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은 30일 문화계 인사를 대상으로 한 검열과 지원배제 등 이른바 ‘블랙리스트’의혹과 관련해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60·구속),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53·구속),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56·구속) 등 3명을 구속기소했다.

특검이 블랙리스트를 작성·실행했다는 혐의로 피의자를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김종덕 등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으로 하여금 정부와 견해를 달리하는 문화예술인들 및 단체에게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도록했다는 이유로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죄및 강요죄로 공소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 특검보는 “김종덕에 대해서는 노태강과 최규학 등 문체부 국장 3명을 부당하게 인사 조치한 점과 국회에서 위증한 점도 함께 기소했고, 정관주의 경우에도 국회에서 위증한 점에 대해 함께 기소했다”고 덧붙였다.

특검은 블랙리스트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78) 지시로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작성을 주도하고, 교육문화수석실이 문체부 등을 통해 전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정 전 차관은 청와대 정무수석실 국민소통비서관으로 근무하며 문건을 작성했다는 혐의를, 신 전 비서관은 정 전 차관에 앞서 국민소통비서관으로 근무하며 문건을 작성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장관은 문체부로 온 이 문건을 실제 집행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블랙리스트 작성·집행 혐의의 구속 피의자들을 처음 기소함에 따라, 김 전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의 혐의입증과 박근혜 대통령 개입 여부를 밝히는 데 특검의 수사력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특검은 21일 블랙리스트 의혹의 몸통이라 할 수 있는 김 전 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을 구속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문체부 인사개입 의혹은 물론, 관제데모 의혹까지 수사를 넓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추가적인 참고인 소환도 병행하고 있다. 특검은 최근 해운대 엘씨티(LCT) 사업비리사건으로 구속된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비롯해 블랙리스트 실체를 폭로한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 당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으로 재직한 모철민 주 프랑스대사(59)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하는 등 전방위적인 조사를 진행했다.

특검은 최초 ‘블랙리스트’라는 명단작성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됐다고 판단하고 구체적인 개입경위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에는 세월호참사 직후인 2014년 5월 박 대통령의 지시로 작업이 시작됐다는 내용이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와 관련한 전체적인 공소 사실을 추후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의 기소시점에 발표할 예정이다.

김정모 기자
김정모 기자 kjm@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으로 대통령실, 국회, 정당, 경제계, 중앙부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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