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직원들의 ‘거대한 기숙사’…교육·문화 등 인프라 '급선무'
김천혁신도시 한국전력기술 인근에서 육개장집을 운영하는 김경근(29) 씨는 요즘 김천혁신도시에 투자한 결정을 후회하고 있다.
결혼 전 인천 청라지구에 살다 아내의 부모님이 계신 김천을 오가며 김천혁신도시를 눈여겨본 김 씨는 2015년 12월 “정부에서 추진하는 공공기관 이전으로 인구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김천혁신도시에서 장사하면 적어도 망할 일은 없겠다”는 생각에 빚을 내어가며 3억 원을 투자해 육개장집을 차렸다.
하지만 막상 문을 여니 일주일 중 영업이 가능한 날은 일주일에 4일뿐인 것을 깨달았다.
금, 토, 일 주말이면 김천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직원들이 서울로 수도권으로, 대전으로 모조리 빠져나가는 것이다.
김 씨는 “금요일 오후 3, 4시만 되면 여행용 가방을 끌고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로 거리가 시끄럽다”며 “이렇게 공공기관 직원들이 떠나고 난 김천혁신도시의 주말은 마치 유령도시와 같다”고 한숨을 내쉰다.
수도권과 다름없는 비싼 가게 임대료도 김 씨의 이마 주름을 깊게 패게 하고 있다.
“8만 명이 넘는 인구가 사는 인천 청라지구와 1만5천 명의 김천혁신도시 상가 임대료가 어떻게 별 차이가 없느냐”고 목소리를 높인 김 씨는 “비싼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김천혁신도시에 투자한 상인들은 김천혁신도시의 발전 가능성을 본 것”이라며“지금도 비싼 임대료를 내지 못해 문을 닫은 가게들이 즐비하다”고 설명했다.
견디다 못한 김 씨는 1일 열린 박보생 김천시장과 김천혁신도시가 있는 율곡동 주민들과의 간담회에서 박 시장에게 이 같은 현실을 설명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김 씨는 “사람들이 주말에 떠나지 않고 머물 수 있는 김천혁신도시를 만들 방안이 무엇인지 듣고 싶었는데 속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해 아쉽다”며 “이전 공공기관 직원들이 주말 김천혁신도시를 떠나면서 문을 닫는 가게가 늘고, 가게가 문을 닫으니 일반 손님은 갈 곳이 없어 구미 등 다른 지역으로 향하는 악순환이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할지 답답한 심정”이라고 또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이주 공공기관 직원들의 김천혁신도시 정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 문화 인프라 등 엄마들이 아이와 함께 김천으로 와서 살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며 “김천시가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김천혁신도시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