잘못을 미워하는 마음인 수오지심(羞惡之心)
3. 남에게 양보하는 마음인 사양지심(辭讓之心)
4. 옳고 그름을 따지려는 마음인 시비지심(是非之心)

맹자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이 네 가지를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측은지심이 발전하면 인(仁)이 되고, 수오지심이 발전하면 의(義)가 되고, 사양지심이 발전하면 예(禮)가 되며, 시비지심이 발전하면 지(智)가 된다고 했다. 결국 사단(四端)은 인의예지(仁義禮智)다. 칠정(七情)은 1. 희(喜, 기쁨), 2. 노(怒, 노함) 3. 애(哀, 슬픔), 4. 구(懼, 두려움), 5. 애(愛, 사랑), 6. 오(惡, 미움), 7. 욕(慾, 욕심)의 일곱 가지를 말한다.

요약하면, 사단은 인의예지(仁義禮智)고, 칠정은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이다.

인(仁) 의(義) 예(禮) 지(智)를 바탕으로한 마음의 집중이 핵심이다.

눈과 입으로 읽기보다 몸과 마음으로 체화하며 자신을 수양한다는 뜻이다.

자기 마음의 주인이 되어 흔들리지 말고 한곳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퇴계는 주리론(主理論)에서 사람의 마음에는 선한 마음인 본심과 악한마음인 욕심이 공존하는데, 욕심이 들어와서 본심을 밀어내고 주인행세를 하게되면 마음이 집중이 안되고 흔들려서 올바른 판단을 하지못해, 인격이 부패되고 성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세상일이란 있는대로 보는 것이아니고 보는대로 있기 때문이다. 참새가 앞마당에서 지저귀고 있다. 낙천적인 삶을 사는 미국인은 새가 노래한다고 말하지만 수천년간 서글픈 역사를 살아온 한국인은 새가 운다라고 표현한다. 보는대로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악한 마음인 욕심이 들어오지 못하게 자신의 몸과 마음을 수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욕심이들어와서 주인자리에 앉으면 자신의 판단의 기준이 비틀어저 있는데 본인은 그것이 바른 것으로 착각한다는 것이다.

또 똑같은 사람이 같은 일을 해도 마음이 그일에 집중될 때는 큰 성과가 나오지만 마음의 집중이 안되고 흐트러지면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한다. 마음에 주인이 없으면 외부 일로 흔들릴 수 있음으로 마음에 주인이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그것이 경(敬0이라고 하였다. 마음을 집중해서 1시간 공부하는 것이 마음이 흐트러진 상태에서 10시간 공부하는 것보다 성과가 크다는 말이다. 또한 욕심이 들어올려고 할때는 마음이 산만해지고 집중이 잘 안된다.

마음에 욕심이 들어오고 흐트러질려고 하면 조용히 가라 앉게 수양을 해서 마음을 맑게 가꾸라고 하였다.

사람의 마음에는 의식과 무의식인 잠재의식이 있다. 공부를 하는 일은 의식이 맡는다. 그러나 습관을 기르는 일은 잠재의식을 훈련시켜야 한다. 걱정을 잊고 욕심을 버리자 라고 결심하는 것은 의식이 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런 결심을 한다고 해서 욕심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잠재의식을 훈련해서 욕심을 버리는 습관이 붙어야만 한다. 습관을 만드는 방법, 즉 잠재의식 속에 심어 넣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가장좋은 방법은 반복하는 일이다.

경(敬)공부 가운데 가장 쉬운 방법은 정좌해서 명상하는 일이다.

