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현장] 스승의 날, 씁쓸한 교단 풍경…부정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카네이션 조차 못받아

▲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대구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나와 학생일정을 준비하고 있다. 교실 탁자 위에는 지난해 스승의 날 받은 카네이션이 애처롭게 꽂혀 있다. 윤관식기자 yks@kyongbuk.com
불가능하겠지만 스승의 날을 공휴일로 지정했으면 좋겠다” 관련기사 18면

15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학교 현장은 쓸쓸함이 감지되고 있다.

스승의 날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카네이션조차 받을 수 없어 스승의 날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교권이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부정청탁방지법이 시행 된 뒤 첫 스승의 날을 앞두고 있어 쓸쓸함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스승의 날 기념식은 각 학교 자체적으로 조용히 진행 돼 왔다.

올해는 부정청탁 방지법 시행된 뒤 첫 스승의 날로 대구시교육청은 교사들이 입방아에 오르지 않기 위해 다양한 예방책을 마련, 일선 학교로 내려보냈다.

스승의 날 관련 예산을 따로 편성, 교사들의 사기 진작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시 교육청은 카네이션 구입비 등 어울림 행사비 6억2천286만 원, 사제지간 행복밥상 지원비 7억3천470만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각 학교로 예산을 지원, 카네이션을 만들어 교사에게 달아주도록 했다.

행복밥상은 각 학교에서 급식이 진행되는 만큼 특식 형태로 점심식사를 진행, 스승의 날을 자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시 교육청이 다른 시·도와 달리 특별한 지원을 하고 있지만 현상에서 느껴지는 쓸쓸함까지 감당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네이션을 지원하는 것도 사실상 교사가 교사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것과 다르지 않아 별다른 의미를 담기 힘들다는 것이다.

카네이션의 의미가 감사의 마음이 담겨 있는 데 감사의 대상과 주체가 본래 취지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부 학교의 경우 카네이션 보다는 실용적인 선물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실정이다.

스승의 날을 맞는 경북 도내 교사들은 다른 시도교육청에 비해 더 암울하다.

카네이션 달아주기나 행복 밥상 등 스승의 날 일선 교사들을 위한 예산은 한 푼도 없다.

대신 스승의 날을 맞아 몇 해 전부터 도내 학부모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글짓기와 UCC 공모를 통해 스승의 날을 기념하고 있다.

스승의 날 정상적으로 수업이 진행되는 것도 일선 교사로서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경북도 내 468개 학교중 92개교가 스승의 날을 맞아 15일 휴교한다.

휴교를 하지 않은 대다수의 학교는 단축수업을 통해 학교별로 혹은 주변 학교가 함께 자축의 교사 체육대회가 열리는 경우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또 다른 교육 주체인 학생이 빠진 기념행사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냉소적인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와 함께 학교에 나가면 학생들이 가져오는 편지나 작은 선물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A교사는 “학생들이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선물을 가져오면 얼굴을 보고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며 “일부 동료 교사들은 손편지조차 쓰지 말라고 학생들에게 당부했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스승의 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당장 학생들과 만나지 않아도 돼 부정청탁 등이 이뤄질 여지를 방지할 수 있으며 교장 재량권에 따라 학교 간 휴교 여부가 들쑥날쑥한 것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학교별 행사에 대한 부담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학교를 쉬는 것도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B교사는 “올해는 연휴가 겹쳐 수업일수 문제로 재량 휴무하는 학교가 다소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교사는 물론 학생, 학부모 등 교육 관련 종사자들이 모두 부담스럽다면 공휴일로 지정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형기,김현목기자
정형기 기자 jeonghk@kyongbuk.com

경북교육청, 안동지역 대학·병원, 경북도 산하기관, 영양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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