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협회 독도지부장 편부 경

16일 일본 시마네현 의회의‘다케시마의 날’제정 조례안 통과에 항의해 독도호 진수식을 가진 독도 유일 주민 김성도(65·사진 오른쪽)씨와 민간성금을 모아 배를 만드는데 기여한 시인 편부경 (사진 왼쪽)씨가 경북 경주의 조선소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우리 마을 독도에 오는 시인들을 환영하려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습니다.”

여류시인 편부경(50)씨는 한국시인협회(회장 김종해)가 4월 4일 독도에서 개최하는 ‘독도사랑 시낭송 예술제’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다. 편씨는 5년전부터 독도수호대 회원으로 활약할 뿐 아니라 본적과 주소를 모두 독도로 옮긴 독도 주민이다.

“문단에서 부지런히 활동하는 현역 대표시인 100여명이 독도를 찾는다는 것이 보통 일인가요? 중앙에서도 한 자리에 모이기 어려운데 영토사랑을 위해 시인들이 한꺼번에 독도를 방문하는 것은 상당히 뜻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인들이 독도의 실제 모습을 보고 만지고 안아보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편씨는 이날 행사에서 한국시인협회로부터 독도지회장 임명장을 받는다. 독도지회장 임명은 한국 시인들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의 처사에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시인협회는 원래 지회를 두지 않습니다.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독도지회장으로서 할 일은 많다고 봅니다. 시인들에게 독도시를 많이 쓰게 하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독도와 관련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등 작은 예술행사를 펼칠 계획입니다.”

“주민 띠잇기 행사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요즘 독도 영유권 논란이 생겨난 것은 조선시대 공도(空島) 정책이 빌미가 됐다고 보거든요. 섬을 비워서는 안됩니다. 독도가 평범한 사람들의 주거지가 돼야 합니다.”

편씨는 “우리나라 섬들을 사랑하다보니 그것이 독도사랑으로 이어졌다”면서 “배낭을 둘러메고 1년에 10곳 정도 전국의 섬을 찾아다니며 시를 쓰다가 1997년 이후 독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일 어업협정 문제가 불거질 무렵 독도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편씨는 2000년에 독도수호대에 회원으로 가입하면서 본적을 독도로 옮겼다. 2년 전에는 주소까지 독도로 옮겼다.

편씨는 독도주민 김성도씨(65)에게 배를 마련해주기 위해 온·오프라인에서 모금운동을 펼쳐 자발적인 국민성금 1천700여만원을 모아 ‘독도호’를 건조해 16일 포항에서 김씨에게 배를 넘겨줬다. 김씨는 보유하고 있던 어선이 5년 전 수명을 다해 폐선시킨 뒤 형편이 어려워 새 배를 마련하지 못했다.

편씨는 “작은 쪽배가 어업을 하는 모습을 통해 독도가 평화로운 섬마을이라는 것을 대외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모금운동을 펼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쓰는 사람으로서 문화적이고 평화로우며 조용한 방법으로 독도를 사랑하고자 했다”며 “하지만 학자들이나 정부쪽에서 그동안 평범한 사람들의 독도사랑을 너무 무시했고 무대응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우리 영토에 대한 점유권을 행사하기 위해 주민들이 자유롭게 입도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수년 전부터 요구했지만 정책당국자들은 귀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더니 일본 작은 지방정부의 조례안에 대응해 한 나라의 중앙정부가 입도 자유화를 발표한 것은 우스운 꼴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부도 여러 가지를 고려하느라 어려움이 많겠죠. 하지만 순수한 열정을 갖고 독도사랑운동을 펼쳐온 사람들을 무시해온 것은 서운하네요.”

올해부터 재경독도향우회 촌장도 맡고 있는 편씨는 독도 선가장과 어민숙소에 대한 보수작업과 금어기가 끝나는 10월 이후 독도에 들어가 살겠다고 밝혔다. 1년에 법정기일 30일 이상 거주해야 주민으로 인정받는 것을 지키기 위해서다.

편씨는 “독도에 대한 다양한 사랑방법이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은 김성도 선장이 그곳에 살 수 있도록 선가장과 어민숙소에 대한 관리권을 준다거나, 마을 이장으로서 활동비나 생계에 보탬이 되는 실질적인 지원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4년전부터 독도 관련 시를 써온 편씨는 2000년 첫 시집 ‘깨어지는 소리는 아름답다’를 냈다. 2년 전에는 이생진 나호열 시인 등 7명과 독도시 선집을 냈고, 작년에는 개인시집 ‘독도우체국’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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