첫째, 조용히 앉아서 두손을 무릎에 자연스럽게 얹어 놓고 눈을 감고 조용히 호흡을 한다. 둘째, 마음을 한 곳에 모은다. 잡념을 버리고. 잡념은 과거나 미래를 생각하는데서 주로 나온다. 과거와 미래의 일을 생각하지 말고 지금 현재의 한가지 일에 마음을 집중한다. 셋째, 이것을 오래해서 습관이 되면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기 때문에 옳다고 판단한 것을 자연스럽게 행 할 수가 있게 된다. 넷째, 일상 행동 중에도 부단히 경공부를 해야 한다. 일을 할 때는 그일에만 집중을 하고, 걸어갈 때는 걷는 일에만 정신을 집중하고, 책을 읽을 때는 읽는 일에만 집중을 하고, 밥을 먹을 때는 밥먹는 일에만 집중한다.

퇴계선생문집


퇴계의 사상을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가 제자들과 다른 선비들 그리고 자신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 것은 바로 ‘경’이다. ‘공경하다’ 혹은 ‘존경하다’라고 할 때의 경인데, 이 경이란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다. 퇴계는 언제나 공부를 함에 있어 마음을 한결같이 하는 것을 중요시했다. 공부란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의 중심을 다잡는 일이다. 인간 본성의 선함과 자율성을 굳게 믿었던 퇴계는 마음이 흩어지지 않게 하나로 모아 그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의관을 바르게 하고 그 시선을 존엄하게 하라. 마음을 가라앉혀 상제를 마주 모신 듯이 하라. … 입을 다물기를 병마개 막듯이 하고, 잡생각 막기를 성문 지키듯이 하라. 성실하고 공경하여 감히 잠시도 경솔하게 하지 마라. 서쪽으로 간다 하고 동쪽으로 가지 말며, 북쪽으로 간다 하고 남쪽으로 가지 마라. 일을 당하면 거기에만 마음을 두고 다른 데로 좇지 않게 하라. 두 가지 일이라고 마음을 두 갈래로 나누지 말고, 세 가지 일이라고 마음을 세 갈래로 나누지 마라. 마음을 오로지 하나로 하여 만 가지 변화를 살펴보아라. 여기에 종사하는 것을 ‘경을 지킨다’고 하니 움직일 때와 정지하여 있을 때도 어김이 없고 안과 밖을 서로 바르게 하라.

- 『경재잠敬齋箴』중에서

퇴계의 인품과 관련해서는 여러 이야기가 전해진다. 까마득히 젊은 후배 학자기대승과 모든 권위를 내려놓고 스스럼없이 자유롭게 학문적 논쟁을 벌이는 편지를 주고받은 일은 조선 시대 성리학 발전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었다. 또 퇴계는 손자를 좋아했는데 증손자가 태어나자 무척 기뻐했다. 그런데 산모인 손자며느리의 몸에서 젖이 많이 부족헸고, 마침 퇴계 댁에 있는 노비 학덕이가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손자가 퇴계에게 노비를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조선 시대에 노비는 주인의 재산이었기 때문에 하등 이상할 게 없는 요구였지만 퇴계는 이 학덕이를 보낼 경우 학덕이의 아이는 젖을 먹지 못하게 되므로 살아나지 못할 것 같ㅌ아 ‘남의 자식을 죽여서 자기 자식을 살리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며 손자의 요구를 거절했다. 결국 증손자는 돌을 넘기지 못하고 죽었다.

▲ 권원오 전 서울시립대학교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퇴계는 항상 남을 존경하고 배려하는 역지사지해야 함을 실행하셨다. 학문적으로 뛰어 났을 뿐만 아니라 옳고 바른 행동으로 실천하는 훌륭한 인품을 겸비했기에 항상 올곧은 제자들이 줄을 이었고 그들이 훗날 나라를 지키는 선봉장이 되었다. 조선시대 의병활동과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 중에 그를 따르던 제자들이 많았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대단한 위기에 처해있다.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가에 중대 위기가 왔을 때 경북인이 앞장서서 바로세웠듯이 지금의 위기도 경북인이 주도적으로 바로세울 정체성 확립이 그 어느 순간 보다 시급한 때이다.



눈덮힌도산서원
퇴계선생 묘소


김정모 기자
김정모 기자 kjm@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으로 대통령실, 국회, 정당, 경제계, 중앙부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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