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피고인이 운전했다고 인정할 증거 없다"

음주 운전을 하다 충돌사고를 내 동승자 2명에게 큰 상처를 입힌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대학생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대구지법 제3형사부(김형한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과 도로교통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모(26)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김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 160시간, 준법운전강의 수강명령 40시간을 명령했다.

김씨는 2014년 2월 5일 새벽 5시 40분께 자신의 승용차 조수석과 뒷좌석에 A씨(21)와 B씨(22·여)씨를 태우고 혈중 알코올 농도 0.089% 상태로 대구 수성구 범어동 도로를 운전하다 미세먼지측정기를 충돌해 A씨와 B씨를 각각 전치 12주와 전치 7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 자신도 크게 다쳤다.

1심은 증인들의 법정진술, 주취 운전자 적발보고서, 교통사고 발생보고서, 현장사진과 진단서 등의 증거를 토대로 김씨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단을 달리했다.

먼저 ‘김씨가 운전을 했다’는 동승자들의 진술만으로는 김씨가 명백히 운전을 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봤다. 김씨가 운전을 해야 종합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A씨와 B씨가 허위로 진술할 가능성이 크고, 운전면허가 없는 B씨가 운전을 했다면 김씨가 크게 다친 상황에서 김씨에게 책임을 미룰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내세웠다.

또 사고 당시 김씨가 운전석이 아닌 뒷좌석에서 발견된 점을 주목했다. 김씨가 운전을 하다가 사고 충격으로 뒷좌석으로 넘어갈 수도 있지만, 그 가능성보다 김씨가 원래 뒷좌석에 있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훨씬 높을 것으로 봤다. 이런 점 등을 근거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김씨가 운전했다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어서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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